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천우의 시사펀치> 안철수나 반기문이나

2017.02.13 09:42:35 호수 1101호

하루를 마감하기 위해 막걸리를 마시는 중에 아내가 살갑게 다가와 곁에 자리 잡고는 대뜸 한마디 한다.



“이번 대선에 당신이 출마하면 안 돼?”

하도 뜬금없는 소리라 물끄러미 아내를 주시하자 다시 말이 이어진다.

“당신은 짧지 않은 기간 정치판에 있었기 때문에 우리 정치현실을 잘 알고 있고 또 모든 욕심을 내려놓았으니 정말로 이 나라를 위해 사심 없이 일할 수 있잖아.”

아내의 거듭되는 이야기를 요약하면, 정치와는 담을 쌓고 지내는 아내가 보아도 엉망인 이 나라의 정치판을 확 갈아엎으라는 이야기였다. 그를 파악하고 슬그머니 미소 짓자 아내가 왜 그러냐는 듯이 바라본다.

“당신 말마따나 내가 모든 욕심 내려놓은 건 맞아. 그런데 그 때문에 정치에 참여할 수 없어. 막말로 욕심으로 똘똘 뭉친 정치꾼들이 나를 용인하겠어. 저들 밥그릇부터 빼앗아버릴 텐데.”


“국민만 바라보면 되잖아.”

“국민들 역시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있는 게야. 그래서 그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정치단체가 형성된 거고. 그런데 내가 정치를 하면 그 모든 걸 무시하고 이 나라의 미래를 그릴 터인데 그게 쉽사리 이루어지겠어?”

필자의 대꾸에 아내가 괜히 이야기를 꺼냈다고 생각했는지 슬그머니 자리를 물린다. 그 아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최근 발생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사퇴를 떠올려본다. 이전에도 반 전 총장의 대권 도전에 대해 여러 차례 ‘택도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런 반 전 총장의 사퇴에 대해 언론에서는 지지율 감소 때문이라는 등의 여러 말이 많으나 필자는 반 전 총장이 들고 나온 국적불명의 ‘진보적 보수’란 단어로 인해 패착에 이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와 맞물려 안철수 의원이 주장했던 ‘새정치’에 대해 살펴보자. 안 의원은 지금까지도 새정치의 본질이 무엇인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그가 지향하는 새정치를 명확하게 결론 내릴 수 있다.

안 의원이 말했던 새정치는 꿩도 먹고 알도 먹겠다는, 진보와 보수를 모두 제 편으로 만들겠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막상 말은 했지만 그를 현실에서 실현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물론 자신의 욕심을 철저하게 버린 연후라면 답이 나올 수 있었다.

안 의원은 자신의 흑심은 감추어두고 새정치를 하겠다고 했던 게다. 그러니 세상, 특히 정치판은 그 말에 쉽사리 넘어가지 않았다. 결국 그의 본질이 드러나면서 급전직하로 지지율이 떨어지고 이제는 군소후보로 전락했다.

이제 반 전 총장의 진보적 보수에 대해 살펴보자. 이 역시 용어만 다를 뿐이지 안 의원이 주장한 새정치와 대동소이하다. 모든 국민과 정치세력을 본인이 취하겠다는 의미에 불과하다. 그래서 안 의원에게 식상함을 느낀 국민들이 그에게 등을 돌리게 된 게다.

안철수와 반기문, 이 두 사람의 행태가 너무나 흡사하다. 시작도 그러하지만, 마무리 역시 그렇다. 안 의원은 일찍이 새정치하자고 굳게 약조했던 사람들을 헌신짝 버리듯 했다.

이에 뒤질세라 반 전 총장 역시 정치교체를 함께하겠다던 사람들에게 한 마디 상의도 없이 물러났다. 이 경우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그 사정을 모른다. 반 전 총장이 조금이라도 인간적 도의를 지니고 있다면 언론을 통해 그 사람들에게 공개사과를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순간까지 공개 사과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지 않는다. 그래서 그를 잘 알고 있는 내가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나경원 의원 등을 대신해서 한마디 한다.

“할 말 없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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