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배지들 ‘체육단체장 겸직’ 열풍 내막

2011.06.23 06:00:00 호수 0호

내 돈 안들이고 이름 알리는 덴 ‘최고’?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이 지난 3일 프로농구인 단체인 한국농구연맹(KBL)의 제7대 총재에 당선되면서 정치인과 체육단체장 간의 관계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비체육인인 정치인들의 체육단체장 겸직 열풍과 낙하산 인사로 지탄 받고 있는 실상을 파헤쳐 봤다.

돈 물어오는 권력-표 모아주는 조직 ‘공생 관계’
KBL 총재, 경선 선출로 낙하산 인사 누명 벗나?
     
그간 체육단체장 자리는 밀어주기 식 ‘낙하산 인사’로 지탄 받았다. 단체장 선출 때마다 각 종목별 전문성과는 전혀 무관한 인사 내정으로 체육계와 정치권 간에 신경전이 벌어지기 일쑤였다.

그간 추대를 통해 선임되는 악 관례 속에 최근 한선교 의원이 체육단체장 선출 사상 최초로 치열한 경선으로 선출돼 화재가 되고 있다. 평소 ‘농구광’으로 소문난 한 의원이지만 그토록 총재자리에 목을 맸던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체육 ‘계약커플’

현재 체육단체장을 맡고 있는 현직 국회의원은 한 의원을 비롯해 총 4명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전 최고위원은 2008년부터 대한태권도협회장직을 맡고 있고, 강승규 한나라당 의원은 2009년 대한야구협회장을, 이종걸 민주당 의원은 대한농구협회장을 맡고 있다. 공성진 한나라당 전 의원도 한국종합격투스포츠연맹 총재직을 맡고 있었지만 지난 9일 열린 공판에서 불법 정치자금 수수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며 의원직을 상실했다. 하지만 아직 총재직은 수행중이다.

뿐만 아니다 임태희 대통령실장 또한 지난해 7월 청와대로 가면서 의원 배지를 포기했지만 지난 2008년부터 맡고 있는 대한배구협회장직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바쁜 의정활동에도 국회의원들이 체육단체장을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나라당 관계자는 “스포츠단체장이라는 자리를 통해 종목 동호인들은 물론 일반인에게 쉽게 자신을 홍보할 수 있는데다, 활기찬 이미지를 대중에게 심을 수 있는 강점이 있어 결국 ‘표심’ 장악에 유리하다”며 “한 마디로 ‘노다지 밭’이다”고 설명했다.

대한태권도협회장직을 맡고 있는 홍 전 최고위원만 봐도 체육단체장 자리가 얼마나 큰 자산인지 여실히 드러난다. 국내 유단자 회원 650여만명에 달하는 신분증에는 협회장인 ‘홍준표’라는 이름석자가 선명하게 새겨진다. 또 전 세계 5000만명에 달하는 회원들과 관계자들에게도 각인 시킬 수 있어 협회장 자리의 효과를 여실히 보여준다.

따라서 정치권 일각에서는 “9시뉴스에 열 번 나오는 것보다 스포츠뉴스에 한 번 나오는 게 낫다”는 말도 있다. 그만큼 체육단체장의 홍보효과는 크다는 것이다.

의원들 뿐 아니라 체육단체들도 의원들을 선호하는 실정이다. 여기에는 재정적인 요인도 작용한다. 한 경기단체 관계자는 “단체들은 거의 후원금이나 협찬금으로 운영된다”며 “사업을 진행할 때 타이틀 스폰서를 구하는 게 가장 중요한데, 아무래도 유력 정치인이 오면 자금 동원이 상대적으로 낫다”고 밝혔다.

또 해당 분야에 문제가 생길 시 정치인들이 입법이나 제도 개선 등의 의정활동을 통해 보호막 역할을 해 줄 수 있다는 것도 체육계로서는 환영할 만한 사안이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결국 스포츠계와 정치인들이 윈·윈하는 관계가 되기 때문에 정치인 출신 스포츠단체장이 계속 나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정치권과 체육계의 ‘계약커플’ 사이에 여러 문제점들도 지적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전문성이 결여된 밀어주기 식 낙하산 인사다.

한 예로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임을 자부하는 프로야구가 축구계를 부러워하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축구인들이 대한축구협회 회장을 자유투표로 선출한다는 것이다.

축구와는 대조적으로 프로야구는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를 이사회에서 추대해 선임한다. 하지만 문제는 야구인들의 ‘자율의지’로의 추대가 아닌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야구계 현장에서는 박용오 전 총재나 유영구 전 총재처럼 자율로 추대하는 세번째 ‘민선총재’를 부르짖고 있지만, 정부나 정치권에서 사장단과 사전 교감을 가진 뒤 민선을 가장한 낙하산 총재를 추대하도록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할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한편, 현장의 야구인들은 박용오 전 총재처럼 야구에 애정을 갖고 있고 수십년간 야구단을 운영해온 구단주 중에 한 명이나, 야구인 출신 가운데 명망과 지도력이 있는 사람이 총재를 맡아 야구계를 이끌어가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총재 승인권을 가지고 있는 문화부 관계자들은 이같은 움직임에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고, 유인촌 전 문화부 장관은 “체육단체장은 체육인끼리 알아서 하는 게 좋다”고 말했지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관계자들은 많지 않다.

‘농구광’ 출신 총재

이러한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한선교 KBL 총재 선출은 주목을 끌고 있다. 평소 농구장을 자주 찾으며 ‘농구광’으로 불린 그는 농구에 대한 관심이 높을 뿐 아니라  파벌 다툼과 낙하산 인사 선출이 아닌 치열한 경선 끝에 당선된 최초의 체육단체장에서다.

지난 2008년 KBL 총재직에 도전했다가 추대 받지 못한 한 의원은 KBL은 지난 1일 임시총회를 열고 총재 경선에 출마한 전육 전 총재와 한 의원, 이인표 KBL 패밀리 등 세 명의 후보를 놓고 투표를 실시했다. 1차 투표에서 1,2위를 차지한 전 총재와 한 의원을 놓고 재투표를 실시했지만 5차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 끝에 당선됐다.
정치인이 프로 단체장을 맡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 대해서는 한 의원은 “말이 필요 없다. 결과로 보여주겠다. 여의도 국회와 KBL 센터는 매우 가깝다. 공간적인 거리감이 거의 없다. 또한 나는 문방위 위원이기도 하다. KBL 발전을 위해 법과 제도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부정적인 측면을 지워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한 의원의 총재 선출로 타 종목 단체장도 투명한 경선 과정을 통해 선출되어 건강한 스포츠 문화가 자리 잡고 팬들에게 더 큰 즐거움과 만족을 줄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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