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공간의 작가’ 애나 한

2017.02.27 11:13:52 호수 1103호

장소에 마음을 더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작가 애나 한은 ‘공간과 장소’에 특히 관심을 쏟는다. 애나 한이 창조한 회화와 설치 작품에는 작가가 가진 공간과 장소에 대한 관심이 오롯이 담겨 있다. 공간서 얻은 영감에 개인적인 감성을 덧씌운 애나 한의 작품이 서울에 상륙했다. ‘폰즈 인 스페이스 0.5(Pwans in Space 0.5)’



갤러리바톤이 애나 한의 개인전 ‘폰즈 인 스페이스 0.5(Pawns in Space 0.5)’를 내달 18일까지 서울 압구정동 전시공간서 개최한다. 애나 한은 이번 전시에서 장소와 공간을 주제로 한 설치 작품과 일련의 회화를 선보인다.

때론 이성적으로

이탈리아의 화가, 조각가로 유명한 루치오 폰타나는 공간주의 예술의 선구자라고 불린다. 폰타나는 1946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서 ‘백색선언’을 발표했다. 폰타나는 백색선언을 통해 기존 미술의 미학을 타파하고 시간과 공간의 통일에 입각한 새로운 예술의 발전을 주장했다. 이를 위해 들고 나온 사상적 개념이 바로 ‘공간주의’다.

폰타나가 백색선언서 주창한 이래 캔버스라는 물리적 구속에서 탈피해 공간과 비전통적 요소들을 작품의 영역에 적극 포함시키는 일련의 시도들은 공간주의로 명명됐고, 이는 현대 미술의 확장성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차원이 추가되면서 생겨난 입체, 즉 공간은 다양한 오브제와 빛, 소리, 퍼포먼스 등을 포용해 전후 동시대 미술이 한층 깊어지는 데 이론과 실천적 토대를 제공했다.


애나 한에게도 공간은 작품의 시현을 위한 보조적 역할이 아니라 회화 작품과 이질적인 미술 요소들을 유기적으로 품어내고 작가의 심상을 투영하는 일종의 플랫폼으로서 능동적 기능을 수행한다. 작가는 주로 주어진 장소에서 영감을 받아 공간을 재해석하거나 자신의 삶과 내면세계를 압축해 담아낸다. 즉, 공간이라는 물리적 장소에 심리적 접근을 더하는 셈이다.

이성적이고 감성적인
공간은 작가의 플랫폼

특정한 공간은 작가에게 때로는 이성적으로, 때로는 감성적으로 다가간다. 애나 한의 이런 사적인 애착은 주어진 공간을 다양한 재료로 덧입히거나 변형시키는 방식으로 입사되고 보는 이에게 공간적 물성과 존재감을 준다. 또 그 과정에서 관객들은 애나 한이 공유하고자 하는 감성을 느끼게 된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주어진 공간이 주는 영감에만 집중하는 접근 방식을 취한다. 이는 과거 특정 감정이나 기억을 소재로 작품을 완성해가는 방식에서 변화한 것이다.
 

애나 한은 기존 작품서 선보인 대부분의 요소를 총망라해 전시공간이 지닌 차원을 왜곡한다. 네온, 천, 거울, 카페, LED라이트, 실, 페인팅 시트지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공간을 구획하고 평면 요소들을 효과적으로 펼쳐낸다.

작가에게 캔버스는 독립성을 지닌 오브제이자 공간을 표현하고 담아낼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다. 또 다양한 재료로 구현된 빛과 색, 면 등의 조형 언어는 회화를 위한 확장적 모듈로 활용한다. 신비로운 컬러와 그라데이션으로 입체감을 부여한 회화는 평면이지만 설치 작품 이상의 공간성을 획득한다.

여기에 회화 자체로 공간의 무한성을 모방한다. 회화를 중심으로 펼쳐진 작은 설치 작품은 각자의 방식으로 전시장을 차지하고 경계를 만들어 각기 다른 자아로 다시 태어난다. 이렇게 태어난 작품들이 공생하는 화이트큐브는 소우주가 된다.

공간이 주는 영감에 집중
독립적이던 작품 조화롭게

그동안 독립적인 존재로 기능했던 설치 작품과 회화는 이번 전시에서 조화를 이룬다. 애나 한은 설치작품과 회화 각각의 조형적인 면을 부각하면서도 전체적인 조화를 염두에 둔 감각적인 연출로 기존 공간을 확장하고 동선을 새롭게 구성했다.

설치 작품과 회화는 하나의 공간을 아우르면서도 개별 스토리를 지닌다. 작품은 서로 부딪치지만 방해하지 않고 상충할 수 있도록 구성됐으며, 설치 작품은 회화를, 회화는 설치 작품을 서로 지지하며 전체 틀을 흐트러트리지 않는 선에서 각기 다른 공간을 차지한다.


때론 감성적으로

전시는 경쾌하고 다채롭다. 색, 크기, 형식, 재료 등 다양한 방식으로 밀도 있게 재구축한 공간에서 조형성과 심미성을 동시에 경험할 수도 있다. 갤러리바톤 관계자는 “애나 한식 공간이 제공하는 물리적이고 신체적인 경험의 묘미를 통해 작품 감상의 단계를 넘어, 공간이 지닌 물성과 존재감에 흠뻑 취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를 드러냈다.
 

<jsjang@ilyosisa.co.kr>

 

[애나 한은?]

▲1982 한국 출생

▲학력
스코히건 스쿨 오브 아트, 메디슨 메인, 미국(2012)
크랜브룩 아카데미 오브 아트 대학원, 패인팅, 블룸필드힐즈, 미시간(2008)
프랫 인스티튜트 대학교, 패인팅, 브룩클린, 뉴욕(2006)

▲개인전

Pawns in Space 0.5, 갤러리바톤, 서울(2017)
언폴딩, 에이루트 아트플랫폼, 서울(2015)
다카포, OCI 미술관, 서울(2014)
에이전트 오렌지, 청주창작스튜디오. 청주(2012)
트랜지티브 릴레이션: 온 스팟, 신 미술관, 청주(2011)
트랜지티브 릴레이션 , 청석 갤러리, 청주(2010)
유클리디언 스패이스, 플럭스팩토리, 롱아일랜드시티, 뉴욕(2009)
카피미(COPYME), 포럼 갤러리, 블룸필드힐즈, 미시간(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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