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 오리온 광고 노림수

2011.09.06 15:35:00 호수 0호

“국가대표 과자”…‘속 보인다 속보여’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오리온 광고가 쏟아지고 있다. 전 세계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초코파이 파워’를 알리는 홍보를 대대적으로 내보내고 있다. 이도 모자라 무려 2분짜리 CF까지 만들어 케이블도 아닌 지상파방송에 선보였다. 오리온이 갑자기 초코파이 광고에 전력을 쏟는 이유가 뭘까.


2분짜리 CF 등 ‘초코파이 정’ 대대적 광고
“왜 하필 지금…” 담철곤 재판 맞물려 관심


‘국민간식을 넘어 세계간식이 된 초코파이가 지구를 25바퀴를 돌며 지구촌 사람들과 정을 나누고 있습니다.’



오리온의 초코파이 CF가 화제다. 오리온은 최근 ‘파이로드를 따라 지구와 정을 맺다’란 콘셉트로 ‘오지’편, ‘아버지’편, ‘문화’편을 편집해 2분짜리 ‘초코파이 정(情)’ 캠페인 CF를 제작했다. 지난달 31일부터 지상파 저녁뉴스 시간에 방영되고 있다.

국내 지상파 방송에서 2분짜리 CF가 방영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96년 대우전자가 5분짜리 CF를 만든 적이 있지만 케이블을 통해서만 방송됐었다. 1분이 넘는 CF는 케이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홈쇼핑, 보험 등의 정보성 광고가 대부분. 일반 제조업에서 2분짜리 지상파 방송용 CF를 제작한 것은 이번 초코파이 CF가 최초다.

‘비수기’인데…

1974년 출시된 오리온 초코파이는 2003년 제과업계 최초로 단일품목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현재 동남아시아와 유럽, 남미,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등 전 세계 60여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지난해 초코파이의 해외 매출은 6억7500만달러에 달했다. 19억개를 판매한 금액으로, 이를 일렬로 세우면 약 지구 3바퀴에 이른다. 지금까지 팔린 개수는 지구를 25바퀴(89만㎞)나 돌 수 있는 140억개다.

오리온은 CF에서 초코파이가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제품인 점을 강조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60개국에서 다양한 기후와 문화를 초월해 사랑받고 지구촌 사람들과 정을 나누면서 이른바 ‘파이로드’를 개척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특히 영화 ‘국가대표’의 주인공 하정우가 목소리 더빙을 맡아 한편의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을 주는 동시에 ‘오리온 초코파이=국가대표 과자’란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앞서 오리온은 TV와 신문 등에 초코파이의 국위 선양을 내세운 광고를 대대적으로 내보냈었다. 광고는 ‘35g의 외교관’이란 타이틀로, 역시 전 세계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초코파이의 파워를 알렸다. 오리온은 1989년부터 ‘이사 가는 날’, ‘삼촌 군대 가는 날’, ‘할머니 댁 방문’편 등의 ‘초코파이 정’ CF를 시리즈로 선보인 바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유독 ‘힘’을 주지는 않았다. 오리온은 2분기 실적이 시장의 전망치를 크게 밑돌았는데, 그 원인이 상반기에 광고비가 집중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렇다면 오리온이 초코파이 광고를 ‘왕창’ 늘린 이유가 뭘까.

회사 측은 “한국 과자의 자부심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로 삼기 위한 것”이라며 “그동안 ‘초코파이 정’ 캠페인이 국내 위주로 정을 알리는데 주력해왔다면, 이번에 새롭게 시작하는 캠페인을 통해 국내를 넘어 세계 속에 정을 알리는 매개체로서 초코파이의 위상을 널리 알린다는 취지로 광고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2분짜리 CF는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감동적이고 뭉클한 느낌을 극대화하기 위해 긴 분량의 영상물을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업계 일각에선 초코파이가 푹푹 찌는 여름철에 비수기 제품이란 점에서 이번 광고 공세에 다른 의미가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바로 위기를 맞은 오너와의 연관성이다.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은 지난 6월 226억원을 횡령하고 74억원을 유용하는 등 300억원대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로 구속기소됐다.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담 회장의 변호인단은 ‘경영인 담철곤 업적’을 강조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이는 지난달 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담 회장에 대한 속행 공판에서 드러났다.

이날 변호인단은 해외시장 진출 등의 담 회장 공로를 부각시켰고, 증인석에 앉은 담 회장의 부인 이화경 오리온 사장이 이를 맞받아쳤다. 이 사장은 진술 내내 목소리를 떨다 이내 울먹였고, 듣고 있던 담 회장도 눈시울을 붉혔다.

판결에 영향?

이 사장은 “‘35g 외교관’이란 광고대로 초코파이로 대한민국의 정을 전 세계에 전하고 있다”며 “오늘날의 회사를 있게 한 남편은 해외 인맥과 외국어 실력 등 본인의 에너지를 해외시장 개척에 쏟아 경쟁사보다 앞서 오리온을 세계 60개국에 진출시켰다”고 강조했다. 

이어 “남편의 구속으로 일본, 중국, 베트남, 러시아 등 해외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그룹의 최대 위기인 지금 남편의 경영복귀 기회를 한 번만 주신다면 오리온이 아시아 넘버원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공교롭게도 오리온의 광고 공세와 담 회장의 재판이 겹치자 업계는 미심쩍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광고가 판매용이라기보다 이미지용 냄새가 짙어 더욱 그렇다. 법정에서 유·무죄를 가리는데 광고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겠지만, ‘초코파이 판 돈을 꿀꺽했다’는 세간의 따가운 눈총은 어느 정도 누그러뜨리는 효과를 거둘 것이란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