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국회 무기계약직 대변한 이승용 전국공공노조 국회지부 사무장

2017.10.10 09:47:44 호수 1135호

“입법기관? 점심값도 안 준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대한민국은 연일 새로운 이슈들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정치·경제·사회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국민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일들로 넘쳐난다. 국민들을 기쁘게 하는 일도 있지만 때론 슬픈 일도, 분노케 하는 일도 적지 않다. <일요시사>는 독자들이 관심 있어 할 만한 이슈들을 엄선해 자세한 내막을 들어보는 시간을 준비했다.
 



대한민국 입법기관인 국회에 ‘노동·복지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여름에는 땡볕서, 겨울에는 칼바람을 맞으면서도 국회 구성원이라는 자부심으로 버틴다. 먼지 구덩이를 헤집는가 하면 하루에 수천명의 사람에게 쉼 없이 말해야 한다. 

그런데 월급명세서에 찍히는 금액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진급은커녕 점심값도 지원받지 못하는 처지에 한숨만 나온다. ‘그만둘까’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집에서 기다리는 가족을 생각하면 약해진다. 이는 국회 무기계약직 직원들의 이야기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전 이승용 전국공공노조 국회지부 사무장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이 사무장과 일문일답.

- 최근 보도자료를 내는 등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요구 사항은?
▲임금 부분이다. 문재인정부가 말한 ‘동일노동·동일임금’을 요구하고 있다. 일한 만큼 받자는 얘기다. 국회방송이 생긴 2004년부터 지금까지 급여에 별 차이가 없다. 14년차인 분도 지금 들어온 신입사원과 급여가 같다. 호봉제가 있는 공무원과 비교하면 격차는 매년 벌어진다.

- 국회 사무처 공무원과 비교했을 때 임금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한 건 아니지만 60%정도 수준으로 보고 있다. 부서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통상 기본급이 130만∼150만원대다. 또 공무원은 가족·직급 수당이 있는데 반해 우리는 시간외 수당 하나뿐이라 차이가 더 벌어진다. 시간외 수당까지 해서 월급이 180만원도 안 될 때가 있다. 수당이 없으니 정액급식비도 없다. 점심값도 지원 못 받고 일하는 처지다.


- 생계를 유지하기에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그렇다. 특히 결혼을 했거나 부모님을 모시는 사람은 더욱 힘들어한다. 요즘 기저귓값, 분유값이 얼만가. 생활을 할 수 있을 만큼은 받아야 하는데…
 

- 국회 공무원들 중 몇몇은 무기계약자들이 맡고 있는 업무가 보조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임금을 적게 받는 게 당연하다는 식의 논리를 내세운다.
▲사실이 아니다. 국회서 일하는 무기계약자 대부분이 메인 업무를 하고 있다. 보조라고 하면 공무원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말하는데 우리는 우리가 현장서 하나부터 열까지 독자적으로 움직인다. 공무원과 동일한 노동이고 전문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가 보조 업무를 하니 저임금이 당연하다는 식으로 몰아붙일 때는 서운한 마음이 든다.

- 업무 강도는 어느 정도인가?
▲음향 감독은 특히 주말근무가 많다. 정당서 행사가 있으면 대기를 하고 있어야 한다. 혹여나 갑자기 회의가 잡히면 집에 있다가도 바로 출근해야 한다. 참관해설사의 경우 연간 52만명의 참관인에게 국회의 세세한 역사까지 설명하고 있다. 역시 주말에도 근무한다. 그런데도 월급은 150만원 수준이다.

문정부에 동일노동·동일임금 요구
알 수 없는 이유로 가로막는 기재부

내 경우에는 4년 전 이맘때쯤 사다리를 타고 먼지 쌓인 천정에 올라가야 했다. 모 의원실에 TV가 안 나온다고 해서 추석 전날에 호출 당했다. 음향 감독인데 TV를 고치러 다닌다. 당시 공무원분이 “너가 (천정에) 올라가”라고 말하더라. 지금은 국회 천정이 어떤 구조로 돼있는지 너무 잘 안다. 국가공인기사라고 하면 어디 가서 꿀리지 않는데 이러고 있다.

- 임금이나 업무 외 차별을 받는 건 없나?
▲여 선생님들이 가장 마음 아파하는 부분이 국회 내 어린이집을 이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대상은 맞다. 그런데 잔인하게도 순위서 많이 밀려 사실상 어린이집에 들어갈 수 없다. 무기계약자 중 유치원을 이용하는 여 선생님이 딱 한 명 있다. 
 

그런데 그 분도 들어가게 된 경위가 있다. 대기 상태였는데, 19대서 20대 국회 넘어가면서 낙선한 의원실 사람이 대거 국회를 떠나면서 우연하게 됐다. 우리끼리 기적이 일어났다고 얘기했다. 또 휴직, 휴가, 월차를 쓰려고 해도 눈치가 보인다. 오죽하면 “우리는 공노비”라고 자조 섞인 얘기를 하겠나.

- 무기계약자 처우에 대한 국회 사무처 측의 반응은?
▲(많은 국회 공무원들이 우리를) 도와주려 한다. 간혹 기재부(기획재정부, 이하 기재부)서 예산을 승인하지 않는다는 핑계로 노력을 게을리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이것저것 많이 신경써주는 건 사실이다. 문제는 기재부다.

-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기계약자 처우 개선을 위해 국회 사무처 측에서 예산을 올려달라고 기재부 측에 매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쯤에는 관계 상임위 보좌관으로부터 예산이 통과됐다는 말도 들었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제대로 된 임금제를 적용받나보다 기대했는데 결과적으로 무산됐다. 이렇게 3~4년째 희망고문을 받고 있다.

- 기재부에도 무기계약자가 있지 않나?
▲그렇다. 그런데 기재부는 자신들 무기계약자에 대해서는 호봉제를 채택하는 등 여러 가지 도움을 주고 있으면서 국회만 안 된다고 거부하고 있다.


- 기재부가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국회 무기계약자에게 호봉제 등이 반영되면 다른 정부부처에도 영향이 가기 때문이 아닐까?

- 향후 계획을 밝혀 달라.
▲지난달 25일 국회 사무처와의 2차 단체협상이 끝났다. 우리가 제시한 협상안에 대해 가부를 결정 중이다. 비관적인 건 아니지만, 아직 온도차가 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임금 협상은 시작도 못했다. 

우리는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니다. 맘 편히 결혼도 하고 부모님도 편하게 모시고 선배들이 자녀를 구김살 없이 키울 수 있을 정도만 됐으면 좋겠다. 그런데 지금 월급과 근무시간으로는 불가능하다. 그 부분에 대해 많은 분들이 생각을 해주셨으면 좋겠다.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린다.


<chm@ilyosisa.co.kr>


[이승용은?]

2005년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여러 회사의 영상제작을 하던 중 2010년 MBC 제작기술부 음향팀에 들어갔다. 이후 2012년부터 국회방송에서 음향 감독으로 근무 중이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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