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망신시킨 ‘구씨 미꾸라지’

2011.03.22 09:10:06 호수 0호

LG가 3세 구본현씨 주가 조작 전모

‘구본무 사촌’ 구본현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구속
허위사실 유포해 100억 시세 차익…500억 횡령도



로열 패밀리의 주가 조작 사건이 또 터졌다. 망신을 당한 주인공은 LG가 3세다. 수법은 용의주도했다. 빼돌린 돈은 어마어마하다. 어렵게 자수성가한 선대와 달리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 하고 욕심을 부린 게 화근이라면 화근이다.

LG가 3세 구본현씨가 쇠고랑을 찼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는 지난 15일 주가를 조작해 시세 차익을 챙기고 거액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증권거래법 위반 등)로 구씨를 구속했다. 검찰은 지난 13일 구씨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범죄 혐의가 소명됐고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씨의 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에 따르면 구씨가 주가 조작과 횡령으로 빼돌린 돈은 총 600여억원에 달한다. 구씨는 회사 대표로 있던 2007년 신소재 전문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허위 사실을 퍼뜨리는 등의 수법으로 주가를 조작해 100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다. 또 직원 명의로 대출금을 끌어다 쓰는 것처럼 속여 500억여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사채업자 동원

검찰은 “구씨는 주가 조작과 횡령 혐의에 대해 부인하고 있지만 압수 수색과 주변인 소환 조사 등을 통해 구체적인 사실 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물증을 확보해 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구씨는 중학교 시절 도미 후 귀국, 군 제대 후인 1998년 사무용 가구 업체인 예림인터내셔널에 입사했다. 그러나 예림인터내셔널은 이듬해 부도가 났고, 구씨는 이 회사를 인수했다. 2001년 법정관리를 졸업한 예림인터내셔널은 2004년 전기부품 업체인 이림테크와 합병한 뒤 사명을 엑사이엔씨로 변경했다.

엑사이엔씨는 클린룸 사업에 뛰어드는 등 외산이 독점하고 있는 핵심 전자 부품·소재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올리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물론 구씨가 LG가인 탓에 LG그룹 계열사들의 지원도 적지 않았다. 엑사이엔씨는 2009년 매출 710억원, 영업이익 51억원, 순이익 18억원을 올렸다.

구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주변의 도움 없이 혼자 일어서야 했고 ‘가문을 위해서도 실패해서는 안 된다’는 강박관념이 많다”며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도 잠시. 엑사이엔씨가 본격적으로 기업 사냥에 나서면서 구씨의 ‘장난질’이 시작됐다. 구씨는 2007년 엠소닉, 이노자인테크놀로지, 나노텍 등을 잇달아 인수해 우회상장으로 엑사이엔씨를 코스닥시장에 입성시켰다.

구씨는 이 과정에서 허위 사실 유포와 시세 조종을 통해 100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구씨는 주가 조작에 사채업자를 동원했다. 구씨에게 주가 조작용 자금을 건네받은 사채업자가 저축은행에서 구씨가 맡긴 자금의 4∼5배에 해당하는 돈을 빌린 뒤 이 돈을 다시 주가 조작에 이용하는 방식이다.

구씨는 주가가 떨어지면 주식을 자동적으로 되팔아 원금을 보전할 수 있는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주가 조작에 종종 악용되는 이른바 ‘스탁론’이란 기법이다. 저축은행은 주식을 담보 삼아 원금 손실에 대한 걱정 없이 이자 비용을 챙길 수 있었다. 사채업자는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중간에서 마진을 챙길 수 있었다. 구씨는 2004년∼2009년 사채업자들과 공모해 직원 명의로 자금을 대여 받는 것처럼 꾸미고 엑사이엔씨 자금도 가로챘다. 이 돈이 무려 500억여원에 이른다.

구씨는 주식 시장에 자신의 횡령·배임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한 지난해 2월 일신상의 이유로 엑사이엔씨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3개월 뒤 검찰이 서울 구로구 엑사이엔씨 본사와 강남 사채업자의 사무실을 압수 수색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자 보유 중이던 회사 지분(18.25%)도 전량 처분했다.

그렇다고 검찰은 봐주지 않았다. 검찰은 구씨를 4차례 소환 조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냈고, 결국 구씨는 구속됐다.

LG그룹 ‘대략난감’

구씨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그는 주가 조작 혐의에 대해 “주가가 크게 움직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통해 개인적으로 이득을 취한 바는 없다”고 반박했다. 횡령 혐의도 “투자를 위해 사용한 돈으로 대부분 변제했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LG그룹은 난감한 표정이다. 3년 전 ‘구본호 사건’에 이어 이번에 ‘구본현 사건’까지 LG가 3세들의 주가 조작이 잇달아 터졌기 때문이다. LG그룹 측은 “두 사건 모두 개개인의 문제”라며 “LG와 연관 짓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구씨는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막냇동생 구자극씨의 장남이다. 구씨와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사촌지간인 셈이다. 구자극씨는 아들을 대신해 현재 엑사이엔씨 대표이사로 있다.

주가 조작 사건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구본호씨는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둘째동생 고 구정회씨의 3남 고 구자헌씨(전 범한물류 회장)의 아들이다. 구 회장과는 6촌지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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