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복달임 ‘기러기탕’을 아십니까

2017.07.24 10:32:14 호수 1124호

한 그릇만 먹어도 더위 ‘훨훨’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시작됐다. 폭염주의보가 내릴 정도로 강렬한 더위다. 짧은 장마 끝에 몰려온 더위에 사람들은 지쳐간다. 몸은 축축 늘어지고 입맛도 없다. 영양 보충이 필요한 시기다. 삼계탕, 보신탕은 여전히 손꼽히는 여름철 보양식이지만 식상한 감이 없지 않다. 이제는 ‘기러기 고기’를 먹어보자.
 



선조들은 복달임이라고 해 삼복이 되면 몸보신 음식을 먹고 시원한 물가를 찾아 더위를 이겨냈다. 더위를 더위로 이긴다는 ‘이열치열’에 맞춰 영양이 풍부한 음식을 땀을 뻘뻘 흘리면서 먹음으로써 허해진 기를 보충하곤 했다. 

복날 이색 음식

조상들의 복달임 풍습은 지금까지 이어져 초복·중복·말복은 삼계탕 먹는 날로 굳어졌다. 삼계탕을 먹기 위해 식당 앞에 길게 늘어선 사람 행렬은 복날마다 볼 수 있는 가장 흔한 풍경이 됐다.

여전히 복날 대표 음식으로 사랑받고 있지만 삼계탕과 보신탕을 먹는 사람들은 조금씩 줄고 있다. 대신 이색 복날 음식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때문에 프랜차이즈 업계나 식당가에선 사람들의 다양해진 입맛을 잡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 중에서도 최근 각광받고 있는 것이 기러기탕 등 ‘기러기 고기’로 만든 다양한 음식들이다.

기러기 고기를 보양식으로 먹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기러기하면 가을에 왔다 봄에 돌아가는 철새로 알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말 그대로 ‘아는 사람만 아는’ 보양식인 셈이다. 


우리나라에 기러기 음식이 알려진 건 1998년 충남 예산에 전문 음식점이 생기면서부터다. 식당 주인은 고향이 함경북도 함흥인 아버지가 어렸을 때 먹었던 기러기 음식을 그리워해 조리법을 개발했다.

백숙·칼국수·육회·수육으로 요리
기러기 알 기름은 피부에 바르기도

기러기 고기는 우리에겐 다소 생소하지만 북한에선 첫날밤을 앞둔 새신랑에게 꼭 먹였다고 할 만큼 기력 회복에 좋은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기러기 고기에 황기, 엄나무, 오가피 등 갖가지 약재와 마늘, 생강, 파 등의 채소를 넣어 끓인 요리다.

조리법은 어렵지 않다. 먼저 손질한 기러기를 흐르는 물에 씻어 남은 핏물을 제거한다. 끓는 물에 황기와 오가피, 엄나무 등을 넣어 육수를 우린다. 여기에 기러기와 대추, 밤, 생강, 마늘, 파 등을 넣고 한 시간 가량 푹 끓여낸다. 

먹기 좋게 찢은 기러기 고기와 뼈를 우린 육수에 담아 한 그릇 먹으면 더위는 가볍게 물리칠 수 있다. 맑은 국물은 텁텁하지 않으면서도 진하다.
 

육수가 남았다면 양념장과 면을 넣어 칼국수로도 즐길 수 있다. 면이 부담스럽다면 부추 등을 넣고 죽으로 만들어 먹어도 된다. 기러기 가슴살을 얇게 저며 참기름 등에 무쳐 육회로 먹어도 일품이다. 이 때 잣을 갈아 올려 먹으면 고소한 맛을 더욱 진하게 느낄 수 있다.

<동의보감>에 기러기는 ‘아육’으로 기록돼있다. 붉은 수탉, 검은 수탉, 누런 수탉과 함께 중요한 약재라고 나와 있다. 기러기 기름은 기가 돌지 못하는 것을 치료하고 기러기 살은 풍을 치료한다고 돼있다. 특히 기력을 돋우고 피를 보충하는 효과가 뛰어나 노인 보양식으로 으뜸이다.

의외로 담백한 맛
기력 회복에 효과

기러기 고기에는 닭고기나 오리고기보다 칼륨이 55배가량 많이 함유돼있다. 칼슘을 많이 머금고 있기 때문에 뼈를 건강하게 하고 중풍, 고혈압, 신경통, 골다공증에 좋다. 이외에도 필수 아미노산과 두뇌 개발에 필요한 DHA도 다량으로 함유해서 어린이, 청소년 등 성장기 아이들 영양식으로 훌륭하다.

삼백초 뿌리를 끓인 물에 기러기를 고아 만든 보양삼백고는 정력을 높이고 풍증의 치료와 예방에 도움을 준다. 또한 중환자의 회복식이나 만성병 환자의 양생 음식으로 적합하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기력 회복에는 최고의 음식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알은 달걀보다 크기가 약간 큰 편이다. 크기가 큰 만큼 열량이 높고 지방도 2배나 많이 함유돼있다. 칼슘 역시 달걀보다 많으며 인은 비슷한 정도다. 기러기 알에서 추출한 기름을 먹거나 바르는 경우도 있다. 기러기 알 노른자 기름은 다리 저림 증상이 있는 사람에게 효과적이다.

부작용 적어

식용 기러기는 농장서 양식된다. 태어난 지 10일가량 된 기러기는 건조실로 옮겨진다. 푹신한 왕겨가 깔린 운동장서 4~5개월을 키우면 크기가 커진다. 보통 1년에 100여개의 알을 낳는데 철새의 습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3∼7월 사이에만 알을 낳는다.

기러기는 성질이 평이해서 별다른 부작용은 없다. 다만 몸이 차거나 설사를 자주하는 경우 많이 먹지 않는 게 좋다. 또 지방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과다섭취할 경우 살이 찔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적당량만 먹는 게 오히려 건강에 좋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양반 보양식’ 임자수탕을 아십니까

임자수탕은 궁중서 즐겨 먹던 보양식으로 알려져 있다. 이열치열을 위한 뜨거운 음식이 아닌 임자수탕은 시원한 냉국이다. 영계를 고아 만든 국물에 껍질을 벗겨 볶은 깨를 갈아 체에 밭친 물을 섞고 미나리, 오이, 버섯과 같은 채소를 올린 음식이다.

임수자탕의 국물인 깻국이 별미인데, <동의보감>에서 깨는 사람의 생명을 기르는 곡식 중 첫 번째로 꼽았다. 또 오랫동안 먹으면 몸이 가벼워지고 늙지를 않으며 굶어도 배가 고프지 않고 수명이 연장된다고 기록돼있다. 또 들깨로 죽을 끓여 장기간 복용하면 피부 노화를 막을 수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때문에 옛 선조들은 결혼 적령기 딸을 위해 들깨죽을 먹였다고 한다. 임자수탕의 주재료인 닭 역시 중국 명나라 때의 <본초강목>에선 “보양하는 성질이 있어 속이 차가워지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고 적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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