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조준 적폐 타깃들

2017.08.29 08:36:03 호수 1129호

이명박근혜 잔존세력 소탕한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1호 공약 ‘적폐 청산’이 닻을 올렸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박범계 위원장을 중심으로 적폐청산위원회를 구성, 의제 선정에 나섰다. 주로 권력기관과 관련된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다룰 예정이지만, 국민들의 삶과 직접 연관이 있는 부분의 적폐도 들여다본다는 계획이다. <일요시사>는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겨냥한 적폐 타깃들을 살펴봤다.
 



적폐청산위원회(이하 적폐청산위)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에 맞춰 출범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백혜련 대변인은 지난 14일 국회 정론관서 브리핑을 열고 “적폐청산위는 촛불혁명을 근간으로 출범한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의 적폐청산 의지를 확인하고 이에 대한 국민의 열망에 부응하고자 만들어졌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박범계 선봉
의원 14명 배치 

적폐청산위는 당내 법률 전문가인 박범계 최고위원이 위원장을 맡았다. 간사에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간사인 진선미 의원과 정보위원회 간사인 김병기 의원이 선임됐다. 당 대변인 백혜련 의원은 적폐청산위 대변인으로 임명됐다.

적폐청산위 소속 위원 수는 총 14명. 면면을 살펴보면 당 지도부가 적폐청산위 구성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다. 적폐청산 관련 의제가 있는 국회 상임위별로 ‘인지도’와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을 전면에 배치했다.

법제사법위의 경우 위원장 박범계를 비롯해 백혜련·금태섭·박주민, 행정안전위는 진선미·이재정·표창원, 정보위 김병기·신경민, 기획재정위 김정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신경민,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조승래, 국토교통위 안호영, 국방위 김병기, 환경노동위 강병원,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송기헌 의원 등으로 구성됐다.


구성을 마친 적폐청산위는 지난 22일 열린 2차 회의서 외부 전문가들을 투입해 적폐 청산 과제들을 함께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전문성을 높이는 한편 수사에 나선 검찰에게 여론·논리 등을 뒷받침해줄 것으로 풀이된다.

이명박정권 시절 발생했던 ‘국정원 댓글 사건’이 대표적이다. 최근 민주당과 적폐청산위는 국가정보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의 의뢰로 수사에 나선 검찰을 측면 지원하고 있다.

지난 17일 적폐청산위 1차 회의에 참석한 추미애 당 대표는 “국가정보원이 대북심리전을 빙자해 어떻게 국가 시스템을 무너뜨렸는지 증거가 계속 나오고 있다”며 “지난해 국정감사에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전모가 밝혀졌으니 적폐청산위가 앞장서 올해는 각 상임위서 법과 제도적 토대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MB 댓글 사건
첫 번째 정조준

백 대변인은 논평서 “국정원의 대선 개입의 진짜 배후가 누구인지 반드시 밝힐 것”이라며 “정권의 통치를 위해, 정권의 연장을 위해 국정원을 이용하는 행위는 국가 전복, 내란, 외환 수준의 범죄”라고 강조했다.
 

첫 과제로 국정원 개혁을 꼽은 적폐청산위는 먼저 출범한 국정원 적폐청산 TF와 손발을 맞추는 모습이다. 앞서 TF는 그동안의 활동을 통해 2012년 대선 당시 국정원이 3500명에 달하는 민간인 댓글 부대인 사이버 외곽팀을 30개 운용해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에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위원장 정해구)는 국정원 직원의 요청에 의해 ‘댓글 사건’ 활동에 참여한 인터넷 외곽팀장을 비롯한 민간인 30명에 대해 검찰에 수사 의뢰를 권고했다. 적폐청산 TF는 국정원 개혁발전위 소속이다.

의뢰를 받은 검찰은 댓글 사건에 대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22일 서울중앙지검은 이 사건을 공안2부와 공공형사부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이에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사령관’으로, 박찬호 2차장, 진재선 공안2부장, 김성훈 공공형사수사부장 라인이 완성됐다. 유야무야 넘어갔던 댓글 사건 재수사가 탄력을 받게 된 셈이다.

특히 윤 지검장은 댓글 사건 수사와 ‘악연’이 깊은 인물이다. 지난 2013년 이 사건 수사팀장이었던 윤 지검장은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고 구속기소 의견을 검찰 수뇌부에 전달했다. 

적폐청산위 출범…최종 겨냥은?
여론→의뢰→수사 방정식 구축


그러나 황교안 당시 법무부장관이 박근혜정권의 정당성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수사팀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윤 지검장은 검찰 수뇌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국정원 직원에 대한 체포 및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법무·검찰 수뇌부는 윤 지검장에게 정직 1개월과 좌천성 인사를 단행했다. 문 대통령의 당선 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된 그는 약 4년 만에 댓글 사건 수사를 다시 맡게 됐다.

수사에 나선 검찰은 댓글 사건 관련자 주거지와 사무실 등 30여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여론조작 의혹을 받는 민간인 사이버 외곽팀장 김모씨의 주거지를 비롯, 국정원 퇴직자 모임인 사단법인 양지회, 늘푸른희망연대(‘이명박과 아줌마부대’라는 이 전 대통령 지지단체의 후신) 등이 포함됐다.
 

김모씨를 비롯한 관련자 30여명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검찰은 국정원이 이들에게 지원한 자금 등을 조사하기 위해 계좌추적에도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당시 국정원이 댓글부대 운영에 약 3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사용한 일이 횡령으로 볼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 또 원 전 원장 등에게 직권남용 혐의 적용도 들여다보고 있다.

정치권은 검찰이 이 전 대통령을 수사 대상으로 포함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앞서 댓글 사건 수사와 관련해 한 라디오와 인터뷰서 “이 전 대통령도 예외일 수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 다른 적폐청산 과제는 공영방송 정상화다. 문 대통령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업무보고 자리서 “언론자유지수가 민주정부 때보다 크게 떨어졌다. 특히 공영방송은 독립성과 공공성이 무너져 신뢰가 땅에 떨어진 지 오래”라며 정상화를 촉구했다.

두 번째 타깃
공영방송 정상화

문 대통령의 발언 직후 적폐청산위는 검찰과 방통위가 철저한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당 최고위원회의서 “방송의 공정성, 방송의 공익성을 세워달라는 MBC와 KBS 구성원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며 “현황파악과 실태조사 권한이 있는 방통위가 응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 대변인도 서면을 통해 “이명박·박근혜정부 동안 공영방송은 독재 시절 어용방송, 땡전뉴스처럼 변질됐다”며 “검찰은 MBC의 노조 탄압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통해 관련된 인물들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방통위는 '방송미래발전위원회'를 설치하고 현재 국회서 계류 중인 ‘방송관계법 및 해직언론인 특별법’ 재개정 논의를 지원할 방침이다. 

방통위 내 방송·법률·언론 등 각계전문가, 제작·편성 종사자 대표, 시민단체 등을 포함해 20인 내외로 구성된 미래발전위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사장 선임 절차 등 정상화와 관련한 내용을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올 연말로 예정된 지상파 3사와 MBN 재허가(승인) 심사서 보도·제작의 중립성과 자율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된다. 또 방송사의 부당 해직·징계를 방지하기 위해 인력운영 상황도 조사할 계획이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방통위는 방송이 본연의 사회적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방송의 자유와 독립 회복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여야로 구성된 합의제 기관의 취지를 살려 개방적이고 공정하게 관련 정책들을 추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공영방송 정상화 나선 방통위
창조센터 청산 대상으로 부상

박근혜정부 당시 설치, 운영된 창조경제혁신센터도 청산 대상에 포함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 민주당 인사는 적폐청산 대상을 묻는 질문에 “중앙뿐 아니라 지방정부와 창조경제혁신센터도 포함된다”며 “박근혜·최순실과 관련된 모든 것들이 포함된다고 보면 된다”고 귀띔했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최순실 게이트서 자유롭지 못하다. 박근혜정권은 미래창조과학부를 출범시킨 후 산하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뒀는데, 당초 벤처기업 중심의 센터 운영 계획을 발표했다가 2014년 6월 안종범 경제수석이 들어오자 대기업 중심으로 계획을 변경한 바 있다.

박 전 대통령은 2014년 9월2일 국무회의서 “전국 17개 시도별로 주요 대기업과 창조경제혁신센터를 1대1로 매칭시켜, 전담 지원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알려진 것처럼 박 전 대통령은 창조경제혁신센터와 대기업 회장들과의 간담회 직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대기업 회장들과 독대를 한 사실이 있다.

보수 야당은 민주당의 이 같은 행보를 정치보복으로 규정하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최근 기자회견서 “문 대통령은 취임 100일이 되기까지 아직도 촛불의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적폐 청산은 이제 정치보복과 이념편향, 급진과 졸속의 대명사가 됐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지명 바른정당 대변인도 “적폐에 대한 자의적 규정으로 국정운영은 국민주권시대가 아닌 일부만의 패권시대를 만들 뿐이라는 점을 인식해줬으면 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아른거리는
최순실 그림자

민주당은 ‘정치 보복’이라는 보수 야당의 주장에 선을 그었다. 박 위원장은 “특정 인물, 세력을 겨냥한 게 아닌 나라다운 나라, 새로운 나라, 원칙과 정의가 세워지는 그런 나라를 지향하는 것”이라며 “불법을 가려내 마땅한 처벌을 받게 하는 게 목표다. 현안 대응 관련 각 집행부서서 국정원과 검찰, 경찰에게 어떤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TF 꾸린 국세청 타깃은?
정재계 겨냥했다

국세청이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기로 했다. 대기업·대재산가의 변칙적 탈세를 검증하고 과거 정치적 논란이 있었던 세무조사에 문제가 없었는지 점검해 세무조사 개선 방안을 모색한다는 취지다.

TF는 세무조사 개선, 조세정의 실현 등 두개 분과로 구성됐다. 단장은 한국재정경제학회장을 맡고 있는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가 맡고 각 분과별로 학계·시민단체·경제단체 출신의 외부 위원 5명, 국세청 내부 위원 4씩으로 구성하기로 했다.

세무조사 개선 분과에선 과거 정치적 논란이 된 세무조사에 대한 점검과 평가를 진행한다. 과거 국세청이 중립성을 잃고 정치적 지향점에 따라 움직인 것은 아닌지 돌아보고 이를 반성하겠다는 것이다. 정치권은 해당 분과서 어느 범위까지 평가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조세정의 실현 분과에서는 과세인프라 확충, 조사공무원 전문성 향상 등에 대한 방안을 모색한다. 대기업이나 대재산가의 변칙 상속·증여, 역외 탈세 등 지능적이고 악의적인 탈세에 대한 대응방안도 마련할 방침이다.

또 국세청은 대기업이나 대자산가의 고의적 탈세에 엄정히 대응하기로 했다. 내년 2월까지 6개월간 ‘대기업·대재산가 변칙 상속·증여 검증TF’를 운영, 우회거래나 위장계열사 등 과세회피 유형을 정밀 검증할 계획이다. 자녀 출자법인 부당지원 등 세금 없는 경영권 승계를 차단하기 위함이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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