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못 차린’ NH투자증권

2011.06.24 06:00:00 호수 0호

최원병 ‘잠적’의 리더십 “이래도 안 나타나?”

[일요시사=정혜경 기자] 농협 계열인 NH투자증권이 새파랗게 질렸다. 파랗다 못해 백지장처럼 하얗다. 최근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 투자자들의 매매내역이 유출되는 사고가 벌어져서다. 두 달 전 ‘전산 대란’의 악몽에 몸서리가 쳐진다. 당연히 농협중앙회의 신뢰는 바닥에 떨어졌고 고객들의 불신감은 극에 달했다. 그러나 사태를 전방에서 진압해야 할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농협이 위기에 처한 지금, 최 회장은 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걸까.

고객 매매체결 내역 실시간 유출…전산망 허점
계약직 직원 실수?…최 회장은 얼굴도 안 비쳐



지난 16일 오후 NH투자증권은 사색이 됐다. 시세조회용 HTS에 투자자들의 거래 내역이 실시간으로 노출되는 사고가 벌어진 때문이다

투자자의 이름과 계좌번호, 체결 종목·가격, 거래량 등 구체적인 거래 내역이 시세조회용 HTS 화면의 ‘체결알림판’에 표시됐다. 당시 HTS에 시세조회용으로 접속한 준회원 이용자들은 12명. 이들에게 다른 투자자들의 실제 거래내역이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증권사 HTS에서 거래된 내역이 유출된 건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특정 투자자의 거래내역을 불법 조회한 사례는 있었지만 증권사를 통해 투자자들의 거래내역 전체가 유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체 내역 실시간 노출

이번 사태와 관련, NH투자증권은 직원의 단순 실수 일뿐이라는 입장이다. NH투자증권 측 관계자는 “프로그램을 입력하는 계약직 직원이 입력값을 잘못 집어넣어 장중 거래내역이 일시적으로 유출됐다”며 “이번 사고로 인한 피해는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시스템 자체의 오류나 보안 문제에 따른 외부 해킹이 아닌 실수로 인한 단순 사고”라고 선을 그었다.

이 같은 해명에도 업계는 고개를 가로 젓고 있다. 개인의 사소한 실수가 치명적인 전산오류로 이어지게 되는 전산시스템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직원에 모든 책임을 돌리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NH투자증권의 태도에 날선 비판이 줄을 지었다.

금융감독원도 ‘회초리’를 들었다. 금감원 측 관계자는 “특정인의 금융거래정보가 제3자에게 노출됐다는 점에서 금융실명제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필요하면 전산부문에 대해 직접 방문 검사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현재 NH투자증권에 자세한 사건 경위를 보고토록 했으며 검토를 거쳐 조치 수위를 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NH투자증권 측 관계자는 “사내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한 결과 고의나 악의가 아닌 실수로 인한 오류일 경우 현행법상 금융실명제에 적용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강경한 입장이다. 만일 고의가 아닌 사고라는 이유로 실명제법에 저촉이 되지 않더라도 금감원 감독 규정으로 책임을 묻는다는 방침이다.

호되게 당해서 잠수?

이번 사태로 농협중앙회는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다. 금감원의 매질이 두렵기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 4월 업계 사상 최악의 ‘전산대란’을 겪은 지 채 2개월도 안된 시점에서 이같은 사태가 불거져서다. 지난달에는 농협중앙회의 일부 전자금융시스템이 4시간가량 ‘먹통’이 되기도 했다. 신뢰도에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지만 사태를 진두에서 진화해야 할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은 일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그러나 업계와 언론계는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2달 전 전산사태 당시 ‘험한 꼴’을 당한 걸 감안하면 그럴 만도 하다는 것이다.

당시 최 회장은 사고 발발 이후 대국민 사과를 하는 자리에서 모든 책임을 일선 직원 탓으로 돌렸다. 비상임을 이유로 본인은 책임질 것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후 이재관 IT담당 전무가 책임지고 사퇴 입장을 밝히고 옷을 벗을 때도 최 회장은 ‘먼 산’만 바라보고 있었다. 당연히 세간의 집중포화가 이어졌고 최 회장은 ‘만신창이’가 됐다. 이 일 이후 최 회장은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극도로 꺼려하고 있다는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물론 이는 업계에서 회자되는 하나의 ‘설’에 불과하다. 최 회장의 진짜 속내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확실한 점은 잇따르는 금융회사의 IT관련 전산사고로 금융권 전반에 대한 국민 불신이 커져만 가는 지금, 이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마련에 최 회장이 발 빠르게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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