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일감 몰빵대기업 내부거래 실태⑩부영그룹

2011.06.23 06:00:00 호수 0호

공사장에 착 붙어 빌어먹는 ‘흡혈 4총사’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대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줘 ‘곳간’을 채워주는 ‘반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기업일수록 심하다. 시민단체들이 귀에 딱지가 앉도록 지적해 왔지만 변칙적인 ‘부 대물림’은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대화·남광, ‘형제 없인 못살아’ 100% 관계사 매출
광영·동광, ‘통큰 지원’ 매년 수백·수천억씩 토스



재계 순위 19위(공기업 및 민영화 공기업 제외)인 부영그룹은 총 17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중 내부거래 비율이 높은 회사는 ‘대화기건’, ‘남광건설산업’, ‘광영토건’, ‘동광주택산업’등 4개사다. 이들 회사는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실적이 거의 ‘안방’에서 나왔다.

1998년 4월 설립된 대화기건은 소방시설 등 건물용 기계장비 설치 업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부인 나길순씨가 40%의 지분율로 대화기건 최대주주다. 이 회장의 동생 이신근 동광종합토건 회장도 10% 지분이 있어 오너일가 지분율이 50%에 달한다.

도급공사 넘겨

문제는 대화기건의 자생 능력이다. 그룹 차원에서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사실상 지속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대화기건은 지난해 계열사와의 거래로 100% 매출을 올렸다. 40억3100만원이 모두 부영그룹 계열사에서 나왔다. 대화기건에 일거리를 넘겨준 계열사는 부영주택(19억7900만원), 광영토건(11억3500만원), 동광주택(6억9900만원), 남광건설산업(2억1800만원) 등이다.

2009년에도 관계사 의존도는 100%였다. 대화기건은 60억1900만원의 매출을 모두 부영(44억9600만원), 동광주택산업(7억9300만원), 신록개발(5억7500만원), 남광건설산업(1억5300만원) 등 계열사와의 거래로 채웠다.

남광건설산업도 내부 물량이 없으면 문을 닫아야 할 처지다. 1995년 8월 설립된 남광건설산업은 토목공사, 아파트·주택건설 등 종합건설업체로, 이 회장이 현재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남광건설산업 역시 지난해 매출 100%가 관계사와의 거래로 이뤄졌다. 남광건설산업은 동광주택을 통해 44억73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동광주택은 남광건설산업에 천안 청수지구 아파트의 골조공사를 맡겼다. 과거에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부영주택, 동광주택, 광영토건 등 그룹 건설 주력사들은 전국 사업장의 도급공사를 남광건설산업에 넘겼다.

남광건설산업이 계열사와 거래한 매출 비중은 ▲2005년 83%(총매출 322억9100만원-관계사거래 267억6500만원 ▲2006년 99%(456억5900만원-449억7900만원) ▲2007년 100%(349억8700만원-349억8700만원) ▲2008년 95%(242억9400만원-231억6800만원) ▲2009년 100%(639억4100만원-639억4100만원)로 나타났다.

다만 남광건설산업은 오너일가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이 회장의 친인척 이춘엽씨의 지분 6%가 전부다. 나머지는 일반 주주들이 갖고 있다.

대화기건과 남광건설산업의 든든한 지원군인 광영토건과 동광주택산업도 일감 몰아주기가 의심된다. 1980년 2월 설립된 광영토건은 토목시설물 건설업체다. 이 회장(3.5%)을 비롯해 아들 이성훈씨(8.33%), 이신근 회장(11.49%), 동서 이영권씨(24.58%) 등 오너일가 지분이 총 44.4%에 이른다.

광영토건은 지난해 매출 307억9100만원 가운데 76%인 235억4600만원을 부영주택(232억5500만원), 동광주택(2억9100만원) 등 계열사들로부터 올렸다. 광영토건의 내부거래율은 ▲2005년 95%(540억3700만원-515억5200만원) ▲2006년 97%(587억8800만원-568억5800만원) ▲2007년 77%(417억8600만원-321억700만원) ▲2008년 92%(345억2300만원-318억4100만원) ▲2009년 59%(120억3200만원-71억500만원)로 조사됐다.

그전엔 더 심했다. 밀어준 금액이 훨씬 컸다. 2001∼2004년에도 내부거래 비중이 69∼97%로 높았다. 부영그룹 계열사들이 광영토건에 내려준 금액은 각각 2199억5100만원, 1361억3200만원, 1147억8400만원, 686억1900만원으로 최근 5년간 지원액보다 많았다.
1986년 7월 설립된 동광주택산업은 주거용 건물 개발 및 공급업체다. 이 업체의 주주들은 이 회장의 친인척들로 빼곡하다. 이 회장(4.57%)과 부인 나씨(1.09%), 자녀 성훈·성욱·성한·서정씨(각각 0.87%)를 포함해 친인척 15명이 지분 42.29%를 소유하고 있다.
동광주택산업의 내부거래율은 ▲2005년 94%(1173억3400만원-1104억7600만원) ▲2006년 83%(2045억3200만원-1691억8900만원) ▲2007년 78%(1429억8000만원-1115억2500만원) ▲2008년 89%(1330억7200만원-1187억700만원) ▲2009년 30%(301억9600만원-91억5700만원)를 기록했다.

철퇴 맞고도…

지난해의 경우 계열사와 단 한 푼도 거래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동광주택산업은 지난해 매출이 폭삭 주저앉아 8900만원에 불과했다.
부영그룹은 부당 내부거래로 철퇴를 맞은 적이 있다. 공정위는 2004년 10월 부영, 부영파이낸스, 동광주택산업 등 부영그룹 3개 계열사가 197억원 상당의 부당지원을 해온 사실을 적발하고 총 3억4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 대규모 내부거래를 하고도 공시의무를 지키지 않은 부영과 동광주택산업에 대해서도 각각 56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 바 있다.

<대화·남광·광영·동광 기부 실태>

그렇게 받아먹고 나눔 ‘0원’


부영그룹 계열사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대화기건, 남광건설산업, 광영토건, 동광주택산업 등 4개사는 기부를 얼마나 할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남광건설산업은 지난해 기부금을 단 한 푼도 내지 않았다. 광영토건도 지난해 기부액이 ‘0원’이다. 동광주택산업 역시 기부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화기건의 경우 공시를 하지 않아 기부 내역을 알 수 없다. 다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공시한 2007년도 감사보고서를 보면 그해 10억원을 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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