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광’ 트럼프의 골프인생

2016.12.12 09:48:18 호수 0호

모두가 인정하는 ‘골프 마니아’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은 미국 골프업계에도 화제를 몰고 왔다. 트럼프는 여러 군데에서 클럽챔피언을 차지할 정도로 상당한 실력자일 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곳에 골프장을 소유하고 있다. 미 골프계는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이 골프계에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에 대해 예상하느라 바쁘다.

 



208야드 날리는 장타자
오바마 능가하는 실력

도널드 트럼프 45대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어떤 골퍼일까. 일단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골프광이다. 키 191㎝, 몸무게 102㎏의 운동선수 출신(미식축구와 야구)인 트럼프는 드라이브 거리 280야드의 장타자일 뿐 아니라 싱글 수준의 실력을 자랑한다. 자신의 강점을 잘 살려 플레이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트럼프는 2.8의 골프 핸디캡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는 핸디캡 14, 42대 빌 클린턴은 핸디캡 10, 44대 오바마 대통령도 이와 비슷한 실력으로 전해진다. 트럼프는 미국 <골프다이제스트>가 꼽은 ‘워싱턴 DC에서 가장 골프를 잘 치는 150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수준급 실력자임에는 분명하다. 여자골프 세계랭킹 5위 톰프슨은 “최근 트럼프와 함께 라운딩을 했는데, 드라이브 샷 비거리가 250야드는 나간다”며 “직진성 타구를 구사해 런이 많다”고 평가했다.

골프 애호가서
미 대통령으로

트럼프를 지지하는 유명 프로 골퍼들도 상당히 많다. 그들 중 한 사람인 미국여자프로골프(LP GA)투어의 베테랑 크리스티 커는 “당선 후 아직 연락은 해보지 않았지만 그의 열렬한 지지자”라며 “그는 미국의 진정한 CEO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커는 골프장 재벌이자 16개의 골프장을 운영하는 트럼프 당선자와는 골프 대회와 각종 프로암 등에서 오랜 동안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후보 시절부터 공개 지지를 선언했던 ‘골프의 제왕’ 잭 니클라우스는 트럼프가 당선된 뒤 골프인 중 가장 먼저 축하를 보냈다. 니클라우스는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에 대해 “자신이 가진 돈보다 골프를 더 사랑한다”며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면 골프 산업이 크게 발전할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트럼프의 골프에 대한 열정은 이견의 여지가 없다. 2005년에는 <트럼프, 지금까지 받아온 최고의 골프 레슨>이라는 320페이지 분량의 책을 발간한 적도 있다. 대학 때 골프를 시작했지만 제대로 레슨을 받지 않았고, 서적을 통해 기술을 익혔다.
트럼프는 승자가 되기 위한 4가지 조건으로 ‘강력한 멘탈과 패배의 교훈, 현명한 판단, 자신의 능력 파악’ 등을 꼽았다. “골프에 감정이 들어가면 곧바로 망조가 된다”고 설명, 멘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음은 패배를 통한 성장이다. “때로는 패배의 쓴 맛을 봐야 싸움에서 이기는 방법을 안다”고 강조했다. 선택의 순간에는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 “승자와 패자의 차이는 운명의 갈림길에서 어떻게 판단하고 행동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역설했다. 마지막은 자신의 실력을 파악하는 것이다. “이기기 위해서는 공격할 때와 우회할 때를 정확하게 구분해야 한다”고 했다.

그가 말하는
승리 방정식

트럼프는 전 세계에 걸쳐 16개 골프장, 22개 코스를 소유한 손꼽히는 골프 재벌이다. 여기에 두바이와 인도네시아의 트럼프 골프장은 2018년 완공예정이다. 트럼프는 경영위기에 빠진 골프장을 인수, 리모델링 통해 명문으로 변신시키는 사업 수완을 발휘하며 골프계에서 영역을 넓혀왔다. 1999년부터 골프장 경영에 뛰어든 트럼프가 소유한 골프장 대부분은 퍼블릭, 또는 리조트 코스다. 그린피는 평균 250달러 선으로 미국 내에서도 비싼 축에 속한다. 그의 골프장 중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도랄리조트 블루 코스가 390달러로 가장 비싸고, 트럼프 내셔널골프클럽 페리 포인트가 172달러로 가장 싸다.

트럼프 소유 골프장은 대부분 명문 코스로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대회와 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대회를 치르는 곳이 적지 않다. 당장 내년 US여자오픈은 트럼프 소유 골프장에서 치러지며, 2022년 PGA챔피언십 개최지 역시 트럼프 골프장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이 대회를 트럼프 소유의 골프장에서 개최하는 것을 두고도 골프 선수들과 관계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트럼프 소유의 골프장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래리 글릭은 “트럼프 소유의 골프장 운영은 그의 둘째 아들 에릭을 비롯해 세 명의 자녀가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골프 협회와의 잦은 마찰은 그의 골프장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PGA투어는 “트럼프라는 이름을 단 골프장에서 여는 골프 대회를 후원하는 기업이 없다”며 캐딜락 챔피언십 개최지를 트럼프 소유 골프장에서 멕시코로 옮겼다.

수완 뛰어난
골프 재벌

실제로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시리즈인 캐딜락 챔피언십 대회는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트럼프내셔널 도럴리조트 블루몬스터 골프장에서 줄곧 열려왔다. 하지만 WGC조직위원회는 내년 3월 이 대회 장소를 멕시코의 멕시코시티로 장소를 바꿨다. 대회 명칭도 WGC멕시코 챔피언십으로 변경했다. 최근에는 내년 6월 LPGA투어 US오픈 장소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이 대회는 트럼프가 소유한 미국 뉴저지주 베드민스터 트럼프내셔널골프클럽에서 열릴 예정이다. 지난달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개최지를 변경하라고 미국골프협회(USGA) 마이크 데이비스 사무총장을 압박했다.

대선 후보 기간에도 트럼프 골프장은 큰 어려움을 겪었다. 영국왕립골프협회(R&A)는 “트럼프라는 이름이 골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트럼프 소유의 턴베리 골프장을 디오픈 순회 코스에서 제외했다. PGA투어 등 골프 단체들은 트럼프가 유세 도중 쏟아낸 인종 차별, 여성 비하 등 발언에 반발하며 트럼프 소유의 골프장에서는 대회를 열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또 다른 닉네임 ‘골프 재벌’
지나친 승부욕…비매너 구설

트럼프는 초대형 깃대에 집착해 자신의 골프장에 21∼25m 깃대를 설치해 규정 위반으로 곳곳서 마찰을 빚기도 했다. 영국 언론들은 ‘트럼프가 대선에 이어 깃발 싸움에서도 이겼다’라고 보도했다. 사연은 이렇다. 영국 스코틀랜드 애버딘에 있는 트럼프 당선인 소유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장은 4월 클럽하우스 옆에 높이가 10층 아파트 정도 되는 25m 짜리 대형 깃대를 세웠다. 이에 주 의회는 구조물이 너무 커서 시야를 방해하는 등 문제가 많다며 깃대 철거를 의결했다. 하지만 골프장 측은 스코틀랜드 정부에 청원까지 하며 깃대 설치를 승인받았다. 현지에서는 이번 결정에 미국 대선 결과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전 세계에 16개의 골프장을 소유한 트럼프 당선인은 이전에도 초대형 깃대로 관계 기관과 갈등을 빚었다. 미국 플로리다 팜비치 클럽은 규정(12.8m)을 초과하는 24m의 깃대에 성조기를 내걸어 12만달러의 벌금을 부과 받았다. 그러나 벌금 대신 참전용사를 위해 10만달러를 기부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또 로스앤젤레스 트럼프 내셔널 골프장도 21m의 초대형 깃대를 세워 시의회와 설치와 철거를 놓고 공방전을 벌였다. 트럼프 당선인은 자기 과시욕이 강하다는 평가를 듣는데 골프장의 대형 깃대 설치도 이런 심리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지나친 과시욕
서슴없는 비매너

트럼프의 비매너도 입에 오르내린다. “트럼프가 티 박스에서 티샷을 수차례 했습니다. 이어 우리도 티샷을 날리고 공을 찾아 나섰죠. 그런데 트럼프가 페어웨이 한가운데 서 있는 겁니다. 그가 외쳤습니다. ‘내가 친 첫 번째 공을 찾았어’ 다음 홀은 파3이었는데 그의 공은 덤불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카트에 올라타 우리보다 먼저 그린 위로 갔죠. 우리가 도착하니 그의 공은 홀에서 3피트(약 1m) 거리에 놓여 있었습니다. 트럼프가 저희에게 이렇게 외쳤습니다. ‘공 집어 들게. 컨시드 거리잖아’ 복싱 세계 타이틀 6체급을 석권한 오스카 델라 호야가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털어놓은 내용이다. 트럼프는 “골프를 할 때 속임수를 쓰지 않을 뿐더러 델라 호야와 골프를 친 적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많은 이들이 그의 반론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로 끝나자 미국 골프 전문 매체들은 미국 골프계가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이 골프계에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주판을 튕겨보느라 분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트럼프가 골프계에 불이익을 줄 여지는 별로 없어 보인다. 본인이 대통령이 되기 이전부터 즐기던 스포츠이자 골프장 소유주로서 골프 산업에 악역향을 끼칠 어떤 제스처를 취할 이유를 찾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의 선임기자 마이클 뱀버거는 “트럼프와 골프 협회들의 관계는 앞으로 굉장히 조심스럽게 유지될 것”이라며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해서 그의 골프장에서 메이저대회가 추가되거나 하는 일은 없다. 그가 백악관 안에 있는 한 골프 비즈니스에는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