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로또’ 로또판매점 쟁탈전

2017.02.21 10:21:28 호수 1102호

대박 잡으려다 박 터질라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계속되는 불황에도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았다. 로또 판매가 사상 최대의 수치를 기록한 것. 이에 발맞춰 로또를 판매하는 사람들도 호황을 맞았다. ‘로또 판매가 로또’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에 너도나도 로또를 팔겠다고 나서지만 대부분이 높은 경쟁률과 까다로운 판매자격의 벽에 좌절했다. 로또 판매권을 사고파는 사람들도 생겨나는 실정이다.



경기침체가 깊어지는 가운데 지난해 로또복권 판매량만큼은 예외였다. 지난 16일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로또복권 판매는 액수 기준 3조5500여억원. 판매량 기준 3억5000여 게임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하루 평균 97억2600여만원어치가 판매된 셈으로 판매량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치며 판매액 기준으로도 역대 2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역대 1위인 2003년 로또복권 판매액이 한 게임당 2000원이였던 것을 감안하면(현재 게임당 1000원) 작년 판매액이 사상 최대라고 볼 수 있다.

불티나게 팔려

2003년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로또복권은 그해 4월12일 당첨금 이월로 사상 최대의 금액인 407억2000만원이 1등에게 돌아갔다.

그 후 사행성 논란이 커지면서 2004년 8월 당첨금 이월 횟수가 줄고 게임당 가격 역시 2000원서 1000원으로 내리면서 판매의 내리막길을 걷게 됐다. 하지만 2013년까지 2조원대의 판매액을 유지하던 로또 복권은 2014년부터 3조원대를 회복했다.


지난해 로또의 판매량이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에는 100만명이 넘는 실업자 수 등 불경기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야말로 ‘일확천금’을 노릴 수 있는 복권은 경기불황일 때 소비가 증가하는 대표적인 ‘불황형 상품’이다. 그렇지만 정부측 해석은 로또 판매점의 증가가 주요 요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2003년 로또복권 판매점 지정 이후 그동안 신규 모집을 하지 않았던 정부가 2015년부터 장애인 및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을 우선 대상으로 판매점을 모집했기 때문. 이에 따라 2014년 말 조사했을 당시 6015곳에 불과했던 판매점은 지난해 6월 기준 6834곳으로 늘어났다.

손쉽게 안정적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너도나도 로또를 팔겠다고 나서지만 아무나 팔 수 있는 건 아니다. 복권 수탁사업자인 나눔로또는 복권 및 복권기금법에 따라 판매인 자격을 국가유공자·기초생활수급자·장애인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신규 판매인 610명을 뽑는 데 6만9689명이 지원해 114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물론, 로또 판매인 자격을 얻는다고 끝이 아니다.

추첨을 통해 자격을 얻으면 6개월 이내에 로또 판매를 위한 사업장을 소유하거나 임차해야 한다. 그런데 로또가 생업을 팽개치고 매장을 차릴 만큼 돈벌이가 되는 것은 또 아니다. 지난해 판매점 평균 수입(판매수수료)은 연간 2795만원으로 추산됐다.

불황에 로또복권 판매 사상 최대
돈되는 판매점…경쟁률 사상 최고

‘대박’ ‘명당’ ‘성지’라고 불리는 일부 판매점을 제외하면 세간의 인식만큼 높은 수익을 내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권리금에 임대료도 빼야 한다. 목 좋은 자리에 매장을 차릴만한 형편이 되는 ‘취약계층’도 그리 많지 않다.

서울 강북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A(50)씨는 계산대 옆에 놓인 로또 단말기를 바라만 봐도 흐뭇하다고 했다.

2015년 3월 설치했는데 매상에 한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로또를 사러 가게에 들른 손님들은 다른 상품도 꽤 많이 장바구니에 담는다. A씨는 “장사하는 입장에선 담배하고 로또만 있으면 본전은 뽑는다”고 말했다.
 


A씨는 진즉부터 로또를 팔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2003년 이후 신규 로또 판매인 모집이 없었다. 그러던 차에 동네 부동산 소개로 B씨(42)를 알게 됐다. B씨는 장애인이다. 로또 판매인이 될 취약계층 ‘자격’을 갖췄지만 로또 판매점을 낼 형편이 안됐다.

두 사람은 A씨 가게에 로또 단말기를 설치하고 수익을 반씩 나누기로 했다. B씨가 A씨 가게에 들어와 장사하는 ‘숍 인 숍(Shop in Shop)’ 형태로 사업자 계약을 맺었지만 실제로는 A씨가 로또를 판매했다.

B씨는 단말기 명의만 빌려줄 뿐 가게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로또판매를 둘러싼 꼼수가 판친다. 편의점 또는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거나 좋은 상권에 로또 판매점을 내려고 하는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로또 단말기를 들여놓으려 한다.

로또 매장을 차릴 형편이 안 되거나 생업을 접고 로또 판매에 나서기엔 망설여지는 쪽에선 단말기를 임대해 수익을 올리고자 한다.

이런 이해관계가 맞아 자연스레 실체 없는 ‘로또 판매권’이 거래되기 시작했다. 실제로 편의점주가 모인 인터넷 카페에는 로또 판매권을 사거나 빌리겠다는 게시물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중고거래 사이트에도 ‘로또 판매권 구합니다’라는 글이 버젓이 게재된다. 편법이 횡행하지만 사실상 단속은 이뤄지지 않는다. A씨와 B씨 경우처럼 서류상으로는 문제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 데다 나눔로또 측에서 전수 점검을 하는 것도 아니다. 올해에는 단 2명만 위장영업으로 적발됐다.

복권위원회 관계자는 “로또 단말기를 편법으로 임대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도 “설사 임대한다 하더라도 어쨌든 취약계층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기재부 복권위의 자료에 따르면 2012년 한해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한 로또 판매점의 매출액은 약 168억원에 달했다. 로또 판매점에게 돌아간 수익은 무려 8억4376만원이다.

신규 경쟁률 ‘114대 1’
1년에 10억 가까이 벌어


세종특별자치시에서는 3명을 모집했는데 788명이 지원했다. 군 단위 지역에도 지원자가 꽤 몰렸다. 강원 정선군(1명 모집)에 107명, 충북 진천군(2명 모집)에 113명, 전북 완주군(2명 모집)에 250명, 전남 무안군(1명 모집)에 292명 등 세자릿수 지원자가 몰린 군 지역도 꽤 나왔다.

전체적으로 보면 점포당 평균 4억5722만원어치를 팔아 2286만원가량의 수익을 올렸다. 로또 판매점으로 지정되면 판매액의 5%를 수수료로 받을 수 있다.

가령 5000원짜리 로또 한 장씩을 사면 판매점에 돌아가는 수익은 250원이다. 만약 1등 당첨자가 나와 소위 ‘로또 명당’으로 소문나면 천문학적인 돈을 만질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로또 판매인 사이에 형성될만 하다. 그야말로 ‘로또 판매점으로 선정되는 게 로또’인 셈이다.

물론 로또 판매점간 수익 기준 격차가 크기 때문에 선정된다 하더라도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가 더 많다.

가장 매출이 낮은 로또 판매점의 매출액은 590만원, 수익은 29만원에 불과했다. 가장 매출이 많은 곳과 수익 기준 격차가 2900배에 달하는 셈이다.
 

지역간 격차도 나타났는데 서울 시내 노원구 판매점 59곳은 1개 점포당 평균 판매액이 6억7400만원인 데 비해 서대문구 판매점 51곳은 점포당 판매액이 3억원에 그쳤다.

인구가 적은 군 단위 지역의 경우 이러한 격차가 더 클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나눔로또는 2015년 로또 판매인 610명을 추가로 선정했다. 11년 만이다.

무작위 전산 추첨을 통해 로또 판매인이 결정됐다. 당시 로또 판매인 모집의 경쟁률은 114대 1. 610명 모집에 총 6만9689명이 지원했다.

각 지역별로 모집을 했는데 대구 달서구에서 2명 모집에 2262명이 몰려 가장 경쟁이 치열했다. 반면 경북 영양군은 1명 모집에 6명이 지원해 가장 낮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 성동구가 1명 모집에 308명이 몰렸고 노원구는 10명 모집에 1179명이 지원했다. 강서구에서는 7명 모집에 1022명이 지원했고 송파구(9명 모집)도 지원자가 1193명에 달했다.

세종특별자치시에서는 3명을 모집했는데 788명이 지원했다. 군 단위 지역에도 지원자가 꽤 몰렸다. 강원 정선군(1명 모집)에 107명, 충북 진천군(2명 모집)에 113명, 전북 완주군(2명 모집)에 250명, 전남 무안군(1명 모집)에 292명 등 세자릿수 지원자가 몰린 군 지역도 꽤 나왔다.

로또를 총괄하는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는 2017년까지 로또 판매점을 2000여곳 늘리기로 했다. 로또 판매점이 지속적으로 자연 감소하고 있고 새롭게 조성된 신도시 등에서 로또 구매가 어려운 점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꼼수 판친다

시간이 지날수록 ‘한탕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서민들은 노력의 한계에 부딪혀 기적을 바라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사회적 현상에 대해 단순히 사행산업 발전에만 그치지 않고 중독자 양산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 전문가는 “정부는 사행산업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문제점을 파악해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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