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제일은행 노조, ‘국제파업’으로 비화된 사연

2011.07.26 11:20:00 호수 0호

‘두 얼굴 사나이’ 행장에 노조 ‘영국행’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한줄기 빛이 비춰지던 SC제일은행 파업 사태가 순간 나락으로 빠져들었다. 최근 파업 사태를 종결짓기 위한 마라톤협상에서 노사는 서로의 견해차를 좁히는 것으로 보였으나 결국 파행을 맞고 말았다. 노조는 협상 결렬을 선언했고 급기야 스탠다드차타드(SC) 본사가 있는 영국에 항의 방문할 방침까지 밝혔다.

타협점 찾는 듯 보였으나 리차드 행장 얼굴 바꿔
“협상 위해 서울 찾는 일 없을 것”…영국행 방침

지난 20일 오후 6시 서울의 한 호텔. 리차드 힐 행장과 김재율 노조위원장은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얘기는 잘 풀렸다.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양측의 이견을 좁혀 이번 주 중 파업 사태를 종결짓는데 합의했다.

그리고 이날 밤 양측 실무진은 SC제일은행 본점으로 자리를 옮겨 협상을 진행했다. 개별 성과급제 도입에 대한 양측의 근본적 입장 차이는 변함이 없었다. 그러나 임금단체협상 세부 안건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조율하는 등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는 게 노조 측의 설명이다.

협상 결렬 선언

20일 자정을 넘길 무렵 리차드 힐 행장이 협상장을 떠나 집으로 돌아간 뒤에도 협상은 이어졌다. 마라톤협상 끝에 양측은 결국 타협점을 찾는 듯했다. 노조 내부에서는 ‘8부 능선을 넘었다’는 얘기도 나왔다. 그간의 노고를 보상 받는 기분이었다. 긴 파업으로 지친 몸과 마음이 풀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문제는 리차드 힐 행장이 21일 오전 회사로 출근하면서 불거졌다. 예전과 같은 ‘협상불가’ 입장을 고수하며 얼굴을 바꾼 것. 전날 밤 논의됐던 내용이 모두 원점으로 돌아간 셈이었다.

결국 노조는 이날 오후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주 중 두 차례 대표자 협상을 벌여 주말까지 파업을 끝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오늘로 예정됐던 대표자 협상에 힐 행장이 불참해 최종 협상이 결렬됐다”고 밝혔다. 노조 실무협상단은 “이제 협상을 위해 서울로 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밝히고 다시 파업 장소인 강원도 속초로 향했다.

이에 따라 노조는 스탠다드차타드(SC) 영국 본사를 항의 방문하는 등 더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조 측 관계자는 “영국 본사 방문에 대한 법률 검토가 이뤄졌고 출국 날짜도 구체화되고 있다”며 “김재율 노조위원장을 비롯해 SC제일은행 노조와 금융노조 관계자등 4명 정도가 함께 출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조 진정성 의심”

이와 관련, 리처드 힐 행장은 “원활한 임금단체협상을 위해 개인 성과급제 등 시장에 거스르거나 논쟁이 되는 부분을 제외하기로 했는데 (노조는) 그것조차 듣지 않고 있다”며 “노조가 협상할 의지가 있는지 진정성조차 의심된다”면서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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