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핫키워드>떠오르는 신예 영화감독 박홍민

2011.10.04 09:35:00 호수 0호

30대 맨발의 청춘 ‘길 밖에서 길을 찾다’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1억 원도 채 안 되는 저예산으로 빚어낸 100% 3D 미스터리 드라마. 집 나간 아내를 찾아 나선 교수와 그 아내가 무당이 됐다는 사실을 통보하는 흥신소 직원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흥미진진한 이야기 전개.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영화 <물고기>는 신예 박홍민 감독의 데뷔작이다. 그의 나이 이제 30세,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영화’를 공부하기 위해 다시 대학에 진학했다. 대부분의 또래들은 가지 않는 길, 의아해 하고 안쓰러워하는 시선들이 뒤따랐지만 그의 선택엔 망설임도 두려움도 없었다. 이루고 싶은 것, 그래서 지금 해야 할 것을 이야기할 때 그의 눈은 매섭고도 순수하게 빛났다. 청춘은 누리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것이라고, 30대 진화하는 청춘 속에 그가 말하고 있었다.  

데뷔작 <물고기>… 저예산 3D영화의 가능성 제시
불안한 청춘들이여…“이젠 나를 위한 삶을 살아라”

주변을 응시하는 카메라. 신예 박홍민 감독의 눈과 발이 향하는 동선은 모두 카메라의 시선이 되고, 주변에서 벌어지는 희로애락은 내러티브가 된다. 이 모든 것의 전제 조건은 잘 꾸며낸 연출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리얼리티. 하지만 그가 추구하는 영화의 ‘색깔’은 이런 현실을 기반으로 가볍게 접근하면서도 판타지를 넘나드는 전복을 담아낸다. 드디어 그만의 ‘색’을 드러낼 수 있는 장편 영화 <물고기>가 완성됐고, 오는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10월6일~14일)에서 첫 선을 보인다.

환상과 실재의 전복



<물고기>는 토속 신앙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집 나간 아내를 찾아 나선 교수와 그 처가 무당이 됐다는 사실을 통보하는 흥신소 직원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가 주요 줄거리 이다. 영화는 물샐틈없는 이야기를 통해 현실을 이야기 하면서도 내ㆍ외적인 전복을 통해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아낸다.

“물고기는 구조적으로도 독특하고, 특이한 전복영화로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드는 상황들이 이 영화의 볼거리에요. 기준에 안 맞는 어떤 것들에 대한 재미, 의아한 상황들을 풀어나가는 흥미를 담고 있어 영화를 본 관객들은 마치 신이 되어 3인칭 관찰자의 시점에서 영화를 바라볼 수 있게 되죠. 이것은 이성과 감성 등 현실의 다양한 기호들을 충돌시켜 그 속에서 만들어지는 화학작용을 일으키려고 했던 부분이기도 하구요”

신예 감독의 작품이 또 주목을 받는 것은 3D로 만들어 진 입체영화라는 것이다. 7000만원의 예산을 가지고 100% 3D 카메라로 촬영한 <물고기>. 입체영화이지만 어느 하나가 툭 튀어나오지 않으면서 영화의 흐름을 이어가는 매력을 담아냈다.

“일반적인 입체영화들이 한국에서도 많이 상영됐지만, 대부분 테마파크에서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라이드필름식의 접근을 많이 했죠. 3D영화 컨퍼런스를 다니고 공부를 하면서 입체관련 테스트를 하다 보니 이를 연출법의 하나로서 활용해 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또 제가 생각하는 입체는 현실을 더 현실감 있게 보여주는 리얼리틱이 아닌 현실을 좀 더 과장하고 왜곡된 세계를 보여주는 것이었고, 이 표현기법이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드는 <물고기>영화의 주제를 더 잘 전달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저예산을 가지고 3D영화를 제작한 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누군가는 기획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했고, 또 누군가는 7천만 원을 가지고 입체로 찍는 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금전적인 문제, 입체카메라의 제약, 한정된 구도 등 고민되는 것들이 많았지만 그는 도전해볼만 하다고 생각했다. 영화의 배경지인 진도를 다녀보니 간단한 동선이 만들어 졌고,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이어졌다. 그리고 3년의 제작과정을 거친 영화는 드디어 마침표를 찍고 세상 사람들과 마주할 준비를 마쳤다.  

“너무 좋은 영화들이 많지만, 이번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저란 사람이 이런 ‘색깔’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틀을 깬 시도도 많았고, 모험적인 시도를 한 부분도 있지만, 그런 것들이 일반 입체영화들이랑 어떻게 다를 지 또 어떤 식으로 표현됐을지 생각하고 보면 또 다른 재미가 있을 거예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영화제작’을 해보겠다고 도전장을 내민 지 6년. 어릴 때부터 영화를 보고, 수집하는 것을 좋아했던 그는 어느새 단편영화 7편, 장편영화 1편을 만들어낸 신예감독으로 성장했다.

“어느 날 퇴근길이었어요.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오는데 알 수 없는 울컥한 감정이 들더라고요. 그때 이후로 제가 정말 하고 싶고 좋아하는 게 무엇일 지 생각했고, 그 답은 ‘영화’ 였어요”

처음엔 단순히 재미있는 일을 하자라는 생각이었다. 어떤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으면 그것을 영상에 담아 표현해 내고 싶었고, 어떤 이야기를 표현하고 싶은데 아무도 안하고 있다면 도전해보고 싶었다. 이제는 단순 재미를 넘어 그에 따르는 책임감도 수반되지만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작업하여 탄생되는 결과물과 마주할 때, 수많은 사람들과 작품을 함께 공감하고 나누는 보람을 느낄 때 그는 행복하다. 

도전과 열정으로…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저에게 본질적인 재미를 줌과 동시에 이기적이게 만들기도 하는 양면성을 갖게 하죠. 재미있어서 시작했지만, 하고 싶은 일만 몰두해서 하다 보니 제 주변을 놓치게 되는 이기적인 상황을 연출하기도 하니까요.(웃음) 그럼에도 저는 이 길을 선택한 순간 제 자신에게 계속 의문을 던져왔고, 고민을 많이 해왔어요. 내가 어떤 방향으로 생각하는지, 나란 존재가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반문했고, 이제는 좋은 패턴을 만들어 낸 것 같아요”

그는 자신과 같이 20,30대 도전하는 청춘들을 위한 응원의 말도 잊지 않았다.
 
“하고 싶은 것을 하라는 말이 굉장히 무책임 한 것 같아요. 세상엔 아무리 꿈꾸고 하고 싶어도 부딪히는 장애물이 많고, 또 그런 장애물을 만나면 낯설고 무섭기도 하죠. 그런 점에서 너무 먼 곳을 ?기 보다는 나를 먼저 챙기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자신을 되돌아보며 생각하다 보면 좋은 방향이 나타나니까요”

박 감독의 이야기는 가까운 미래 시점에 고정된 채 현재와 과거를 부지런히 오고갔다. 그렇게 30대 도전하는 청춘은 오늘도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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