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뉴욕 3인방 ‘뻥 탈당’ 내막

2017.03.06 10:57:25 호수 1104호

닭 쫒던 개 다시 처마 밑으로∼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여당 충청권 의원들의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탈당은 없었다. 앞서 대다수 언론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따라 이들이 당을 떠날 것이라 예상한 바 있다. 이는 근거 없는 추측이 아니었다. 충청권 의원들이 “탈당까지 고려하고 있다”며 군불을 지핀 결과였다. 그러나 이들의 말은 결국 공염불임이 드러났다. 본지는 당시 당내서 벌어졌던 탈당 모의 내막을 추적해봤다.
 



지난해 12월 새누리당 충청권 의원들은 퇴임을 앞둔 반 전 총장을 만나기 위해 미국 뉴욕으로 떠났다. ‘뉴욕 3인방’ 박덕흠·이종배·경대수 의원 등은 당시 반 전 총장을 만나 향후 정치 행보와 개헌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반 전 총장의 대선 출마가 굳어진 상태였다.

충청 어른들이…

이후 이들 3인방은 새누리당 탈당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지난 1월2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박 의원은 “반 총장을 돕기 위해 탈당하기로 했다. 시기는 설(1월28일) 전이 될 것”이라며 “뜻을 같이하는 의원들과 시기와 방법을 조율하고 있다. 여러 사람이 함께 움직이는 쪽으로 얘기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도 “새누리당 충북 의원들은 반 전 총장의 대선 가도에 함께하기로 뜻을 모은 상태”라며 “설을 전후해 지지 선언과 탈당을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같은 날 경 의원은 CBS와의 통화에서 “탈당 논의는 충북 의원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수도권과 영남권 의원들과도 함께 논의하고 있는 것”이라며 “탈당 이후에는 당분간 외곽에 머물며 보수진영의 결집을 도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도 이러한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다.

본지가 지난 1월25일, 정우택 원내대표에게 ‘반 전 총장을 따라 당 충청권 인사들이 탈당할 것이란 예상이 있다. 실제 그런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나’고 묻자 그는 “언론 보도를 통해 보았고,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답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이들 3인방은 새누리당을 탈당하지 않았다. 지난달 1일 반 전 총장이 돌연 불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목적이 사라지자 탈당 얘기는 금세 수그러졌다. 이들은 현재까지 자유한국당 소속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3인방이 탈당을 하려 했는지는 의문이다. 본지가 자유한국당 조직팀에 문의한 결과 이들 3인방이 시도당에 탈당계를 제출한 사실은 없었다.

반기문 따르다 불출마로 ‘멘붕’
알고보니 탈당계 제출하지 않아

반 전 총장이 귀국한 시기는 지난 1월12일, 이들이 언론에 직접 ‘탈당’을 언급하기 시작한 시점은 1월23일 전후다. 그리고 지난달 1일 반 전 총장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1월23일을 기준으로 전후 10일, 총 20일가량 시간이 있었음에도 탈당계를 제출하지 않았던 것이다. 탈당계는 시도당에 제출되는 순간 효력이 발생한다. 즉, 설 이전에 탈당할 마음이 실제로 있었다면 시간적으로 충분한 여유가 있던 상황이다.

이에 대해 박 의원실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다음과 같이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때 박 의원이 탈당하겠다고 했는데, 당 지도부 쪽에서 만류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또 일부 당 중진의원들이 ‘왜 혼자만 나가려고 하느냐. 시기를 봐서 같이 나가자’는 식으로 얘기가 오간 것으로 안다. 박 의원도 혼자만 튄다는 생각에 부담스러워한 부분이 있었다. 다른 의원들의 만류도 있고 해서 같이 나가려고 시기를 보고 있었다.”

3인방 의원실 관계자 모두 탈당을 거론한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언론에 보도된 내용과는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반 전 총장 지원을 위해 탈당까지 생각하는 것이냐’란 기자들의 질문에 ‘그 정도의 의지를 갖고 하겠다’고 답한 것이지 탈당을 선언한 적은 없다. 그게 정확한 워딩인데 ‘탈당하겠다’고 오보가 났다”고 전했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탈당을 포함해서 말한 적은 있지만, 탈당 선언을 한 것은 아니다. (반 전 총장이) 불출마를 선언해 더 이상 (탈당에 대해) 거론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 의원실 관계자는 “당시 반 전 총장과 함께 행동하겠다는 지지의 말을 한 적은 있어도 새누리당을 탈당하겠다고 명시적으로 말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비박계 인사들의 탈당 러시로 새누리당은 위기에 처한 상황이었다. 이에 성급히 탈당을 언급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줄대기 흐지부지

또한 대선주자를 쫓아 대세론에 편승하려 했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에 대해 박 의원실 관계자는 “그런 해석은 심하다. 정세 흐름적인 측면에서 충청권의 큰어른인 반 전 총장이 오셨으니 힘을 실어드리고자 (탈당을 논의)한 것이다. (박 의원은)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반 전 총장과 개인적 인연이 깊다. 그걸 고려하지 않고 보면, 대세론에 편승하려 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박 의원은) 절대 그런 분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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