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양약품 3세 병역 의혹

2017.02.13 09:47:20 호수 1101호

아버지 밑에서 복무한 도련님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산업기능요원이란 병역의무자 가운데 일부를 선발해 현역 복무 대신 연구기관이나 산업체에서 대체 복무하도록 하는 제도다. 기능자의 능력을 살리고 중소기업 인력난을 덜어주자는 취지. 하지만 일부에선 산업기능요원제도를 악용하기도 한다. 최근 일양약품 오너 일가서 불거진 구설도 이 범주에 포함된다.

 



일양약품은 창업주인 정형식 명예회장에 이어 정도언 회장이 회사를 총괄하고 있다. 최근에는 정유석 전무를 내세워 3세 경영 체제를 준비하는 모습도 포착된다. 정 회장의 장남인 정 전무는 회사 곳곳서 전방위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1976년생으로 나이는 다소 어리지만 일양약품 재직기간만 10년이 다 되어간다.

의혹만 무성

탄탄대로가 펼쳐진 정 전무에게 때아닌 병역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정 전무가 자회사에서 산업기능요원으로 군복무를 대체한 것을 두고 의혹이 제기되는 분위기다. 정 전무의 병역 문제를 해결하고자 조직적인 꼼수를 벌였다는 게 핵심.

<시사저널>에 따르면 현역병 입영대상자였던 정 전무는 ‘칸테크’라는 회사에서 2003년 7월16일부터 2006년 5월27일까지 34개월 간 산업기능요원으로 군복무를 대신했다. 1994년 설립된 칸테크는 일양약품의 IT 자회사로, ERP개발 및 시스템 유지보수 등 기업전산환경 컨설팅사업을 하고 있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지분 80.2%를 보유한 일양약품이다.

일양약품의 최대주주는 정 회장(21.38%) 등 오너 일가다. 정 전무는 사실상 오너 일가 소유 회사에서 산업기능요원으로 대체복무를 한 셈이다.
 


칸테크가 채용한 산업기능요원이 지금껏 정 전무를 포함해도 단 두 명에 국한된다. 칸테크가 병역지정업체로 선정된 것은 2001년 11월이고 칸테크는 2003년 첫 번째 산업기능요원으로 정 전무를 채용했다. 이후 칸테크는 약 7년 동안 정씨를 포함해 단 두 명의 산업기능요원만 채용했고 더 이상 새로운 산업기능요원을 뽑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사서 회장 아들 산업기능요원 복무
병역 문제 해결 후 병역지정업체 해제

병역법에 따르면 2년간 산업기능요원을 뽑지 않으면 해당 회사를 병역지정업체서 해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칸테크는 2008년 9월 병역지정업체 허가가 취소됐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추가로 지정 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일양약품이 오너 3세의 병역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칸테크를 병역지정업체로 신청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유다.

공교롭게도 이 무렵 칸테크서 대표이사 교체가 이뤄졌다. <시사저널>은 지난 1999년 정 회장이 칸테크 대표이사에 취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사였던 이모씨를 대표이사 자리에 앉히고 본인은 이사직을 맡았다. 

만약 정 회장이 칸테크 대표이사였다면 정 전무는 칸테크서 산업기능요원으로 대체 복무가 불가능하다.

현행 병역법(제38조의2 등)에는 병역지정업체 ‘대표이사’의 4촌 이내 혈족은 해당업체서 산업기능요원으로 근무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물론 정 회장이 당시 칸테크 대표이사가 아닌 관계로 법적인 문제를 따진다는 건 무의미하다. 일양약품 측에서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거듭 드러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엇나간 ‘부정’

한편 정 전무는 자신이 산업기능요원으로 일했던 칸테크서 현재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칸테크 법인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정 전무는 2015년 10월 이 회사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뿐만 아니라 1948년생 정 회장이 고령인 점을 감안하면 향후 일양약품 경영권 승계 작업이 가속화될 시 정 전무가 회사 경영에 나서는 게 확실시 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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