‘박태규 리스트 11인’ 폭로 파문 일파만파

2011.10.10 11:17:28 호수 0호

‘상왕’ 이상득 VS ‘저격수’ 박지원 ‘제대로 한판 붙었다’

[일요시사=손민혁 기자]박지원 전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71·구속기소)씨와 자주 접촉한 정·관계 인사 11명의 이름을 직접 거론해 파문이 일었다. 민주당의 ‘원조 저격수’가 드디어 입을 연 것이다. 하지만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 이를 전면 부인하고 법적 대응할 것을 시사해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저격수 박지원의 ‘원샷원킬’이냐 그간 각종 비리의혹의 중심에 섰던 상왕 이상득의 ‘누명 벗기’냐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지원 “이상득, 박태규와 소망교회 다니며 친해”
이상득 “박태규 만난 적 없다” 박지원 법적 대응


박지원 전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감에서 “(박씨 사건은) 이명박 정부의 권력형 로비 개입으로 당·정·청, 재계, 지방정부가 다 관련이 있다”며 이름을 일일이 거명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당 인사로 안상수 한나라당 전 대표, 이상득 전 부의장, 고위공무원으로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이윤호 전 지식경제부 장관,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 청와대 인사로 정정길 전 대통령 실장, 이동관 언론특보, 김두우 전 홍보수석, 홍상표 전 홍보수석, 재계 인사로 조석래 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지방자치단체 인사로 김진선 전 강원지사를 언급했다.


‘실세 중의 실세’

박 전 원내대표는 국감에서 이상득 전 부의장과 구속된 부산저축은행 핵심 로비스트 박태규씨가 친분이 있다며 검찰에 철저한 수사를 주문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이와 함께 “박씨는 소망교회 30년 신도다. 부인은 소망교회 권사고, 박씨는 장로다. 그래서 늘 교회 끝나면 (소망교회 신도인) 이상득 전 부의장과 많은 대화 나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이어 “(이상득 전 부의장을 포함한) 이 분들이 로비스트 박태규가 활동하는데 어떤 역할을 해 줬느냐. 왜 부산저축은행이 부실화돼 가는 것을 알면서도 삼성과 포스텍이 1000억원이라는 거액을 출자했나. 이런 분들이 어떻게 역할을 했는지 밝힐 의무가 검찰에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그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포스텍 등의 거액 출자 뒤에는 포항 지역 실세 정치인이 연루돼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 같은 폭로에 이 전 부의장 측은 다음날인 5일 성명을 내고 “일부 야당의원이 제기한 박태규 회장과의 관련설은 사실무근”이라며 “박태규 회장은 이 의원이 다니는 교회의 장로도 아니고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 정면 반박했다.

또 "친분이 있는 사람은 박규태라는 연세대 명예교수로 퇴직한 분이 계신데 이분이 바로 소망교회 장로이고, 부인이 권사로 예배가 끝난 뒤 차도 마시고 얘기도 나누는 사이였다"고 설명했다. 박 전 원내대표가 박규태씨를 박태규 회장으로 혼동해 생긴 잘못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 전 원내대표는 “소망교회에는 박태규도 있고, 박규태도 있다. 우리도 박규태씨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재반박했다.

이 전 부의장은 “집권을 했었던 공당의 의원이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국회에서 발언하는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이다. 이는 없어져야할 정치 풍토”라며 “이 같은 일이 재발할 경우에는 동료의원이라 할지라도 법적인 대응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박 전 원내대표에 대한 법적 대응도 시사했다.

하지만 박 전 원내대표가 언급한 정·관계 박태규 지인 11명에 대해 민주당 등 야당은 이들이 부산저축은행 퇴출저지 로비 과정에서 모종의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전 원내대표는 이들이 박씨의 로비 활동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검찰이 밝혀내 줄 것을 촉구했다.

이에 한상대 검찰총장은 “모든 의혹에 대해서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수사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거론된 11명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곧바로 시작될 지는 미지수다. 박태규씨가 이들에게 청탁과 함께 로비를 했다는 구체적인 진술과 뚜렷한 정황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 전 원내대표의 ‘묻지마식 폭로’에 우려의 시선과 역풍도 만만치 않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6일 “권력비리를 처단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과거) 감옥에 다녀오고 온갖 추문이 있던 분이 권력비리 운운하니 민망하다”고 과거전력까지 거론하며 비판했다. 또 무책임한 폭로에 대해서는 정면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진통이 예상된다.
 
한나라당은 국감 초반인 지난달 27일 공식 논평을 통해 “박지원 전 원내대표의 ‘묻지마 폭로’가 다시 시작됐다”며 “묻지마식 폭로, 허위주장에 대해서는 엄정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 전 원내대표의 폭로는 연일 이어지고 있고, 의혹제기는 쉽게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당대표에 뜻을 갖고 있는 박 전 원내대표가 이번 국감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노련한 ‘원조 저격수’

현 정부 들어 ‘상왕’으로 불렸던 이상득 전 부의장은 각종 의혹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다.

야당 뿐 아니라 일부 여당 인사들도 이 의원의 권력 사유화를 비판했을 정도다. 그간 이 전 부의장은 대응을 삼가왔지만, 이번 박 전 원내대표의 폭로에는 민감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전 부의장이 박 전 원내대표의 폭로에 전면 부정하고 나선 만큼 둘은 앞으로 치열한 ‘진실게임’을 벌일 것으로 예견된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6선의 ‘실세 중의 실세’와, DJ 정부 실세 출신의 노련한 ‘원조 저격수’의 한판승부,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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