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친’ 박지원-심상정 궁합 보니…

2018.03.26 12:42:17 호수 1159호

중도-진보 불안한 동거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지난 20일,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과 정의당이 원내공동교섭단체 구성에 합의했다. 양 당은 이번 달 말까지 공동교섭단체와 관련한 구체적인 협의를 마치기로 했다. 외형적으로 두 당이 하나로 통합된 듯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공동교섭단체 형성은 합당과 다르다. 20석이 되지 않아 평화당(14석)과 정의당(6석)은 모두 비교섭단체다. 비교섭단체는 주요 안건을 처리하기 위한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없다. 평화당과 정의당은 ‘교섭권 행사’를 위해 공동교섭단체라는 카드를 꺼낸 것이다.
 

평화당과 정의당은 합당을 선택하지 않았다. 두 당의 정책노선에 차이가 있어서다. 평화당은 중도개혁을 지향한다. 정의당은 진보노선을 밟고 있다. 양당은 정강정책을 독립적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대신 합의가 가능한 사안에 대해서는 협의 하겠다고 밝혔다. 평화당과 정의당의 정강정책에는 교집합이 존재한다. 지난 20일 양 당 지도부는 ▲한반도 평화 ▲선거제 개혁 ▲개헌을 해결과제로 꼽았다.

교집합 과제

두 당은 한반도 평화에 대해서는 공통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 평화당과 정의당의 정강정책에 따르면 양 당은 ‘교류를 통한 평화와 통일’을 지향한다. 또한 ‘7·4남북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공동선언’ ‘10·4정상선언’을 존중한다.


선거제 개혁에도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20일 평화당 조배숙 대표와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기초의원 선거구 획정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양당은 3∼4인 선거구제 확대를 주장한다. 2인 선거구제의 경우 소수정당의 진입이 어렵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라는 거대 양 당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이유에서다. 평화당과 정의당은 정강정책서 각각 ‘연동형비례대표제’와 ‘독일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를 명시하고 있다.

개헌의 주요 쟁점인 '분권형 대통령제'에 있어서도 이견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쟁점 중 하나인 ‘국회의 국무총리 추천제’서도 한목소리를 냈다. 국회의 총리 추천제는 국회에서 총리 후보자를 지명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이다.

개헌 정국서 공동교섭단체 형성은 양 당의 존재감을 드러내기에 유리하다. 또한 소수정당으로서 개헌과 같은 중요한 현안에 실질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건 대의민주주의의 실현이기도 하다. 

공동교섭단체는 교섭권을 행사하기 위한 지렛대다. 공통된 사안에 대해서는 힘을 발휘할 것이다.

반대로 이견을 보일 때는 교섭권을 행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소수정당의 본래 입지로 회기할 수밖에 없다. 또 정치적 이합집산이었다는 논란서 자유로울 수 없다. 현재의 개헌 정국이 지나서도 양당이 공동교섭단체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붙는 까닭이다.

평화당과 정의당은 복지 문제에 이견이 있다. 복지와 관련된 양 당의 정강정책은 다소 차이를 보인다. 

평화당은 ‘생애의 시작이 평등한 출발점에 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정의당은 더 나아가 ‘생애 전 과정’의 복지를 추구한다. 

평화당-정의당 공동교섭단체 구성 합의
특정 사안에 따라 불협화음 예상되기도

최저임금의 경우 평화당은 ‘적정한’ 수준을 말하지만 정의당은 ‘대폭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평화당은 유치원과 초중고 교육에 ‘실질적 의무교육’을 주장한다. 반면 정의당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서부터 대학까지 ‘무상교육’을 표명한다. 평화당은 ‘직업중심 고등학교·대학 지원 강화’를 말하지만 정의당은 대학 자체를 특성화 시켜 ‘대학 서열’을 없애고자 한다.
 

양 당의 주요 정치인들 역시 특정 사안에 대해 이견을 보인다. 

박지원 의원과 심상정 의원은 평화당과 정의당을 대표하며 실제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박 의원은 ‘대북 전문가’다. 2000년 문화부장관 재직 시절 대북특사로 활약했다. 남북정상회담과 6·15남북공동선언의 주역으로 꼽힌다. 

심 의원은 ‘노동 전문가’다. 심 의원은 대학생 시절 구로동 공장서 직접 근무한 경험이 있다. 노동자의 열악한 현실은 노동운동의 단초가 됐다. 이로 인해 박 의원과 심 의원은 태생적으로 주요 테마가 다르다.

향후 양당이 갈등을 겪을 것으로 보이는 건 노동문제다. 정의당은 정강정책에 ‘노동자를 위한 정당’을 명시했다.

또 지난 대선서 정의당 대선후보였던 심 의원은 ‘노동이 당당한 나라’라는 슬로건을 내놨다. 정의당은 민주노총 등 노동계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번 공동교섭단체 형성에 노동계의 반발이 있었다. 

정의당의 정체성이 흐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정의당은 지난 20일 대통령 개헌안에서 ‘동일가치노동·동일임금 원칙’과 ‘노동3권 확대’에 대해 환영의 의사를 밝혔다. 이 두 사안은 정의당의 정강정책에 포함돼있다.

성소수자 문제서도 양당은 현격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박 의원은 작년 9월3일 광주 금남로서 열린 ‘동성애·동성 결혼 개헌반대 국민대회’에 참여해 “동성결혼은 섭리에 반하고 사회질서를 무너뜨리는 일”이라며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0일, 박 의원실 관계자에게 직접 문의한 결과 동성애에 대한 입장 변화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반대로 심 의원은 성소수자를 존중한다. 심 의원은 작년 정의당 대선후보 시절 유세 중에 성소수자의 눈물을 닦아주고 안아줬던 일로 화제가 됐다. 

개헌 정국은?

정의당 역시 그 궤를 같이하고 있다. 정의당 정강정책에는 ‘성별·성적 지향과 정체성에 대한 차별 금지’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개헌은 ’젠더 평등시대‘를 여는 길잡이 헌법이 돼야 한다”며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금지를 주장했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개헌 절차는?

헌법 개정의 제안권자는 대통령과 국회의원이다. 대통령은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국회의원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 헌법 개정을 제안할 수 있다. 

제안된 헌법 개정안은 그 내용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하여 20일 이상의 기간동안 이를 공고해야 한다. 

헌법 개정안은 그것이 대통령이 발의한 것이든 국회의원이 발의한 것이든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국회가 의결하여야 하는데, 그 의결에는 국회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국회의 의결을 거친 헌법 개정안은 국회가 의결한 후 30일 이내에 국민투표에 회부되고, 여기에서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으로 확정된다. 

확정된 헌법 개정은 대통령이 즉시 이를 공포해야 한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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