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통령 특권 해부

2017.05.08 11:36:56 호수 1113호

그래도 왕은 왕∼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우리나라 대통령은 ‘제왕적 대통령제’로 인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린다. 국회에선 대통령의 과도한 특권을 줄이고자 개헌 특위를 구성했지만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다. <일요시사>는 ‘장미대선’을 맞아 차기 대통령이 누릴 주요 특권을 꼽아봤다.



대통령 특권 중의 특권은 ‘임면권’이다. 현행법상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공직의 수는 70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헌법기관 고위직, 행정부 고위직(3급 이상 고위 공무원), 공기업·준정부기관·공공기관, 특정직 공무원(검찰·경찰·외무·소방)을 포함한 숫자다.

박근혜도…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은 임면권 논란서 자유롭지 못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4년 동안 ‘수첩인사’ ‘깜깜이 인사’ ‘회전문 인사’ 등 꼬리표를 달고 다녔다. ‘박근혜정부 4년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공공기관장 중 4분의 1 이상이 낙하산 인사인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명박정부는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강부자(강남+부동산+부자) 인사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집권 내내 ‘코드 인사’라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인식한 듯 대탕평 내각 구성을 천명했다.

지난 2일 문 후보는 “진영을 가리지 않고 합리적 진보부터 개혁적인 보수까지 다 함께 할 수 있다”며 “좋은 분들이 있으면 언제든지 모시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도 “총리와 장관 임명권을 내려놓겠다”며 책임총리를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정권 창출에 공을 세운 이들이 한 자리씩 요구할 경우 차기 대통령이 쉽사리 내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불소추특권’의 경우 대한민국 국민 중 오직 대통령만이 누릴 수 있는 권한이다. 불소추특권은 헌법상 보장된 권한으로 내란·외환의 죄 이외의 범죄에 대해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은 형사상 범죄 혐의가 드러났지만 기소가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특검의 대면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수사조차 불가능해 사실상 범죄를 저질러도 제재할 방법이 없는 셈이다. 박 전 대통령 사례로 인해 불소추특권 폐지에 대한 국민적 요구는 높다. 하지만 개헌이 이뤄져 공론화되지 않는 이상 불소추특권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핵심 특혜는?…임면권·불소추특권
사면권 남발 우려…말 많은 거부권

‘사면권’도 대통령의 권한 중 핵심으로 꼽힌다. 사면권은 특정 범죄인에 대해 국가 원수가 국회의 동의절차 없이 자신의 특권으로 형의 전부나 일부를 소멸시키거나 형을 선고받지 않은 사람의 공소권을 소멸시키는 제도다.

역대 정권에선 사면권이 남발돼 국민들의 빈축을 샀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특별사면한 일은 사면권이 남용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박 전 대통령은 “비리 경제인에 대한 사면은 재임 중에 없을 것”이라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5년과 지난해 각각 최태원 SK회장, 이재현 CJ회장을 사면하면서 약속을 어겼다. 특히 최 회장 사면이 청탁에 의해 이뤄진 정황이 드러나 국민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지난달 13일 TV토론에선 대선후보들이 박 전 대통령 사면권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문 후보는 “구속되자마자 사면 얘기는 납득이 안 된다”며 즉답을 피했다. 안 후보는 “사면권은 남용되지 않아야 한다”며 원칙을 강조했다. 다만 홍 후보는 “유·무죄도 안 났는데 (사면권 거론)하는 것은 잘못된 질문”이라며 박 전 대통령 사면 가능성을 열어뒀다.
 

대통령 사면권에 대해 김재윤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군사독재정권 시대엔 대통령이 무소불위로 특별사면을 발동해 권력유지의 도구로 사용했다”며 “대다수 국민의 동의를 얻지 못한 사이버 국민화합형 특별사면과 정략적 차원의 끼워넣기형 특별사면, 셀프형 특별사면으로 정치적 오·남용을 일삼았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의 특권 중엔 '국군통수권'도 있다. 대통령은 국군통수권을 통해 전군을 지휘 통솔하고, 급변 시 최종 결정권자가 된다. 대통령은 취임 직후 군정권과 군령권을 포괄하는 군 통수권을 핫라인을 통해 넘겨받는다. 오는 9일 치르는 이번 대선은 이튿날인 10일 새벽 개표가 끝나고 선관위가 당선인을 공고하면 국군통수권을 넘겨받게 된다.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의 경우 국회 의결사항에 이의를 제기한다는 점에서 강력한 권리로 꼽힌다. 우리나라는 최초 이승만 대통령이 양곡매입법안 거부권을 행사한 이래로 총 66번의 대통령 법률안 거부권이 행사됐다.

지난해 박 전 대통령은 ‘상시 청문회’ 개최를 골자로 하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다.

당시 정부는 거부권 행사 이유로 “소관 현안을 조사하기 위한 청문회는 행정부와 사법부 등에 대한 새로운 통제수단을 신설한 것”이라며 “권력분립의 헌법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3권 분립 위배이자 의회민주주의를 거부하는 중대한 권한 침해”라고 비판했다.

이후 국회는 재의를 하지 않아 거부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모양새가 됐다. 대통령 거부권은 개헌의 주요 쟁점 중 하나다. 대통령 거부권이 행정부의 입법부 견제장치라고 하지만 이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국회 개헌특위에선 정부에 법률안 제출권이 있음에도 법률안 거부권까지 인정하는 것은 정부에 과도한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문민정부 이후 대통령에 집중된 권력은 각종 비리로 연결됐다. 이에 학계 및 시민단체는 우리나라의 현 제왕적 대통령제를 손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 제왕적?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해 “대통령 권력이 강해지는 현상은 작동해야 할 기존의 제도들이 작동하지 않은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현재 대통령 후보들은 말로는 대통령의 권한을 줄이겠다고 주장하지만 공약의 면면을 살펴보면 행정권을 강화시키는 것이 다수”라며 “새로운 대통령의 탄생을 앞두고 또 다시 불운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선 정치인을 포함한 국민 모두가 감시와 견제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직 대통령 대우는?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과 유족은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연금, 비서관 임명, 경호 등의 각종 대우를 받는다. 연금의 경우 매월 지급되고, 연금지급액은 지급 당시 대통령 월급의 95% 상당액으로 한다.

기념사업도 지원받는다. 기념사업을 민간단체 등이 추진하는 경우에는 관계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른다. 전직 대통령은 비서관도 둘 수 있는데 3인으로 한다. 비서관은 전직대통령이 추천하고, 1인은 1급 상당 별정직국가공무원으로 하며, 2인은 2급 상당 별정직국가공무원으로 한다.

다만 탄핵결정을 받아 퇴임한 경우, 금고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형사처분을 회피할 목적으로 외국정부에 대해 도피처 또는 보호를 요청한 경우,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한 경우는 경호·경비 외에는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를 받지 못한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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