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산으로' 최순실 공판기록 공개

2017.02.15 16:57:11 호수 1101호

“고영태와 월세방 보증금 빌려주는 사이”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궁지에 몰린 쥐, 고양이를 물다. 검찰이 기소한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이 10차 공판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순실씨는 자신에게 씌워진 모든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최씨가 수세에 몰렸을까. 변론하는 과정 최씨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을 쏟아내며,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9차 공판 기록을 토대로 그 동안 최씨의 ‘말말말’을 살펴봤다.



최순실씨와 고영태씨가 국정농단 파문이 불거진 뒤 처음으로 법정서 마주했다. 과거 최씨의 측근으로 분류됐던 고씨는 K스포츠재단과 더블루K를 사실상 운영한 사람이 최씨라고 지목하면서 진실공방을 이어갔다.

궁지에 몰려
고양이 물다

고씨는 지난 6일 오후 2시10분 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진행된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9차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법정에 나와 있던 최씨는 증인석으로 이동하는 고씨를 노려봤지만 고씨는 최씨 쪽으로 눈길을 주지 않았다. 두 사람이 같은 장소에서 얼굴을 마주한 것은 지난해 9월, 최씨가 독일로 도피한 뒤 처음이다.

이후 심야까지 7시간 넘게 진행된 공판서 두 사람은 때론 인신공격이나 막말에 가까운 공방을 주고받았다. 이날 고씨의 증언을 꼼꼼히 메모하던 최씨는 밤 10시가 넘어 재판이 끝날 무렵 10여분간 직접 고씨를 상대로 반말조로 질문을 퍼부었다.

이날 고씨는 최씨가 아닌 재판부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한때 친밀한 관계였다가 완전히 갈라선 두 사람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다음은 9차 공판 기록서 발췌한 최씨와 고씨가 오간 내용이다.


공판 진행될수록 코너에 몰리는 형세
매번 최후의 발악…물타기 시도 정황

최순실(이하 최) : 신용불량 부분. (중략) 국민은행에서 고영태씨 계좌를 보면 확인할 수 있다. 신용불량 걸려있어서 카드도 못 쓰고 통장거래 안 됐잖아.

고영태(이하 고) : 모르겠다. 신용불량에 걸려본 적 없어서.

최 : 왜 모르나. 포스코 갈 때 고민우라고 명함 판 것. 고민우로 개명하려고 법률사무소에서 했는데 전과사실과 마약 전과가 나와서 못했지 않나. 그건 사실이잖나.

고 : 사실 아니다.

앞서 최씨의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도 고씨에게 공격적인 질문을 했다. 이 변호사는 “고씨는 신용불량자이고 고민우라는 가짜 이름을 사용했으며 최씨에게 빌린 월세방 보증금 3000만원도 갚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고씨는 “무슨 뒷조사를 했는지 모르겠는데, 신용불량자 된 적 없고, 고민우라는 이름도 쓴 적 없고 보증금은 2000만원인데 다 갚았다”고 맞섰다.

재단 주인은?
진실공방 가열

최씨는 공판서 이번 국정 농단의 사태가 고씨와의 불륜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라고도 주장했다. 앞서 지난 1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10차 변론서 박 대통령측 대리인단은 “이 사건의 발단은 최순실씨와 고영태씨가 불륜에 빠지면서 시작됐다”고 주장하며 책임을 고씨에게 전가했다.

이경재 변호사 : 헌재 탄핵심판, 피청구인 대리인 측, 일방 주장에 의하면 증인(고영태)이 최서원과 불륜 관계가 생겨서 이 사건이 발단됐다고 하는데.

고 : 답변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고 신경 쓰지도 않았다. 신성한 헌재서 역겹다, 인격적인 모독을 하고 과연 그게 국가 원수의 변호인단이 할 말인지. 한심할 따름이다.


이처럼 공판서 최씨 측은 고씨를 향해 인신 공격성 공세를 펼치며, 국민을 아연실색게 했다. 최씨 측이 이번 공판과 무관한 고씨의 인신공격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각에선 최씨가 ‘물타기’를 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최씨는 고씨에게 ‘신용불량자’ ‘전과자’ ‘마약’ 등을 언급했다. 이는 고씨 증언의 신뢰도를 떨어뜨려 정보 공개에 집중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최순실 게이트’를 폭로한 고씨의 발언의 순수성을 훼손하는 방법으로도 풀이된다. 최씨 변호인이 태블릿 PC가 증거 효력이 없다고 물고 늘어진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돌연 불륜카드
“역겹다” 일축

야당도 최씨 측이 스스로 불륜 관계임을 드러내면서까지 고씨에게 막장 공세를 편 데 대해 물타기 의혹을 제기했다.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지난 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서 “손자까지 둔 할머니다. 사실상 할머니로 불리는 60세 여자가 20세나 아래인 남자와 자기들이 스스로 불륜을 맺었다고 주장을 하고 있다”며 “보통 사람 같으면 아니라고 부정을 해야 하지만 막장드라마 같은 얘기를 자기들이 주장하고 있잖나”라고 개탄했다.
 

이어 손 의원은 “왜 그럴까? 그렇게 창피한 일을 앞에 내세우면서까지 숨기고 싶은 뭔가 비밀이 있는 것”이라며 “박 대통령과 최씨 두 사람 목표는 같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최씨와 관계를 끊으려고 힌다. 최씨는 자기가 했던 국정 농단의 모든 것들을 고영태와 차은택한테 미루고 있다. 국민을 정말 뭘로 보는 건지 정말 참 한심하다”고 질타했다.

이날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 간 대화가 담긴 녹취파일 공개로 최씨는 수세에 몰리자 격분하기도 했다. 최씨는 “다른 죄는 다 받겠는데, 이건 너무 억울해서 물어봐야 될 것 같다”며 증인으로 나온 이성한 전 사무총장에게 직접 질문했다.

이날 검찰은 이 전 사무총장이 지난해 8월 한강변서 최씨와 고씨가 만나 대화한 내용을 녹음한 파일을 공개했다.

“계획적”…“그래 계획적이다”
막말 기본…재판장 고성 오가


최 : (이성한이) 고영태에게 여러 번 녹음파일을 공개한다고 말하니까 한번 만나 달래서 이 문제 확대되지 않게 하려고 나간 거다. 전화기를 다 없애고 만난 건데 그날 누구 전화기로 녹음을 한 거냐?

이성한 전 사무총장(이하 이) : 누가?

최 : 문제 생길지 모르니까 전화기 다 걷었잖아. 누구 전화로 녹음한 건가?

이 : 전화기는 아니고 내 주머니 속에 녹음기가 있었다.

최 : 계획적이네.

이 : 그렇다. 계획했다. 본인이 날 미친놈으로 생각하니까.

지난해 8월 경 이 전 사무총장은 고씨의 연락을 받고 서울 반포 인근 한강시민주차장에 주차된 SUV 차량서 최씨를 만난 바 있다. 당시 고씨는 녹음을 우려하며 이 전 사무총장의 휴대전화를 수거했다. 이 전 사무총장은 “향후 자신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울 수 있다”는 우려로 미리 가져간 추가 녹음기를 이용해 최씨와 대화를 녹음했다.

최씨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자신이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5일 법원의 체포영장을 집행한 박영수 특검팀에 의해 강제 소환된 최씨는 “억울하다. 특검이 자백을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지난해 11월 직권남용 등 혐의로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이후 특검팀으로부터 일곱 차례나 소환 통보를 받았지만 줄곧 ‘버티기’ 전략으로 일관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24일 한 차례 출석한 이후로는 건강상의 이유 등을 들며 소환에 응하지 않았다.

혐의 부인했지만
증거 앞서 무너져

그간 본인의 형사 재판서조차 말을 아꼈던 최씨는 이날 호송차에서 내려 특검 사무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까지 이동하는 동안 취재진을 향해 “여기는 더는 자유민주주의 특검이 아니다”라며 작심한듯 소리쳤다. 최씨는 “(특검이) 어린애와 손자까지 멸망시키겠다고 그러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박 대통령과 경제공동체임을 밝히라고 강요(받고있고) 너무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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