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일감 몰빵’ 대기업 내부거래 실태 ⑤태광그룹-티시스·티알엠

2011.05.10 07:10:00 호수 0호

속 보이는 새파란 황태자 ‘날개 펴주기’

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줘 ‘곳간’을 채워주는 ‘반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기업일수록 심하다. 시민단체들이 귀에 딱지가 앉도록 지적해 왔지만 변칙적인 ‘부 대물림’은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100% 오너일가 소유…수십개 계열사 ‘호위’
매출 80∼90% 이상 꼬박꼬박 일거리 ‘패스’



재계 순위 40위(공기업 제외)인 태광그룹은 총 52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중 오너일가가 대주주인 ‘티시스’(구 태광시스템즈)와 ‘티알엠’(구 태광리얼코)에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 계열사와 거래하는 방식으로 실적이 거의 대부분 ‘안방’에서 나왔다.

이호진 회장은 14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 1심 정식 재판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불붙은 검찰의 ‘태광 비자금’수사는 상속·증여 논란에서 시작됐다. 이 회장이 올해 17세인 외아들 현준군에게 주요 계열사 지분을 편법으로 증여했다는 의혹이 단초가 됐다.

이 의혹의 중심에 바로 티시스와 티알엠이 있다. 2004년 4월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설립된 티시스는 컴퓨터시스템 업체다. 같은해 9월 역시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설립된 티알엠은 부동산관리 업체다.

매년 ‘지원군’ 증원

두 회사의 주주와 지분율은 동일하다. 이 회장이 51%, 현준군이 49%씩 갖고 있다. 둘 다 오너일가의 개인회사인 셈이다. 현준군은 초등학교 6학년이던 2006년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이 회장이 100% 출자했던 티시스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그는 같은해 티알엠 유상증자에도 참여해 지금의 지분을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계열사들이 싸게 발행한 신주를 이 회장이 고의적으로 실권, 현준군에게 헐값에 넘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회장이 아들의 그룹 지배를 위해 편법으로 상속·증여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 태광그룹의 지배구조를 보면 티시스와 티알엠은 핵심 계열사인 태광산업 지분을 각각 5.94%, 5.27%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합하면 11.21%에 달해 이 회장(15.14%)에 이어 2대주주에 오를 수 있다.

이 회장이 다음으로 한 일은 현준군의 ‘날개 펴주기’였다. 계열사들의 일감을 몰아주는 방법이 동원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티시스는 현준군이 지분을 취득한 2006년 매출 325억원 가운데 289억원을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비율로 따지면 89%에 이른다. 그룹 차원에서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사실상 지속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이다.

티시스를 밀어준 계열사는 태광산업, 흥국생명·화재보험, 티브로드, 한국도서보급 등 무려 33개사로 나타났다. 이들 계열사는 네트워크 장비 공급, 콜센터 운영관리 위탁, 컴퓨터 판매, 정보처리 용역 등을 티시스에 맡겼다.

이후에도 티시스의 ‘식구’의존도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다. 30∼40개의 계열사가 꼬박꼬박 티시스에 일거리를 넘겨줬다. 이쯤 되면 거의 모든 그룹 계열사들이 동원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티시스가 계열사들과 거래한 매출 비중은 ▲2007년 83%(총매출 528억원-계열사거래 438억) ▲2008년 84%(907억원-758억원) ▲2009년 90%(1052억원-952억원) ▲지난해 81%(1587억원-1286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티알엠도 계열사들을 등에 업고 ‘금고’를 채우고 있다. 한마디로 그룹 차원에서 공들인 티가 난다. 티알엠은 내부거래 공시를 시작한 2007년 187억원의 매출 중 91%에 이르는 170억원이 계열사에서 나왔다. 흥국생명보험(85억원), 태광산업(51억원), 태광관광개발(34억원) 등이 건물·시설물 유지관리를 밀어줬다.

티알엠 지원은 갈수록 더 심해졌다. 티알엠이 계열사를 통해 올린 매출 비중은 ▲2008년 92%(총매출 200억원-계열사거래 184억원 ▲2009년 94%(221억원-207억원) ▲지난해 95%(252억원-240억원) 등으로 드러났다.

눈에 띄는 대목은 증가한 매출만큼 ‘지원군’도 증원됐다는 점이다. 티알엠에 물량을 내려준 계열사는 2007년 3개사에서 2008년 7개사, 2009년 14개사로 매년 2배씩 늘어났다. 지난해의 경우 22개사가 티알엠을 ‘호위’했다.

4년만에 몸집 14배↑

계열사들의 지원 덕에 티시스와 티알엠은 단기간에 몸집을 크게 불릴 수 있었다. 티시스는 총자산이 2006년 90억원에서 지난해 1230억원으로 4년 만에 14배가량 불었다. 총자본도 40억원에서 392억원으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티알엠은 총자산이 2008년 333억원에서 지난해 972억원으로, 총자본의 경우 102억원에서 415억원으로 각각 3∼4배 이상의 성장을 기록했다.

태광일가는 티시스·티알엠 외에 2005년 9월 설립해 골프장 사업을 하고 있는 동림관광개발 지분 100%(이 회장 51%·현준 39%·부인 신유나 5%·딸 현나 5%)를 소유하고 있는데, 이 회사를 두고도 계열사들의 밀어주기 논란이 일었다.

한 시민단체는 “그룹 계열사들이 2008년 강원도 춘천에 골프장(동림CC)을 짓고 있는 동림관광개발의 회원권 수백억원어치를 매입했다”며 “골프장을 완공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것도 유명 골프장 회원권 시세보다 비싸게 사들여 지원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공정위는 지난달 4일 태광그룹 계열 9개사가 회원권 취득을 가장해 무이자로 자금을 제공하는 등 동림관광개발에 부당하게 자금을 지원했다며 과징금 46억원을 부과했다. 이들 중 태광산업, 흥국생명보험, 대한화섬 등 3개사는 검찰에 고발됐다.


공정위는 “계열사 자금을 이용해 오너일가가 100% 지분을 소유한 회사에 이익이 돌아간 만큼 자금을 지원한 계열사와 그 주주들의 이익이 침해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태광그룹 측은 “계열사들의 회원권 구매는 자금 지원이 아닌 사업 촉진과 기업 이미지 상승 등을 위한 것”이라며 공정위 조치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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