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당당함 가장한 오리온의 뻔뻔함

2011.06.03 13:31:02 호수 0호

오리온그룹 담철곤 회장이 결국 구속됐다. 검찰이 30대 재계총수를 소환조사한 지 사흘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전격 구속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당초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을 때만 하더라도 세간의 반응은 ‘혹시나’ 하면서도 ‘역시나 아닐까’라고 의심했었다. 예전에 늘 그랬던 것처럼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담당한 판사가 “구속 요건은 충분하나 현 국가경제 상황과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라고 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늦은 밤까지 영장심사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 걸 보니 법원으로서도 이런저런 고심의 흔적이 역력해 보인다. 그 결과 사법부의 판단은 역시 옳았다. 이번엔 재벌의 불법과 비리를 엄단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전에 검찰은 이미 160억원 상당의 비자금 조성을 지시하고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이른바 ‘금고지기’ 노릇을 한 전략담당사장 조경민씨를 구속 수감했다. 비자금 조성을 도와준 서미갤러리 대표 홍송원씨 역시 이번엔 검찰의 예봉을 비껴가지 못하고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홍씨는 그간 재벌 관련 비자금 사건이 터질 때마다 ‘스캔들 메이커’로 지목되곤 했었다. 더욱이 이번 비자금 사건의 ‘몸통’인 담 회장은 휴일에 자택을 압수수색당하는 재계 역사상 초유의 ‘수모’를 겪기도 했다.


오리온이 어떤 그룹인가? 고 이양구 창업주가 피땀 흘려 쌓아온 금자탑을 아들이 없어 사위인 담 회장에게 물려주었고, 그 역시 그런대로 잘 경영해나가는 듯했다. 그의 부인인 이화경씨도 사장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었기에 외관상 별 탈 없는 듯 보였다.

하지만 뒤에서 이런 불법적인 ‘꼼수’가 자행되고 있을 줄 누가 알았으랴. 다른 건 다 제쳐두고라도 회장과 사장이 계열 법인 명의로 수억원을 호가하는 고급 외제 스포츠카를, 그것도 한 두 대가 아닌 여러 대 구입해 자식들을 통학시키는 등의 개인용도로 사용한 것만 봐도 그들의 부도덕한 경영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보니 상황이 이럴진대, 뻔뻔하게도 오리온그룹은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기 이전에 ‘근거 없이 비자금 관련 기사를 썼다’며 <일요시사>와 취재기자를 상대로 각각 1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기사가 나가자마자 법무법인을 통해 ‘우리 의뢰인께서 추후엔 이런 기사를 안 썼으면 하신다’는 점잖은 협박 통고서 한 장 달랑 보내고선 곧바로 서울중앙지법에 당당하게 소장을 제출한 것이다.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억’소리에 ‘억장’이 무너진다. 그들에게 억은 역시 ‘껌값’인 모양이다. 언론사에서 뭐 빼먹을 게 있다고 그랬을까. 아마도 비자금만으론 성이 안 찬 모양이다.

‘방귀 뀐 X이 성 낸다’더니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당당함을 가장한 뻔뻔함이 도를 넘어도 한참 넘어섰다. 작은 언론사라고 얕본 것일까? 그네들이 ‘진정한 언론’이라고 인정하는 유력일간지였다면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다.

이번에 오리온을 대신해 <일요시사>를 고소한 법무법인 ‘새빛’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며느리 서향희씨가 대표변호사를 맡고 있다. 몇 해 전 세간의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늦장가를 간 박지만씨의 부인이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올케인 것이다.

오리온의 불법 비위사실을 변론하기 위해 급거 구성한 ‘초호화 변호인단’도 서씨가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누이가 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라면 사건도 좀 가려서 수임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싶다.

돈이면 다 된다는 기업의 뻔뻔함과, 그 뻔뻔함을 돈을 받고 당당하게 비호해주는 법무법인의 행태에 고개가 절로 숙연해진다.

하물며 동전에도 양면이 존재하듯 사람에게도 양면성이 있다. 당당함과 뻔뻔함이란 양면이…. 그렇다면 <일요시사>와 오리온 중 누가 뻔뻔하고 누가 당당한 것일까. 그 결과는 검찰의 수사가 끝나고 법원에서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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