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의날 -싱글맘의 날을 아십니까?

2018.04.30 11:09:14 호수 1164호

5월 달력에도 없는 두 기념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5월 달력은 행사로 빼곡하다. 근로자의 날(1일), 어린이날(5일), 어버이날(8일), 스승의 날(15일) 등 굵직한 이벤트가 많다. 음력으로 계산해 날짜는 매년 바뀌지만 대표적인 5월 휴일로 꼽히는 부처님 오신 날(22일)도 있다. 5.18민주화운동 기념일(18일), 성년의 날(21일)도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5월11일이 무슨 날인지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포털사이트서 5월 달력을 검색하면 10여개의 기념일로 달력이 꽉 차 있다. 하지만 5월11일은 공란이다. 매년 날짜를 5월11일로 정한 두 기념일에 대한 정보는 포털사이트서도 주지 않고 있는 셈이다. 5월11일은 입양의 날이자 싱글맘의 날이다. 올해로 각각 13회, 8회째를 맞았다.

정부가 정했는데…

입양의 날은 국내에 입양 문화를 정착시키고 입양을 활성화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장관 박능후)서 제정한 법정기념일이다. 보건복지부는 2005년 ‘시·도 입양실적 및 추진계획 보고회의’서 5월11일을 입양의 날로 정했다. 가정의 달 5월에 1가정이 1아동을 입양해 새로운 가정(1+1)으로 거듭난다는 취지서 정한 날짜다.

입양을 통해 가족이 된 아이는 흔히 ‘가슴으로 낳았다’고 표현한다. 2006년 제1회 입양의 날은 ‘입양은 가슴으로 낳은 사랑입니다’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과거 입양과 입양아를 바라보는 시선은 차가웠다. 핏줄을 중시하는 우리나라 정서상 밖에서 데려온 아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 입양을 꺼리는 인식이 유지되는 동안 우리나라는 ‘고아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여전히 벗지 못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 사이트에 공개된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는 2008년부터 한 해도 빠짐없이 아동수출 상위 5개국 순위에 들었다. 2008년 1064명으로 5위, 2009년(1079명) 4위, 2010년(865명) 4위, 2014년(370명) 5위 등이다.


2015년에도 중국, 에티오피아, 우크라이나, 우간다 등과 함께 톱5에 올랐다. 매년 숫자는 줄고 있지만 고아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벗기엔 역부족이다. 전 세계서 인구가 가장 많은 중국을 빼면 경제성장에 성공한 중진국 중 지난 8년간 미국 입양아 수 상위 5개국 안에 든 나라는 한국이 유일했다.

그 이전에는 부동의 1위였다. 실제 1956년부터 1998년까지 한국은 해외입양 1위 자리를 고수했다. 미국으로 해외 입양되는 아이 3명 중 1명이 한국 아이일 정도였다. 1953년부터 2016년까지 해외입양아 수는 공식통계 기준으로 16만8000여명에 달한다.

입양아와 싱글맘을 위한 날
5월11일로 같은 날에 진행

그래도 최근에는 입양에 대한 인식이 조금이나마 부드럽게 바뀌고 있다. 유명 연예인 부부의 공개입양이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 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배우 차인표-신애라 부부는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두 딸의 입양 사실을 공개했다. 일반적으로 입양 사실을 입양아 본인에게도 숨기는 문화가 강했던 과거에 비하면 놀랄만한 행동이다.

차인표씨는 “배 아파 낳은 아들이나 가슴으로 낳은 딸 모두 소중한 가족”이라고 강조했다. 유명 연예인 부부의 공개입양 소식이 전해진 이후 국내 입양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국내 입양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높이고 실제 아이를 입양하는 사람이 늘기 위해선 입양법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입양 아동의 권리를 강화할 목적으로 친부모가 입양 전 의무적으로 출생신고를 하도록 개정한 입양특례법이 오히려 입양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공개 입양의 길이 막히면 불법 입양과 낙태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어떤 이유로든 아이를 키울 수 없어 입양을 선택한 부모를 위한 체계적인 법 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회에서는 국내 입양 활성화와 인식개선을 위한 입양의 날 유치와 입양부모 지원, 입양 숙려기간 축소 등의 내용을 담은 ‘입양특례법 개정안’ 발의를 추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지난 3월20일 입양특례법과 관련 각계 의견을 수렴해 개정안 초안을 수정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아동의 입양이 민간기관인 입양기관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현행 절차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바꾸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2016년 대구서 만 3세의 아이가 입양하려던 예비 양아버지에게 폭행 당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비슷한 무렵 경기 포천서도 또 다른 입양아가 학대로 숨졌다. 양아버지는 아이의 시신을 암매장했다.


남 의원의 입양특례법 개정안 발의는 대구나 포천서 일어난 사건서처럼 학대당하는 입양아가 없도록 하자는 취지서 시작됐다. 하지만 입양특례법을 바라보는 시각은 팽팽하게 갈린다. 

입양 자체가 위축될 것이라는 입장과 입양아의 양육환경이 개선될 것이라는 입장이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법 개정까지 진통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입양법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는 상황서 한편에서는 입양의 날을 반대하는 기념일을 지정해 행사를 갖는다. 바로 ‘싱글맘의 날’이다. 몇 년 전부터 일부 단체들은 5월11일을 싱글맘의 날로 정했다. 

이들은 미혼모에게 양육 기회를 주지 않는 현실을 고발한다. 사회 시스템이 잘 갖춰진 선진국에서는 미혼모가 자기 아이를 입양 보내는 일이 거의 없다는 지적에서 시작했다.

‘고아 수출국’ 오명 벗고 입양 권장
혼자서도 아이 키울 수 있는 사회

미혼모와 한부모, 해외입양인, 아동권리옹호 단체들을 주축으로 ‘혼자라도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는 뜻에서 추진한 싱글맘의 날은 올해로 8회째를 맞았다. 지난해 싱글맘의 날에는 대규모 컨퍼런스와 인권캠페인이 나눠서 진행됐다.

컨퍼런스를 주관한 한국미혼모가족협회는 “영아 유기·살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자신의 아이를 키울 권리가 있다’ ‘세상의 모든 아기들은 친부모 품에서 자랄 권리가 있다’를 주장하며 우리 사회에 책임을 묻고자 한다”고 밝혔다.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 싱글맘을 다루는 사례가 늘면서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과거에 비해 많이 따뜻해졌다는 말이 많다. 하지만 실제 싱글맘들이 느끼는 체감 정도는 그렇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사회적 인식은 물론 생계를 유지하는 방법 등에서 아이와 함께 매일 산을 넘는 느낌이라고 자신의 삶을 표현한 싱글맘도 있다. 싱글맘의 날을 만든 단체들은 이들이 아이를 포기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지난 2월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미혼모를 위한 히트 앤드 런 방지법을 만들어주세요’라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현황 및 문제점, 개선방안, 기대효과 등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A씨는 “2005년 생모가 아이 생부에게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됐다”며 “그렇지만 ‘미혼모 양육 및 자립실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아이 생부에게 양육비 지원을 받는 경우는 전체 응답자에 5%도 안됐다”고 지적했다.

미혼모 위한 청원

이 과정서 싱글맘들은 경제적인 빈곤에 시달리고, 일부는 입양을 선택한다고 주장했다. A씨는 개선방안으로 덴마크서 시행 중인 ‘히트 앤드 런 방지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덴마크에선 싱글맘에게 아이의 생부가 매달 약 60만원을 보내야 한다. 생부가 돈을 보내지 않을 경우 생모가 시에 보고하고, 시는 그 돈을 충당해준다. 이후 시는 생부의 소득서 원천징수하는 방식으로 돈을 회수한다.

A씨는 “히트 앤드 런 방지법을 통해 남성들이 책임감을 느끼게 될 것”이라는 말로 청원글을 맺었다. 지난달 25일 마감된 해당 청원에는 21만명이 넘는 국민이 동의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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