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일감 몰빵’ 대기업 내부거래 실태 ⑮풀무원-풀무원아이씨-엑소후레쉬물류

2011.08.05 17:45:00 호수 0호

‘꼬박꼬박’ 밀어주고…‘꾸역꾸역’ 살아남아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줘 ‘곳간’을 채워주는 ‘반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기업일수록 심하다. 시민단체들이 귀에 딱지가 앉도록 지적해 왔지만 변칙적인 ‘부 대물림’은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점점 더 심해지네’ 매년 관계사 의존도 높아져
10여개 계열사 전폭 지원 덕분에 실적 ‘쑥쑥’
‘74%→78%→79%→80%→87%→92%…’


‘바른먹거리’로 유명한 풀무원은 지난 3월 기준으로 총 20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중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회사는 ‘풀무원아이씨’와 ‘엑소후레쉬물류’ 등 2개사다. 이들 회사는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실적이 거의 ‘안방’에서 나왔다.

2008년 7월 풀무원건강식품에서 인적분할해 설립된 풀무원아이씨는 자금, 업무, 사무, 경영 등의 자회사 지원 및 자문 업무를 맡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풀무원아이씨는 사실상 풀무원 오너일가의 개인 회사나 다름없다. 지난해 말 현재 남승우 풀무원홀딩스 대표가 풀무원아이씨 지분 97.6%를 보유해 최대주주다. 남 대표는 풀무원아이씨 대표이사도 겸임하고 있다.

자생 능력 제로



나머지 지분은 남 대표의 부인 김명희씨(2.4%)가 소유하고 있다. 남 대표는 김씨와 사이에 1남2녀(성윤-밤비-미리내)를 두고 있다. 문제는 풀무원아이씨의 자생 능력이다. 풀무원아이씨는 설립 첫해인 2008년 9억7800만원의 매출을 거뒀다. 이 가운데 7%에 불과한 6500만원만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풀무원아이씨에 일거리를 넘겨준 회사는 풀무원건강생활로, 6500만원이 모두 이 회사에서 발생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다른 기업들에 비해 상당히 양호한 수준이다. 그러나 이듬해부터 관계사 의존도가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풀무원아이씨는 2009년 3억99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이중 24%인 9500만원을 ‘집안’에서 채웠다. 모두 풀무원홀딩스와의 거래였다. 지난해에도 풀무원홀딩스가 풀무원아이씨에 밀어준 물량은 9000만원 정도로 비슷했으나, 매출이 1억4500만원으로 반토막이 나 내부거래율은 62%까지 치솟았다.

풀무원아이씨는 지원군을 등에 업고도 사정이 썩 좋지 않은 상태다. 풀무원아이씨는 2008년 영업손실이 24억7400만원에 달했다. 2009년과 지난해엔 각각 5억400만원, 3억3900만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같은 기간 순손실도 24억8800만원, 4억5000만원, 5억700만원을 기록했다.

적자에 허덕이다 보니 빚은 쌓여갔다. 풀무원아이씨의 부채는 2008년 11억4700만원에서 지난해 11억7100만원으로 늘었다. 반면 자산과 자본은 각각 126억1100만원, 114억6400만원에서 108억3200만원, 96억6100만원으로 줄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풀무원아이씨는 내부거래 금액이 적지만 그 비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상궤도에 안착하지 못하고 있어 계열사 지원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엑소후레쉬물류는 그룹 차원에서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사실상 지속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내부 물량이 없으면 문을 닫아야 할 처지다. 1997년 12월 설립된 엑소후레쉬물류는 냉장·냉동 창고와 화물운송 등 식품물류 대행업체로, 지난해 매출 590억원 가운데 92%인 542억원을 계열사에서 올렸다. 엑소후레쉬물류와 거래한 계열사들은 풀무원식품(262억원)을 비롯해 푸드머스(168억원), 올가홀푸드(33억원), 풀무원건강생활(27억원), 풀무원스프라우트(16억원), 풀무원제일생면공장(14억원), 풀무원춘천공장(9억원), 풀무원이두부공장(8억원), 엔에이치오(3억원) 등 13개사에 이른다.

그전에도 마찬가지였다. 10여개의 계열사들이 꼬박꼬박 물량을 내려줬다. 눈에 띄는 대목은 내부거래율이 매년 확대되는 추세란 점이다. 엑소후레쉬물류가 계열사와 거래한 매출 비중은 ▲2005년 74%(총매출 354억원-관계사거래 262억원) ▲2006년 78%(396억원-307억원) ▲2007년 79%(470억원-370억원) ▲2008년 80%(517억원-413억원) ▲2009년 87%(543억원-473억원)로 나타났다.

지원 덕분에 ‘쑥쑥’

엑소후레쉬물류는 계열사들의 든든한 지원 덕분에 안정적인 실적을 거두고 있다. 엑소후레쉬물류의 영업이익은 2005년 34억원에서 지난해 85억원으로 2배 이상 뛰었다. 순이익은 19억원에서 88억원으로 5배 정도 증가했다. 부채의 경우 261억원에서 316억원으로 늘어났지만, 자산과 자본은 각각 775억원, 514억원에서 921억원, 605억원으로 불어났다.

다만 엑소후레쉬물류는 오너일가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엑소후레쉬물류의 지분은 풀무원식품이 100% 갖고 있다. 풀무원식품은 다시 풀무원홀딩스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풀무원홀딩스는 남 대표(57.33%)가 최대주주다. 차녀 미리내씨(0.62%)와 김씨(0.22%)도 지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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