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판결]법원도 감동한 양아들의 효도 사연

2011.06.03 13:23:41 호수 0호

상속재산 50% 기여분 인정 훈훈한 판결

친자식이 아니라도 병든 노부모의 병수발을 들며 장기간 모셨다면 양아들이 유산을 절반 정도 물려받을 자격이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40~50년간 부모를 모신 양아들의 아내가 상속재산의 기여분을 결정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법원이 양아들의 기여분을 50%로 인정한 것. 통상적으로 기여분을 인정받으려면 부모를 모시는 수준을 넘어선 극진한 봉양이거나 재산이 늘어나는 데 이바지하는 등 특별한 부양 조건에 해당해야 하는데 법원은 이를 인정했다. 법원도 감동한 양아들의 극진한 효심은 과연 어느 정도였을까.

삼촌 부부 양자로 들어가 40~50년간 극진히 봉양
치매·병수발도 마다 않은 지난 반백년 세월 인정



서울가정법원 가사 2부(재판장 최재혁)는 20세 무렵부터 삼촌 부부의 양자로 들어가 삼촌 부부를 모시고 살았던 박모(2009년 65세로 사망)씨의 부인(69·여)과 자녀들이 삼촌 부부의 친딸 7명 등 가족 20명을 상대로 상속 재산의 기여분을 결정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양자인 박씨의 기여분을 50%로 인정했다.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박씨는 20살 무렵인 1950년부터 딸만 7명을 둔 삼촌댁에 양자로 들어가 어업과 농사일을 하면서 삼촌 부부를 모셨다. 1966년 박씨는 부인 김씨와 결혼했고, 김씨 역시 시삼촌 부부를 시부모처럼 섬겼다.

극진한 효심 인정

이후 박씨는 서른 살이 넘어 자녀 3명을 낳은 뒤인 1974년이 돼서야 정식 양자가 됐고, 이후에도 변함없이 어업과 농업을 하면서 양부모를 극진히 봉양했다. 95세와 101세가 되어 돌아가시기 전까지 박씨 부부는 40~50년의 세월을 묵묵히 양보무를 모셨다. 3년간 치매로 고생한 양어머니를 돌보는 것은 물론 잦은 병치레로 20여 년 간 입·퇴원을 반복한 양아버지의 병수발과 병원비용을 모두 부담했다.

하지만 결국 양어머니는 1994년 95세로 세상을 떠났고, 이어 양아버지도 2002년 101세로 숨을 거뒀으며, 박씨 역시 2002년 65세로 사망했다.

양부모가 사망하자 유산 문제로 가정이 시끄러워졌다. 양부모는 선산과 주택, 전답 등 5억5000만원 가량의 유산을 남겼지만 박씨와 양부모의 친딸들은 재산분할 협의를 별도로 하지 않고 법정상속분대로 지분을 공유하는 내용의 소유권 이전등기를 해버렸다.

하지만 박씨마저 세상을 떠나자 재산분배에 이견이 생기기 시작했다. 박씨의 아내는 남편이 양부모를 극진히 모셨고, 상속 재산의 유지, 증가에 특별히 이바지 했으므로 기여분을 100% 인정해 달라고 주장한 반면, 친딸 쪽은 이를 인정하지 않아 결국 법원을 찾게 된 것.

이와 관련 재판부는 "상속 유산에서 박씨의 기여분이 50%"라며 "이를 기준으로 재산을 분할하라"고 판결했다.

이어 "박씨 부부가 양부모를 40~50년 봉양하면서 소요되는 모든 비용을 부담했고, 부모의 치매와 장기 병치레까지 전부 감당했다"면서 "이는 특별한 부양에 해당돼 기여분을 상속 재산의 50%로 인정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판시했다.

기여분이란 유산 상속을 다투는 재판에서 공동상속인 중 특별한 공로가 인정되는 사람에게 우선 상속재산의 일부를 나눠주게 하는 제도를 말한다. 또 기여분을 인정받으려면 통상적으로 부모를 모시는 수준을 넘어선 극진한 봉양이나 재산이 늘어나는 데 이바지 하는 등 특별한 부양 조건에 해당돼야 하는데 재판부는 박씨의 부모 봉양을 특별한 부양 조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한 것.

마지막으로 재판부는 "상속재산의 가액과 기여방법, 부양 정도와 방식, 기간 등을 고려해 기여분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례적인 판결 ‘눈길’

재판부의 이번 판결이 의미 있는 이유는 상속재산의 기여분을 인정해달라는 청구를 법원이 받아주는 경우도 드물 뿐 아니라, 받아주더라도 20%를 넘지 않는 것이 그동안의 판례였다는 데 있다.

박씨의 기여분 50%를 인정한 판결이 확정되면 박씨는 유산의 50%를 기여분으로 받게 되고 나머지 재산을 박씨를 포함한 상속인들이 법 규정 대로 나누게 돼 박씨는 양부모 유산의 절반 이상을 상속받게 되는 셈이다.

이와 관련 법원 관계자는 "부양자가 장기간 부모와 동거하면서 생계유지 수준을 넘어 부모가 자신과 같은 생활수준을 유지하도록 돌봤으면 특별한 부양이라고 보고 상속재산에서 그 기여분을 인정하는 게 대법원의 판례"라면서 "이번 판결은 효도를 실천한 양자에게 법으로 그 수고와 노력을 인정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의 이 같은 판결을 우리 사회에 커다란 화두를 던져줬다. 산업화와 도시화, 개인주의가 팽배한 현실에서 가족의 해체는 우리의 효심마저 내팽개치게 만든 지 오래다. 더욱이 시간이 지날수록 물질만능주의까지 더해지면서 부모를 학대하고 양로원이나 요양원에 입원시킨 뒤 방치한 ‘현대판 고려장도 이미 오래된 일이기 때문이다.

또 최근에는 자신을 낳고 길러준 보무마저 무참히 살해하는 패륜 범죄가 매년 늘고 있다. 이런 한심한 세태 속에서도 양부모에게 친자식도 하기 어려운 효행을 40~50년 동안 친자식이 아닌 양아들이 실천 해왔다는 것은 여러 사람들에게 귀감이 될 것이다.

특히 까마귀도 자기를 낳아 기른 어미의 은덕을 잊지 않고 먹이를 물어다 늙은 어미를 봉양한다는 반포지효(反哺之孝)의 뜻처럼 양아들 박씨의 효행을 높이 평가한 법원의 판단은 우리에게 반포지효에 버금가는 의미심장한 의미를 남겼음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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