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신기루의 세계’ 김성호

2017.04.03 10:38:30 호수 1108호

환영으로 세계를 재편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작가 김성호가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 신작 ‘미라주(Mirage)’와 함께 돌아왔다. 김성호는 2014년 갤러리현대에서 개인전 ‘테이블랜드(Tableland)’를 개최했다. 당시 그의 전시는 책으로 구현해낸 공간의 뛰어난 조형성과 필력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3년 만에 갤러리현대로 돌아온 작가는 이전보다 새로워진 작품으로 관객들 앞에 나선다.



지난달 8일부터 갤러리현대 두가헌갤러리서 진행 중인 작가 김성호의 개인전 ‘Mirage(미라주)’는 풍성한 색채와 강렬한 붓질로 구축한 신기루의 세계가 펼쳐져 있다.

김성호는 기존에 선보였던 ‘볼륨타워(Volume Tower)’와 ‘테이블랜드(Tableland)’ 연작서 뛰어난 조형성과 회화력을 바탕으로 현대인들의 한정적인 세계 이해 방식을 책과 장난감이라는 소재를 통해 은유적으로 표현해왔다. 신작 10여점을 선보인 이번 전시는 기존의 은유적인 작업방식의 연장 선상서 시작된다.

기존구조 해체

김성호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사회 구조를 책으로, 인간은 작은 장난감으로 표현했다. 또 진리·신념·종교 등은 의미를 잃은 표지판으로 그렸다. 책이나 장난감, 표지판은 세계를 구성하는 일반적인 요소로서 상징성을 가진다. 하지만 작가는 그것들을 각각의 이야기나 구체적인 의미로 규정하지 않고 무작위로 배치했다. 단순히 세계를 재현한 게 아니라 기존의 구조를 해체하는 방식으로 의도를 드러냈다.

재현과 클로즈업, 반복성은 김성호의 작품에 드러나는 대표적인 조형 언어다. 재현은 실재를 모방하고, 클로즈업은 실재의 크기를 왜곡한다. 두 가지 요소는 현실과 다른 망상을 끊임없이 불러일으키는 편집증적 비현실의 세계를 낳는다. 과거·현재·미래를 뒤섞은 반복성은 위와 아래, 안과 밖이 혼재한 정신분열증의 세계를 생산한다.


은유적 작업 연장
새로운 질서 구성

이번 신작서 도드라지는 특징은 사물들 틈에서 우후죽순으로 자라나는 것처럼 표현된 식물의 형상이다. 이는 작가의 은유적인 접근서 비롯된다. 작가는 사회 구조와 인간에 이어 자연이라는 또 하나의 구성요소를 통제 가능한 영역의 정원으로 묘사한다.
 

이 과정서 자연이 가진 사실적 공포를 빼앗고 동시에 의식적으로 강조된 붓질을 이용, 식물 하나하나가 가진 개별적 특징을 연하게 만든다. 작가의 방식으로 생성된 식물의 형상은 왜곡·반복되고 곳곳에 배치된 사물들과 한 데 뒤섞여 기존의 세계와 동떨어진 환영의 세계로 재탄생한다. 즉, 하나의 신기루(Mirage)가 만들어진다.

미라주 시리즈는 모호하고 몽롱하다. 신기루의 정의는 ‘대기 속에서 빛의 굴절 현상에 의해 공중이나 땅 위에 무엇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다. 또 ‘홀연히 나타나 짧은 시간 동안 유지되다가 사라지는 아름답고 환상적인 일이나 현상 따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김성호의 작품은 이 같은 신기루의 특성이 도처에서 나타난다. 개체와 개체, 개체와 배경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뒤섞인 식물 군집체들의 형상, LED조명을 설치하는 조형 방식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구조→책, 인간→장난감
재현·클로즈업·반복성

김성호는 그간 재현이라는 정교한 환영의 기술을 통해 책들을 초현실적 풍경으로 쌓아 올린 회화 작품에 천착해왔다. 나아가 LED 전구와 거울의 반영 효과를 도모한 조각 설치작품들을 통해 책이 함유하는 의미의 확장을 시도했다. 최근에는 스멀스멀 자라나는 식물의 이미지로 환영의 위장막을 만들어 책을 뒤덮는 신기루 시리즈에 몰두하고 있다.
 

김성호는 이 환영의 세계를 “푸코가 말하는 헤테로피아적 공간, 즉 세계와 나를 단절하고 일정한 거리를 이루면서 그 안에서 자족적으로 만들어내는 질서의 공간과 닮아 있다”고 명명했다.

분열증의 세계

다시 말해 작가는 기존의 세계를 부수고 그 위에 다른 질서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기존의 구조들이 가진 모순과 부조리에 대한 대안적 가능성을 신작 미라주 연작을 통해 모색하고자 했다. 그렇기에 그는 이번 전시를 “회화의 환영성을 통해 세계를 재편하는 작업”이라고 단언한 것이다. 전시는 4월16일까지.
 


<jsjang@ilyosisa.co.kr>

 

[김성호는?]

▲1980 출생

▲학력
대구대학교 회화과 졸업(2007)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회화과 졸업(2010)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회화과 박사과정(2010~)

▲개인전
‘Mirage’ 갤러리현대 두가헌, 서울(2017)
‘Mirage’ 박수근미술관, 양구(2017)
‘테이블토피아’ 조명박물관, 양주(2015)
‘테이블랜드’ 갤러리현대, 서울(2014)
‘볼륨 타워_디코드-인코드’ 영은미술관, 경기도 광주(2013)
‘김성호의 볼륨 타워’ 대구대학교 중앙박물관, 경산(2012)
‘김성호 개인전’ 박여숙화랑, 제주(2011)
‘볼륨 타워’ 갤러리현대, 서울(2010)
‘볼륨 타워’ 갤러리현대 윈도우갤러리, 서울(2009)
‘미役事力士술’ 공산갤러리, 대구(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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