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률 칼럼> 대한체육회, 선진체육 갈 길 멀었다

2018.07.10 09:03:39 호수 1174호

대한요트협회장 인준을 둘러싸고 대한체육회와 공방을 벌였던 유준상 요트협회 당선인이 마침내 소송을 제기했다.



대한체육회가 지난 5월17일 요트협회장에 당선된 유 당선인을 연임이라는 이유로 인준불가 방침을 통보하자, 유 당선인이 인준불가 효력을 정지해 달라고 한 것이다.  

결과야 두고봐야겠지만, 이번 소송전의 본질은 대한체육회의 인준제도의 법적 타당성에 있다.

인준의 사전적 의미는 입법부가 법률에 지정된 공무원의 임명과 행정부의 행정 행위를 인정하는 것을 뜻한다.

법률(法律)에 지정(指定)된 공무원(公務員)의 임명(任命)에 대한 입법부의 승인(承認) 절차가 원래 인준의 본래 의미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면 대한체육회가 가맹체육단체장에 대한 인준을 한다는 것은 당초 입법부와 행정부간 인사권을 다룬 인준제도의 본질과 맞지도 않은 행위다.


무엇보다 현행 대한체육회의 정관제도는 대한체육회 스스로가 2016년 통합대한체육회를 출범시키면서 선거인단을 통해 체육단체장을 선출하기로 한 정관변경 취지와 어긋난다.

주지하다시피 대한체육회가 선거인단 제도를 도입한 배경은 기존 비체육인이 중심인 대의원총회와 달리 해당단체 선수, 지도자, 생활체육인 등 다양한 체육당사자들과 종사자들이 선거인단을 구성해 회장을 직접 선출 하자는 취지였다.

당시 대한체육회는 선거인단 도입배경에 대해 “체육단체장 선출과정이 특정세력이 조직을 장악해 파벌조성과 그에 따른 장기집권을 우려해 체육발전을 저해하기 때문에 이런 개혁적 제도를 도입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를 두고 체육계 안팎에선 “이제는 체육단체회장은 체육인 스스로가 선출하는 시대가 왔다”며 “민의를 반영하기 위해 제도적 장치”라는 호평이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인단이 직접 선출한 회장에 대해 대한체육회가 인준을 통해 해당 단체장에 인사권에 개입한다?

한손으론 선거인단이 회장을 직접 선출하자고 해놓고 다른 한손에선 회장을 인준한다?

이는 민주주의 선거제도에 반한 행위이자, 대한체육회 스스로가 모순된 규정을 놓고 자승자박(自繩自縛)하는 꼴이다.

그렇치 않으려면 현행 인준제도는 ‘요식행위’(要式行爲)에 불과해야 하며, 법률적 효력도 단순 ‘통지(通知)’ 수준에 머물러야 한다.

하지만 이번 요트협회장 인준 논란처럼 대한체육회가 연임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인준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요식행위를 넘어선 월권행위다.

산하단체 자율권과 독립성을 훼손하는 대한체육회의 이런 인준제도는 일제시대 때부터 관이 체육을 정치의 도구로 이용하는 속내가 숨어있는 관치행정의 산물이다.


이와 달리 재단법인 일본스포츠협회의 경우 가맹경기단체는 통할하는 조직을 갖춰야 하고 스포츠 정신을 구현하는 것, 분담금 등의 의무, 사업 보고 외에 전혀 상급단체인 일본스포츠협회의 통제를 받지 않고 있다.

가맹경기단체 임원의 인준은 있지도 않고 있으며 가맹경기단체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해주고 있다.

미국 올림픽위원회(USOC, US Olympic Committee)도 종목단체 등의 임원에 대한 인준절차는 없다.

각 단체는 자율적으로 운영되며 USOC가 개입하는 경우는 명확한 증거없이 종목단체내에서 징계가 이루어진 경우나 스폰서 등 재정적인 문제가 발생했을때 뿐이다.

미국과 일본이 체육단체에 대해 자율성과 독립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있는 반면 대한체육회는 산하단체를 통제 대상으로 취급하는 악습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대한체육회는 그 기본을 일본으로부터 수입해 토대로 삼았으나 종목단체에 명령, 지시 및 불이행시 탈퇴시키거나 임원 인준, 각종 규정 승인 등 전근대적인 과도한 통제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IOC조차 지난 2016년 통합대한체육회 출범당시 대한체육회 인준제도를 폐지하라고 권고할 정도다.

일본도 이미 버린 구시대 유물인 인준을 갖고 피라미드식으로 얽어매는 구조적 문제점을 지닌 대한체육회를 개혁해야 한다.

대한체육회, 선진 체육 갈려면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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