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노리는 올드보이 딜레마

2018.04.16 10:40:06 호수 1162호

인재가 그렇게도 없나…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6·13지방선거서 올드보이의 귀환이 눈에 띈다. 후보가 넘치는 더불어민주당보다 보수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서 이 같은 경향이 특히 두드러진다. 정치권 일각에선 올드보이의 귀환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지난 11일, 김문수·권영진·이철우·송아영 등을 각각 서울시장, 대구시장, 경북도지사, 세종시장 후보로 낙점했다. 이 중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의 서울시장 출마가 눈에 띈다.

인재난 계속

김 전 지사는 곧바로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지난 11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한민국을 좌파 광풍서 구하고 자유민주주의 세력의 통합과 혁신을 위해 한 몸을 던지겠다”며 “나라와 당이 큰 위기에 처했다. 문재인정권의 좌향좌·정치보복을 심판해야 할 이번 선거에 후보조차 제대로 내지 못할 처지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학생 때 7년간 노동자로 살면서 한때 사회주의에 경도되기도 했다”며 “(그러나) 우리 당(한국당)에 입당한 지 어느덧 24년이 됐고 자유민주주의의 투철한 신봉자가 됐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김 전 지사를 서울시장 후보로 낙점한 것에 대해 정치권에선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을 한국당 측으로 규합하기 위함이라고 해석한다. 앞서 김 전 지사는 탄핵 정국 당시 태극기 집회에 참가해 박 전 대통령 탄핵 기각을 외친 인사 중 한 명이다.

올드보이의 귀환은 비단 김 전 지사뿐만이 아니다. 한국당은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를 이번 지방선거서 해당 지역 도지사 후보로 공천했다.
 

김 전 지사는 지난 9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한국당이 도민에게 너무 큰 상처와 실망을 안겨드렸다”며 “탄핵이란 국가적 불행에 대해 한때 집권여당 최고위원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허리를 숙였다.

이어 “보수가 망하면 나라도 국민도 불행하다”며 “아무리 미워도 경남만은 지켜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또 한국당은 충남도지사 후보에 6선을 지낸 이인제 상임고문을 전략공천했다. 

지난 4일 충남도청서 기자회견을 연 그는 “오랜 고뇌 끝에 당과 도민의 뜻을 받들어 충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키로 결심했다”며 “나보다 더 유능한 인물이 후보가 되어 당에 승리를 안겨주고 충격에 빠진 우리 고장 충청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길 고대했지만, 당 안팎의 어려운 상황이 나에게 무거운 짐을 안겨줬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소명으로 받아들이고 오랜 정치 경험서 단련된 모든 역량을 다 바쳐 반드시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끌겠다”고 다짐했다.

홍 대표는 지방선거와 관련해 줄곧 새 인물을 강조해왔다. 

지난해 11월28일 서울 마포서 열린 ‘더 경청 간담회, 청년 아무말 대잔치’ 행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새 인물은 지금 만들고 있다”고 말했으며 12월5일 한국프레스센터서 열린 중견 언론인 모임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선 “당에 새 인물도 충원하고 정책과 조직을 혁신해 잘못된 것은 과감하게 버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문수 김태호 이인제 습관적 출마?
‘도긴개긴’ 바미당 뉴페이스 실종


그러나 결과물은 홍 대표가 강조해 온 새 인물과 거리가 멀다. 김문수 전 지사는 지난 2014년 경기도지사 퇴임 후 대구 수성갑으로 내려갔지만, 2016년 총선서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에게 패배했다. 

김태호 전 지사는 두 차례 경남도지사를 역임한 이력이 있다. 이인제 상임고문은 대선 후보로만 두 차례 나섰으며, 선거 때만 되면 출마해 ‘피닉제’라는 별명을 얻었다.

후보 기근 현상을 겪고 있는 한국당이 올드보이에게 눈을 돌린 셈이다.

이에 일각에선 인재 영입에 실패한 홍 대표가 과거의 사람들을 공천하는 무리수를 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홍 대표는 직접 인재영입위원장으로 나서 홍정욱 헤럴드 회장, 오세훈 전 서울시장, 이석연 전 법제청장, 김병준 전 국민대 교수 등에 출마 의사를 타진했지만 모두 고사하는 등 인재 영입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에 당 안팎에선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내 일부 중진의원들은 인재영입 실패의 책임을 물어 홍 대표의 ‘결자해지’를 요구, 파열음을 내고 있다. 

일부 보좌진들은 홍 대표의 독단적 당 운영과 막말이 인재 영입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적한다. 김영선·안홍준 전 의원 등 공천에서 제외된 후보들은 홍 대표의 결정에 크게 반발하며 ‘공천 효력 정지 등 가처분 신청’ ‘공천 무효 확인 소장’ 등을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번 지방선거 국면서 홍 대표의 리더십이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정치권서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바른미래당도 한국당과 차별성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은 지난 4일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안 위원장은 지난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서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후보 자리를 양보했으며, 국민의당 후보로 지난해 대선에 나선 바 있다.


안 위원장이 영입한 인사들도 신선함과는 거리가 멀다. 1호에서 5호까지 진행된 영입된 인사들 가운데 특히 2호 영입으로 한국당 출신 전·현직 지방의원 7명을 영입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효은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은 “아무리 선거를 앞두고 이합집산을 한다지만 한국당을 탈당한 사람들을 이삭줍기해서 언제 바른미래가 만들어지겠느냐”라고 꼬집었고, 김형구 민주평화당 부대변인은 “새 정치를 내세우는 안 위원장이 영입한 인재들의 이력이 고작 한국당의 전현직 지방의원들이라는 점에서 실소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고 거들었다. 

신선함 없어

앞서 안 위원장은 당으로부터 인재영입위원장직을 수락하며 “대한민국의 바른 미래를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 새 사람을 찾고 숨겨진 인재를 발굴해 당의 활력을 찾겠다”고 말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는 않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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