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들강 임신녀 살인사건 전말

2011.08.03 11:30:00 호수 0호

뱃속 아이까지 물귀신 만든 잔혹한 조폭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수억원의 보험금을 노리고 아내를 죽인 조폭이 4년 만에 덜미를 잡혔다. 돈에 눈멀어 임신 중인 여자를 꼬여 결혼한 뒤 교통사고로 위장해 무참히 살해했다. 이 사건은 의문을 품어온 경찰의 끈질긴 수사 끝에 밝혀졌다. 자칫 미궁에 빠질 뻔 했던 사건의 전말을 재구성했다.

2007년 6월20일 오후 3시30분께 나주경찰서와 나주소방서에 한 사고가 접수됐다. 다급하게 전화를 건 양모(30)씨는 “전남 나주시 남평읍 남성리 드들강에서 투망을 던져 고기를 잡다가 우연히 강에 빠진 승용차를 발견했다”고 신고했다.



경찰은 사고 장소로 출동해 드들강 수심 4m지점에 추락해 있던 광주 1누 xxxx호 세피아 승용차를 인양했다. 망가진 차량 운전석에서 임신 5개월 된 김모(당시 26세)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광주 S파 조직원

경찰은 “광주 동구에 살고 있던 김씨가 6월7일 집을 나간 뒤 연락이 끊겼다”는 가족들의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했으나 별다른 단서를 잡지 못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사체 부검도 의뢰했지만 타살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김씨가 막 운전을 시작해 연수를 했다. 운전 미숙으로 사고를 당한 것 같다”는 남편 박모(30)씨의 진술에 따라 운전연습을 하던 김씨가 실수로 강으로 미끄러지면서 추락해 숨진 것으로 보고 사건을 마무리했다.

경찰은 김씨의 사인을 단순 사고사로 결론 냈지만 석연치 않은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우선 강변의 경사도가 낮아 추락 가능성이 적었다. 강 주변에 사고 흔적도 거의 없었다.


무엇보다 남편 김씨가 의심스러웠다. 특별한 직업이 없는 지역 조직폭력배였기 때문이다. 김씨는 ‘광주 S파’조직원이다. 채무에 시달렸고, 보험사기 전과까지 있었다.

당시 경찰은 폐쇄회로(CC)TV 분석, 통신수사 등 김씨를 집중 수사했지만, 이렇다 할 혐의점을 찾아내지 못한 채 사건을 마무리하게 됐다. 경찰은 “박씨의 범행이 확실했지만 혐의를 입증할 수 없었다”며 “사고 신고자도 찾을 수 없어 결국 사건을 사고사로 종결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4년 뒤인 지난 1월. 자칫 미궁에 빠질 뻔 했던 이 사건은 의문을 품어온 경찰의 끈질긴 수사로 전말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단서는 목소리였다. 조폭 관련 보험사기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드들강 변사사건으로 거액의 보험금이 지급된 사실을 확인했다. 이를 수상히 여긴 경찰은 재수사에 나섰고, 김씨의 사고를 최초 신고했던 양씨가 평소 박씨와 가깝게 지내온 친구란 첩보를 입수했다.

보험금 노리고 급결혼 아내 사고사 위장 살해
친구 사주해 신고…목소리 추적 4년만에 덜미

경찰은 김씨와 양씨의 통화내역을 녹음한 뒤 119 신고 당시 목소리와 일치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국과수에 분석을 의뢰했다. 국과수는 “음성분석 결과 양씨가 신고자의 목소리와 비슷하다”고 경찰에 통보했고, 경찰은 곧바로 양씨를 체포해 추궁한 끝에 미궁에 빠졌던 범행의 전모를 밝혀냈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2007년 2월26일 이혼 뒤 인터넷 미혼모 사이트에 ‘자신의 두 딸을 키워 줄 보모를 구한다’는 허위광고를 게재했다.

당시 내연남과의 관계로 임신 5개월이었던 김씨는 이를 보고 박씨를 찾아갔고, 박씨는 “이혼남, 미혼모끼리 행복한 가정을 꾸리자. 함께 살아주면 생활비와 임신한 아이도 보살펴 주겠다”며 김씨를 꼬드겨 사귄지 한 달도 되지 않은 5월23일 혼인신고를 했다.

결혼을 서두른 박씨의 머리엔 치밀한 범행계획이 짜여 있었다. 박씨는 미리 짜놓은 시나리오대로 김씨의 명의로 3개 보험사에 4억4000만원 상당의 사망보험에 가입했다.

이후 혼인신고 10여일 만인 6월6일 오후 11시께 김씨에게 “운전연습을 시켜주겠다”며 드들강변 도로로 유인, 김씨가 타고 있는 세피아 승용차의 기어를 중립상태에 놓고 차량을 강으로 밀어 수장시켰다. 김씨는 차량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그대로 사망했다. 경찰에 발견될 당시 특별한 외상없이 익사한 상태였다.

완전범죄를 노린 박씨는 범행 5일 뒤인 6월11일 관할 지구대를 방문해 태연히 김씨의 가출 신고를 했다. 가입한 보험이 휴일에 사망하면 보험금을 더 받는 사실을 알고 범행 날짜를 6월6일 현충일로 정하는 용의주도한 면도 보였다. 박씨는 김씨의 사망보험금 총액 4억4000만원 가운데 교통사고보험금 2억원을 수령했다.


차량 강으로 밀어

특히 박씨는 사고 차량이 발견돼야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점과 김씨가 운전미숙으로 강에 추락해 사망한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범행 6일 뒤인 6월12일 교도소 동기로 만난 친구 양씨에게 800만원을 주고 김씨 차량을 우연히 발견한 것처럼 신고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양씨는 6월20일 발신자번호가 제한된 전화로 경찰서와 소방서에 신고를 했다. 박씨는 4년 만에 경찰 수사가 재개되자 양씨에게 목소리 변형 수술과 도피를 종용하기도 했다.

경찰은 “처음부터 보험 살인을 목적으로 법적 배우자를 물색해 위장결혼한 뒤 사고사로 꾸민 극악무도한 중대범죄”라며 “박씨의 치밀한 각본에 따라 하마터면 묻힐 뻔 했지만 수상히 여긴 경찰의 집요한 추적으로 119 신고 전화 음성이 유일한 단서가 돼 미제사건을 풀었다”고 말했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지난달 28일 부인 명의로 생명보험에 가입한 뒤 강에 빠뜨려 숨지게 한 혐의(살인 및 보험사기)로 박씨를 구속했다. 또 박씨의 범행을 숨겨주고 도와준 혐의(살인방조 및 범죄은닉)로 공범 양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양씨는 범행 일체를 자백했지만, 박씨는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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