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일감 몰빵’ 대기업 내부거래 실태④웅진그룹-경서티앤알

2011.05.04 09:04:22 호수 0호

숨이 꼴딱꼴딱’ 계열사 등골 다 빼 먹는다

[일요시사=김성수 기자]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줘 ‘곳간’을 채워주는 ‘반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기업일수록 심하다. 시민단체들이 귀에 딱지가 앉도록 지적해 왔지만 변칙적인 ‘부 대물림’은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오너 지분 100% 소유 “매출 100% 극동건설서 지원” 
올해 의존도 더 높아질듯…두 회사 모두 경영 악화

재계 순위 33위(공기업 제외)인 웅진그룹은 총 30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중 오너가 대주주인 ‘경서티앤알’에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 계열사와 거래하는 방식으로 실적이 모두 ‘안방’에서 나왔다.

윤석금 회장은 재계에서 드문 자수성가형 오너다. 다른 총수들이 대부분 대물림을 통해 ‘지휘봉’을 잡은 반면 윤 회장은 맨손으로 재벌 반열에 올랐다.

웅진그룹은 1970년 이후 설립된 중소기업 중 유일하게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1980년 자본금 7000만원으로 창업한 작은 출판사(웅진씽크빅)는 연매출(지난해 기준) 5조2000억원의 ‘공룡’이 됐다. 2015년까지 매출 15조원이 목표다. 직원은 7명에서 1만1000명으로 늘었다.

몽땅 밀어주기

그룹 측은 “윤 회장이 30년간 끊임없이 창조와 혁신, 윤리 마인드로 사업을 일궈온 결과”라고 했다. 윤 회장도 “오너와 리더는 창조와 혁신, 윤리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며 “이는 웅진이 30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성장한 배경”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만하면 됐다고 여겨서일까. 대기업들의 고질병인 ‘문제성 거래’가 2년 전부터 웅진그룹에서도 불거졌다. 웅진그룹은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한창 오너 개인회사를 키우고 있다.

계열사에 빌붙은 문제의 ‘기생 회사’가 바로 경서티앤알이다. 2009년 6월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설립된 경서티앤알은 부동산 개발업체로, 윤 회장이 10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윤 회장의 개인회사인 셈이다.

경서티앤알은 모든 매출을 계열사를 통해 올렸다. ‘호위군’은 극동건설로, 아예 대놓고 밀어주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경서티앤알은 설립 첫해인 2009년 1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이는 100% 극동건설과의 거래로 발생한 금액이다. 임대료수입 명목이었다. 지난해에도 다르지 않았다. 매출 16억3200만원이 몽땅 극동건설에서 나왔다. 역시 토지를 임대해 얻은 수익이다.

올해도 경서티앤알의 ‘식구’의존도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경서티앤알은 지난 1/4분기(2011년1월1일∼3월31일) 극동건설과의 용역거래로 5억6400만원의 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매출액 대비 35%에 이르는 수준이다. 이대로라면 전년에 비해 내부거래 비중이 40%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서티앤알 임원은 극동건설 인사로 채워져 있다. 지난해 3월까지 대표이사직을 역임한 유병택씨는 극동건설 경영지원본부장 출신이다. 유홍남 현 대표이사는 극동건설 건축기술영업담당 상무직을 겸임하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제 갓 출발한 신생사인 경서티앤알은 극동건설에서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사실상 지속이 불가능한 자생 능력 제로인 회사”라며 “계열사의 지원은 정상궤도에 안착할 때까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경서티앤알은 위에서 떨어지는 ‘떡고물’마저 없으면 당장이라도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 극동건설의 절대적인 ‘푸싱’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경서티앤알은 2009년 영업이익 11억9800만원, 순손실 19억980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엔 마이너스 폭이 더 커졌다. 영업이익은 16억1300만원이었지만, 73억400만원의 순손실을 냈다. 재무구조도 엉망이다.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지난해 기준 경서티앤알의 총자산은 1157억3000만원. 총자본은 -92억5100만원에 총부채가 1249억8100만원에 이른다.

‘누가 누굴 돕나’

이쯤 되자 극동건설은 꽉 막힌 ‘돈맥경화’를 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급기야 웅진그룹은 최근 극동건설에 대한 1000억원 규모의 대형 유상증자를 결정하는 등 긴급 ‘수혈’에 나섰다. 이 와중에도 제 코가 석자인 극동건설의 ‘경서티앤알 퍼주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경서티앤알은 사정이 어려워지자 윤 회장에게 돈을 빌리기도 했다. 경서티앤알은 설립 당시 윤 회장으로부터 자본금의 1만500%가 넘는 52억6300만원을 차입하는 등 운영자금 용도로 총 162억6300만원을 꿨다. 연 8.5%의 이자를 꼬박꼬박 물다 지난해 전액 상환했다.

그렇다고 경서티앤알을 끼고도는 극동건설이 그리 넉넉한 형편도 아니다. 2007년 웅진그룹에 인수된 이후 계속 하향세다. 그야말로 ‘애물단지’ 신세가 됐다.

극동건설은 2008년 5738억7500만원, 2009년 6609억6000만원, 지난해 7855억3400만원 등으로 최근 3년간 매출이 꾸준히 늘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순이익은 95억3000만원에서 154억6500만원으로 오르더니 -237억800만원으로 폭삭 주저앉았다. 부채도 5393억3500만원, 5423억400만원, 6627억7000만원으로 갈수록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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