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 블랙 스완

2008.11.11 14:02:29 호수 0호

2008년 가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세계 금융위기의 그림자가 걷힐 줄을 모르고 있다.‘검은 화요일’로 불리는 지난 9월16일 세계 증시는 9·11 테러 이래 최대 폭락을 기록했다. 이날 하루 전 세계에서 6천억 달러의 주식이 휴지조각이 돼버렸다. 파산 위기에 놓인 미국 최대 보험회사인 AIG에 미국 정부가 8백5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투입했다. 리먼브러더스, 메릴린치 등을 비롯한 월가 굴지의 투자은행 12개가 무너졌다.
한편, 현직 투자전문가이면서 <능력과 운의 절묘한 조화 Fooled by Randomness>라는 전작으로‘월가의 컬트북 작가’라는 별명을 얻은 레바논 출신의 ‘월가의 이단아’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이 책을 발간하며 가진 한 강연에서 “앞으로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파국이 월가를 덮칠 것”이라는 경고를 날렸다. 월가의‘전문가들’을 향해 강한 독설을 퍼부은 이 책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비판적인 서평을 게재했고, 미국통계학회는 탈레브의 기고문 한 편에 반박 논문 세 편을 함께 게재했다. 학계와 금융계의 반응은 매우 적대적이었다. 탈레브 역시 <가디언>의 자매지인 <옵저버>와의 인터뷰에서 당시의 반응을 생애 최악의 순간이라고 꼽은 바 있다. 그러나 탈레브는 <뉴욕타임스>에 실린 혹평에 조목조목 반박하는 글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려 또 한 번 화제가 됐다. 이 책에 대한 이러한 적대적 태도에도 불구하고 그가 예측한 대로 지금의 월가는 혼란에 휩싸여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그리고 ‘월가의 이단아’는‘월가의 새로운 현자’로 불리고 있다.
모든 부문에 적용할 수 있는, 놀랍도록 잘 짜여진 모델인 검은 백조 아이디어를 사고실험, 인식론, 역사, 경제학, 경영학, 통계학은 물론이고 프랙탈, 수학, 심리학, 게다가 그 자신의 일화까지 재치있게 선보이며 풀어낸 나심 탈레브는 어떤 사람일까.
탈레브는 이 책에서 그가 살아온 다종다양한 경험을 반영하는 것처럼 위트있고 도발적이고 신선한 필치를 선보이며, 빌려오는 영역도 놀라울 정도로 폭넓다. 사고실험, 인식론, 역사, 경제학, 경영학, 통계학은 물론이고 프랙탈, 수학, 심리학, 게다가 그 자신의 일화까지 재치있게 선보인다.
나심 탈레브는 자신이 집필한 책만큼이나 문제적이고 흥미로운 인물이다. 탈레브는 칵테일파티에서 만난 사람들이 자신에게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을 때마다 “저는 회의적 경험주의자이고 게으른 독서가이며, 한 가지 아이디어를 깊이 파고드느라 여념이 없는 사람”이라고 대답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지만 결국은 “리무진 운전기사”라고 간단히 말하는 인물이다. 대서양을 횡단하는 비행기를 탔을 때 부르디외의 책을 읽고 있는 자신에게 어설픈 프랑스어로 말을 건 여성에게도 자신이‘리무진 기사’고, 심지어 ‘최고급’차만 운전한다고 짐짓 으스대 독서의 방해자를 물리친다.
이렇게 위트있는 인물인 탈레브는 레바논 출신으로 자신이 보냈던 어린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경험적 회의주의자’이면서‘월가 현직 투자 전문가에서 철학의 세계로 들어선’인물이다. 그가 열다섯이 되던 해에 그의 할아버지는 레바논의 내무장관이었는데, 학생 소요에 참여하고 있던 그는 투옥된 경험이 있다. 학생이 던진 돌에 맞아 흥분한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총을 난사했는데 당시 소요 진압을 명령했던 것은 그의 할아버지였다. 십대 시절을 레바논에서 보낸 그는 17년이나 끈 레바논 내전에 대해 주변의 어른들의“전쟁이 불과 며칠이면 끝날 것”이라는 말을 들으며 사람들은 “예상을 완전히 벗어나는 사건들이 매일 일어나는데도 그 사건들이 예상 밖의 사건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것을 여러 차례 목격한다. ‘검은 백조’ 아이디어의 시작이었을 것이다.
이 책이 이렇게 놀라운 통찰력을 담은 시대의 아이콘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고, 이 책이 가져온 파장 역시 대단하며, 이 책이 나오자 이제 사람들은 <블랙 스완>과 <블랙 스완>의 통찰력에 대해 설명하려 들고 있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저/ 동녘사이언스 펴냄/ 2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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