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빅3 농락한 연쇄절도사건 전말

2011.06.22 06:00:00 호수 0호

에스원·ADT캡스·KT텔레캅 줄줄이 털렸다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국내 보안 업계 빅3 에스원, ADT캡스, KT텔레캅이 굴욕을 당했다. 케어를 받고 있는 상점 25군데가 줄줄이 털려서다. 상점 입구에 내건 보안업체 마크만 봐도 의례 겁을 집어 먹을 법 한데 이 절도범은 “보안가입 상점이 제일 쉬웠다”고 말한다. 대체 이들 보안업체의 ‘구멍’은 무엇일까.

보안업체 가입된 곳만 골라 25군데 턴 절도범 검거
범행에 1분…출동 25분 걸리는 보안업체 ‘속수무책’



지난 4월19일 새벽, 길을 지나던 한 남성이 불이 꺼진 상가의 문을 수차례 흔들었다. 비상벨이 울리자 남성은 자리를 피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보안업체 직원이 해당 장소로 출동했다.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을 확인한 보안업체 직원들은 자리를 떴다. 그러자 문제의 남성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비상벨에 놀라 달아났던 게 아니었다. 인근에 숨어 보안업체가 출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재고 있던 것이다.

그는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장비는 간단했다. 마스크와 장갑, 드라이버가 전부였다. 남성은 능란한 솜씨로 상점문을 따고 들어가 현금보관함으로 직행, 돈을 집어 달아났다. 걸린 시간은 불과 1여분. 뒤늦게 현장에 도착한 보안업체는 피해현장을 망연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연쇄절도범 김모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지난 3일 검거 전까지 25개 상점에서 27건의 절도행각을 벌였다. 그 피해액은 1050만원에 달한다. 특수절도 9범인 김씨의 범죄 행각은 수감생활을 하다 출소한 직후인 지난 4월19일 시작됐다. 사실상 무적자로 사우나와 찜질방을 전전하던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도둑질’뿐이었다.

드라이버 하나로

김씨는 먹잇감으로 대로변에 자리한 상점을 물색했다. 불을 켜지 않아도 가로등 불빛에 실내가 훤히 보이는 데다 도주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범행은 주로 인적인 드문 새벽 2시에서 5시 사이에 행해졌다.

눈여겨 볼 점은 김씨가 보안업체에 가입된 상점만 노렸다는 것이다. 여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보안업체에 가입된 상점의 경우 불이 꺼져 있으면 통상 안에 사람이 없다. 사람과 마주칠 경우 부득이 하게 강도로 돌변해야 되는데 이는 단순절도와 달리 처벌이 무겁다. 붙잡힐 경우 보다 관대한 처벌을 받기 위한 나름의 안전막인 셈이다.

무엇보다 보안직원이 도착하기 전까진 아무런 걸림돌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었다. 경보음 등 이상신호가 감지되면 관제센터는 보안요원들에 출동을 지시한다. 출동명령을 받은 보안직원이 현장에 도착해야 하는 시간은 최대 25분.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적어도 이 시간만큼은 ‘김씨의 세상’인 셈이다. 첨단으로 무장한 보안업체들은 김씨의 드라이버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져갔다.

이런 김씨가 덜미를 잡힌 건 과한 욕심을 부리면서다. 지난달 주유소에 침입했다 전기식 현금인출기가 열리지 않자 통째로 뜯어 달아났다. 그간 김씨는 범행 시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려 CCTV에 찍인 영상으로는 신원을 식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김씨가 돈을 꺼내기 위해 인근에 자리한 밭에서 현금인출기를 부순 뒤 돈을 챙겨 나오는 과정에서 그의 얼굴이 CCTV에 포착됐다.

보안업체 불신

경찰은 피해상가의 CCTV를 분석, 지난 4월13일 출소한 동종전과의 김씨를 용의자로 특정지었다. 이후 경찰은 특별수사팀을 편성, 매일 새벽 2시에서 5시 사이 범행 발생 가능지역에 투입 시켰다. 그 끝에 지난 3일 새벽 구리시 수택동의 주유소 인근에서 범행을 준비하던 김씨를 붙잡았다.

이번 사건과 관련, 총부리는 보안업체의 미간에 정조준 됐다. 피해 상점들이 가입한 보안업체는 에스원과 ADT캡스, KT텔레캅. 보안업계 ‘빅3’가 일개 좀도둑에 농락당한 때문이다. 사방에서 원망과 문책의 화살이 쏟아졌다.

특히 피해자들을 비롯한 인근 상점 업주들은 보안업체에 대한 강한 불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 피해상점 업주는 “결국 마음만 먹으면 다 털어갈 수 있는 것 아니냐”라며 “이러려고 비싼 돈 내면서까지 보안업체에 가입한 게 아니다”라고 다소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피해 상점 인근에 자리한 상점 업주도 “이래서 어떻게 믿고 맡기겠느냐”라며 “차라리 보안업체 가입을 해지하고 개인적으로 방법시설을 강화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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