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체육회의 회원종목단체회장 인준권 폐지돼야

2018.06.28 17:19:30 호수 0호

2018년 러시아 월드컵서 한국 축구대표팀은 3전1승2패의 성적으로 16강 진출이 좌절되며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대표팀은 지난 27일(한국시각), ‘디펜딩챔피언’이자 세계랭킹 1위인 독일에 연장 투혼 끝에 2:0으로 승리를 따내며 전 세계 축구팬들에겐 충격을, 국민들에겐 큰 감동을 선사했다.



이날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었던 해설위원들의 발언도 화제가 됐다.

대표팀이 두 경기 연속 페널티킥 실점으로 패배하자 이영표 KBS축구 해설위원은 “실수는 반복하면 실력이 된다”고 했고, 박지성 SBS 해설위원은 “선수·감독, 더 나아가 축구협회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우리 축구대표팀이 아시안컵이나 올림픽 등에서 좀 더 발전된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는 선수와 감독뿐만 아니라 축구협회의 변화와 쇄신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이 같은 처지는 비단 축구뿐이겠는가? 최근에는 대한요트협회장 당선자에 대한 대한체육회의 인준불가 통보로 뒷말이 많다.

현행 대한체육회 정관 및 회원종목단체규정에 의하면 대한체육회의 회원으로 가입이 승인된 종목단체의 회장·부회장은 구비서류를 갖춰 체육회의 인준을 받아야 한다. 최근 대한요트협회는 대한체육회에 대해 지난 5월17일 보궐선거서 회장으로 선출된 당선자의 인준을 요구했지만 대한체육회는 연임 제한 규정을 들며 ‘인준불가’를 통보했다.


대한체육회는 이번 대한요트협회장 당선자가 대한롤러스포츠연맹 회장을 2회(2009-2013/2013-2016) 재임한 사실이 있는데, 대한요트협회장의 임기는 2017년~2020년에 해당하므로 “회장, 부회장을 포함한 임원은 1회에 한하여 연임할 수 있다“는 체육회 회원종목단체규정의 제25조에 위반된다고 본 것이다.

즉, 이번 대한요트협회장 당선자의 임기에 전임회장의 임기를 포함시켜 연임에 해당한다고 봤다.

통상적으로 연임(連任)은 ‘연속으로 임무에 재직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유 당선자는 지난 5월에 선출돼 대한롤러스포츠연맹회장 재임 이후 2년여 공백이 있어 연임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체육회가 연임제한규정을 적용, 인준불가를 통보한 것은 관계규정에 반하는 자의적인 해석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대한체육회 회원종목단체규정에서는 보궐선거로 당선된 자의 임기를 전임자의 잔여기간으로 보므로 이번 대한요트협회장 당선자의 임기는 2018년 5월17일부터 2020년까지로 봐야 한다.

따라서 연임에 해당하지 않는데 인준을 불허하기 위해 당선자의 임기에 전임회장의 임기를 포함시켜 2017년부터 임기가 시작된다고 보고 연임제한규정을 적용했다.

대한체육회는 인준불가통보 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대한요트협회장 당선자가 연임제한 규정의 적용을 받는지에 대한 자문을 의뢰했으나 연임에 해당하지 않아 취임이 가능하다는 자문결과를 받은 바 있다.

그러자 대한체육회는 대한체육회 전 법무팀장이었던 변호사가 근무하는 다른 법무법인에 자문을 의뢰해 그 자문결과를 토대로 당선자에 대한 인준불가를 통보했다. 대한체육회가 대형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자문결과가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자 다시 의뢰를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사실 대한체육회의 회원종목단체의 장에 대한 인준을 통해 종목단체에 대한 간섭과 통제를 하고 있으므로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6년 통합 대한체육회 발족 당시 IOC에서는 회원종목단체의 장에 대한 대한체육회장의 인준권을 삭제하라는 권고가 있었고, 이 같은 인준권은 스포츠 선진국의 체육단체서도 존재하지 않는 제도다.


인준권을 통해 종목단체들에 대한 간섭과 통제가 심화되고, 결국 체육회의 입맛에 맞는 회장만이 종목단체의 장이 되는 폐단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재단법인 일본스포츠협회의 경우 가맹경기단체는 통할하는 조직을 갖추고 스포츠 정신을 구현하는 것, 분담금 등의 의무, 사업보고 외에는 전혀 상급단체인 일본스포츠협회의 통제를 받지 않고 가맹경기단체 임원에 대한 인준은 존재하지 않아 각 가맹경기단체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다.

미국 올림픽위원회(USOC) 역시 명확한 증거 없이 종목단체 내에서 징계가 이루어진 경우나 재정적인 문제가 발생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종목단체 등의 임원에 대한 인준 등이 없고 각 단체는 자율적으로 운영된다.

그런데 유독 대한체육회만이 회원종목단체나 시도체육회에 대한 인준권을 갖고 있는 것이다. 대한체육회는 발족 당시 일본의 시스템을 참고했으나 대한체육회의 명령 지시를 불이행하는 종목단체를 탈퇴시키거나 임원 인준, 각종 규정 승인 등의 방식으로 과도한 통제를 하고 있다는 불만이 팽배한 상태다.

대한체육회의 인준권이 존재하는 한 산하의 종목단체나 시도체육회의 임원들은 대한체육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게 돼있다.

이는 결국 대한체육회의 구조적 모순이나 병폐, 비리 등에 대한 비판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된다.

즉, 대한체육회의 인준권 폐지를 통해 종목단체와 시도체육회의 자율성이 확보되지 않는 한 대한체육회에 대한 비판과 견제가 불가능해지고 결국 대한체육회와 산하 종목단체와 시도체육회의 발전 역시 요원해지는 셈이다.

스포츠선진국으로 가는 길은 선수들의 노력만으로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 스포츠단체들의 구조적인 시스템이 변화하고 투명한 운영을 위한 바탕이 마련돼야만 정당한 비판과 견제가 가능해지고 끊임없는 발전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종목단체 및 시도체육회의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대한체육회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대한체육회의 회원종목단체장에 대한 인준권은 폐지돼야할 것이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