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은 어떤 관용차 탈까?

2011.03.28 10:57:11 호수 0호

"청장님은 오피러스를 좋아해~"



16개 지방경찰청 중 울산 빼고 모두 오피러스 
연간 유류비만 평균 600만원 넘어…세금은 면제
 
승용차는 남성의 자존심이라는 말이 있다. 누군가에게 보이는 부분에 있어서 초라해 보이지 않으려는 남성들의 심리와 사회적 지위를 적절히 드러낼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래서일까 실제 남성들은 자신의 승용차에 돈과 시간 등 많은 부분을 투자한다. 몇 해 전 광역자치단체장들의 관용차 현황을 보니 대부분 에쿠스나 체어맨 등의 고급 승용차를 선호하고 있었다. 시와 도를 대표하는 시장과 도지사라면 그 정도(?)는 타줘야 하는 걸까. 그렇다면 민중이 지팡이로 불리우는 전국 지방경찰청장들은 어떤 차를 선호할까. 정보공개청구센터를 통해 알아봤다.

최근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뛰어 오르면서 승용차를 몰던 사람들도 대중교통에 눈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승용차로 출퇴근을 하던 사람이 사람들로 북적북적한 지하철이나 버스를 견딜 수 있을지 만무하고,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또 승용차는 단순히 교통수단으로만 타는 게 아니라 사회적 지워나 품위를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에 기왕이면 내 차, 기왕이면 좋은 차를 타고 자랑 하고 싶은 것이 당연하다. 특히, 광역자치단체장을 비롯한 각급 관료들은 남에게 보이는 부분에 여간 신경 쓰는 것이 아니다. 너무 과하거나 너무 부족해도 욕을 먹는 이유에서다.

오피러스가 대세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에 따르면 전국 16개 광역시·도의 지방경찰청장들이 타는 관용차로 오피러스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부산, 경기 등 전국 16개 지방경찰청장들의 관용차 16대 가운데 울산지방경찰청장의 그렌저TG를 제외한 15대가 모두 오피러스로 조사된 것. 나 홀로 그렌저TG를 타고 있는 울산지방경찰청장은 지난 2005년 구입한 차량을 7년째 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구입 금액을 살펴보면 같은 오피러스라도 조금씩 차이를 보였다. 전남과 경남지방경찰청장은 2800만 원 대로 비교적 저렴하게 구입했고, 나머지 지역에서는 평균 3300만 원대에 오피러스를 구입했으며, 서울지방경찰청이 3700만 원대로 가장 비싸게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한 해 동안의 유류비 사용현황에서도 지역마다 차이가 나타났다. 물론 지역의 크기 차이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경북지방경찰청이 850만원으로 가장 많은 유류비를 사용했다. 이는 월 평균 70만원을 사용한 꼴이다.

충남·전남·충북지방경찰청 역시 800만원이 넘는 유류비를 사용했고, 가장 적은 유류비를 사용한 제주지방경찰청(240만 원대)보다 3배 이상 많이 사용한 셈이다.

이밖에 경기·부산·경남지방경찰청은 700만 원대의 유류비를 사용했고, 울산·대구·강원·광주는 600만 원대, 전북·대전·인천·서울지방경찰청은 400만 원대의 유류비를 사용했다.

이어 관용차량의 유지를 위한 비용도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관용차의 경우, 세금 면제대상이기 때문에 세금으로 지출되는 부분은 없었고, 차량 수리비로 지출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충북지방경찰청이 공개한 내용이 흥미로웠다. 2010년 한 해 동안 600만원이 넘는 수리비용이 지출된 것.

전남지방경찰청의 경우, 일 년 동안 180만 원가량의 수리비가 지출됐고, 대전지방경찰청의 경우 한 해 동안 85만 원가량, 제주지방경찰청은 3만3000원의 수리비가 지출된 것과는 대조되는 부분이다. 

특히 충남지방경찰청은 지난해 1월부터 지난 1월까지 매달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차량을 수리했으며 적게는 1만5000원부터 많게는 250만원까지 수리비로 지출했다.

충북지방경찰청의 관용차량이 매달 고장 났다는 가설이 없으면 설명하기 힘든 부분이다. 하지만 2007년에 구입한 관용차에 매달 수리비용이 들었다는 사실은 쉽게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기도 하다.

지자체장은 에쿠스 선호

기관장은 물론 지자체장이 바뀔 때마다 관용차를 새것으로 바꾸는 풍조가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전국 광역지방자치단체장들의 관용차는 대부분 에쿠스나 체어맨 등의 고급 승용차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정보공개 청구에 따르면 이 중 구입금액이 가장 비싼 것은 최고 6600만원인 것으로 드러났고 6000만원이 넘는 차를 타는 단체장들도 여럿 있었다.

그런가 하면 일반적으로 지자체장들은 5년을 주기로 차량을 바꾸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는 2007년 8월 시장 관용차로 380CC급 에쿠스를 구입했고, 경기도도 같은 해 도지사 관용차를 체어맨으로 바꿨다. 각각 5년3개월, 3년 만에 차량을 바꾼 것.

서울시와 경기도를 비롯해 수도권 주요 시장과 구청장들이 타는 관용차의 교체 시기도 비슷하다. 보통 5년만 지나면 교체되는 것.

지난해 7월 시장 취임 후 5400억 원의 빚을 갚을 수 없다며 모라토리엄(지불유예)을 선언했던 이재명 성남시장도 올해 초 6000여만 원을 들여 5년4개월 된 기존 체어맨 관용차를 신형 체어맨W로 교체했다.

이와 관련 개인택시도 차령이 9년이 지나야 바꿀 수 있는데 지방자치단체의 관용차는 5년만 돼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혈세낭비라는 지적이 분분하다. 문제는 이런 세금낭비가 35년 전에 만들어진 관용차 관리규칙에 정해져 있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는 점이다.

관용차 내구연한은 법으로 5년으로 정한 것은 1976년이다. 당시 국산차 품질 수준을 감안해 5년이 지나면 차량 수리비가 구입하는 비용보다 더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35년간 자동차 성능이 월등히 향상됐음에도 불구하고 5년 만에 관용차량을 교체하는 것은 국민의 혈세 낭비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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