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내정자 리더십

2011.03.15 09:55:02 호수 0호

재일교포 안고 연결고리 끊고 “바쁘다 바빠”

최근 금융권의 화두는 회장 선임이다. 한 군데만 해도 기삿거린데 4대 금융지주사가 일제히 선출 작업을 벌였다. 그 중 가장 이목을 끄는 인물은 바로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내정자다. 그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독특하다. 잘 알려져 있지 않아서다. 그런 한 내정자가 ‘신한호’를 잘 이끌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는 것. 과연 그에게 우리 금융계를 맡길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그의 리더십을 집중 진단 해봤다.



28년 신한서 보낸 정통 ‘신한맨’…경영 성적
차세대 주자 주목…신상훈 전 사장 후광에 가려

경력 및 경영 능력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내정자는 28년을 신한그룹에서 보낸 정통 ‘신한맨’이다. 부산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한 내정자는 1982년 신한은행에 첫 발을 들였다.

이후 기획조사부장, 종로지점장, 인사부장, 상무이사, 개인고객본부·신용관리담당 부행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02년에는 신한생명 대표이사 사장을,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신한생명 부회장을 역임했다.

한 내정자의 경영 성적은 ‘A+’다. 신한생명 사장과 부회장으로 재직할 당시 자사의 흑자 전환과 지주사 편입을 이끌어내는 등 탁월한 경영 능력을 발휘했다. 실제로 한 내정자는 신한생명 사장 취임 전인 2001 회계연도에 121억원에 불과하던 신한생명의 순이익 규모를 2006년도에 1236억원으로 10배나 끌어 올렸다.

같은 시기 총자산도 1조6000억원대에서 6조4000억원대로 대폭 증가했다. 2005년에는 1990년 신한생명 창립 후 처음으로 주주 배당을 실시했고 그해 지주회사 편입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었다. 이 밖에도 한 내정자는 직원들에게 ‘덕장’으로 불릴 만큼 온화한 성품과 강한 친화력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또 신한생명 사장 재임 당시에는 직원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필요 시 반영하는 등 합리적 경영을 펼쳐왔다는 평가다.

회장에 내정되기까지

이처럼 한 내정자는 특유의 리더십과 뛰어난 영업 능력으로 신상훈 전 사장, 이동걸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홍성균 전 신한카드 부회장과 더불어 ‘4룡’으로 불리며 그룹 내 차세대 주자로 주목을 받아왔다. 하지만 ‘왕좌’에 오르기는 쉽지 않았다. 신 전 사장의 후광에 가려 만년 2인자로 만족해야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내정자는 지난 2003년 신한은행장 인선과 2009년 신한지주 사장 인선 당시 유력한 후보로 이름을 올렸으나 결국 신 사장에게 밀려 고배를 마셔야 했다.

한 내정자에게 ‘1인자’의 꿈은 요원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던 지난해 9월, 신한은행이 신상훈 전 사장을 형사고발한 것을 계기로 경영진 간 내분이 촉발됐다.그룹은 패닉에 빠졌다. 이른바 ‘신한 사태’가 터진 것. 이를 수습하기 위해 만들어진 신한특별위원회는 아낌없는 지지로 한 내정자를 선택했다. 위기에 빠진 그룹을 구할 존재로 지목된 것. ‘4룡’ 중 최후의 승자가 된 것이다.

한 내정자는 내부 사정에 밝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서장급 중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라는 후문이다. 이 점이 한 내정자의 낙점에 가장 큰 장점이 된 것으로 보인다. 재일교포 주주들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한 내정자와 경합을 벌였던 한택수 국제금융센터 이사회 의장은 지금의 신한을 만든 공과에서 한 내정자에게 밀렸다는 분석이다.


선결 과제

가시밭길을 헤치고 신한호의 키를 잡은 한 내정자지만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항로에 난초가 산재해 있어서다. 최우선 과제는 신한 사태로 어수선한 내부 분위기를 다잡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사태의 주범인 전임 경영진과의 연결고리를 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특히 한 내정자는 자의든 타의든 선임 과정에서 라응찬 전 회장의 지지를 받은 바 있다.

그의 회장 내정이 과거의 그릇된 지배 구조를 청산하고 신한금융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라는 것임을 감안하면 ‘라 회장 사람’이라는 꼬리표를 떼는 작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다행히도 관계설정은 라 전 회장과 이백순 전 행장이 이사직 자진 사퇴를 표명하면서 자연스레 일단락됐다.
 
라 전 회장과 이 전 행장의 등기이사직 임기는 각각 오는 2013년 3월과 2012년 2월까지였지만 이를 앞당겨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공식 사퇴하기로 했다. 같은 시기 신상훈 전 사장의 등기이사직이 만료되는 점을 감안하면, 신한 사태 3인방이 신한금융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라 전 회장과 이 전 행장의 거취는 아직 결정된 게 없다. 일각에서 라 회장의 입김이 계속될지 모른다고 걱정이 나오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이 한 내정자에게 주어진 과제다.

이후 한 내정자는 분위기 쇄신을 위해 경영진 물갈이를 단행했다. 기존 이사진 12명 중 10명이 교체됐다. 새로 선임된 12명의 이사진 중에는 사외이사가 8명에서 10명으로 늘어 경영진에 대한 사외이사의 견제가 강화됐다. 기존 사외이사 중 윤계섭 서울대 명예교수와 필립 아기니에 BNP파리바 아시아 리테일부문 본부장을 제외한 전원이 새 인물로 교체됐다.

일본주주 끌어안기 해결국면…‘조직안정’ 전념
향후 행보서 주목할 점은 인수합병(M&A) 여부


신한 내분 사태에서 라 전 회장 측과 반대편에 섰던 재일동포 사외이사들은 숫자는 4명으로 유지됐지만, 인물은 모두 바뀌었다. 사외이사의 임기는 신임은 2년, 연임은 1년으로 결정됐다. 이번 이사진 개편은 ‘매년 20%의 교체’를 권고한 금융 당국의 사외이사 모범 규준을 뛰어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내정자는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재일동포 주주들을 설득키 위해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신한은행은 지난 1982년 일본 오사카 지역 민단계 재일교포들이 자본금 50억 엔(당시 250억원)을 모아 설립됐다. 신한은행이 성장하며 재일교포의 지분은 17%(추정) 정도로 희석됐지만 신한지주 사외이사 4명 자리가 이들 몫으로 남아있다. 이사회(12명)의 1/3을 차지한다.

이런 재일교포 주주의 지지를 한 내정자는 받지 못했다. 사실상 최대 주주의 지지를 받지 못한 채 선출된 셈이다. 하지만 2박3일의 일본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한 내정자의 모습은 당당했다. 아니나 다를까 한 내정자는 재일동포 주주들과 만나 상당한 성과를 얻었다고 자평했다. 재일동포 주주 역시 “한 회장이 일본 주주들을 인사차 방문해 각자의 반목을 떠나 하나가 될 것을 이야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오사카 주주들도 한 회장에 대한 오해를 어느 정도 풀고 반갑게 맞아주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나고야와 도쿄 주주들도 한 내정자의 선임을 반기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통 신한맨 출신이어서 신한 문화를 잘 이해하고 조직을 추스르는 데 적임이란 것. 도쿄에 거주하는 한 주주는 “신한맨 출신인 한 회장에 대한 기대가 남다르다”며 “내부 출신인 만큼 앞으로 신한금융을 잘 이끌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신뢰를 보냈다. 이에 따라 한 내정자의 행보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숙제로 여겨져 온 일본 주주 끌어안기가 해결 국면으로 들어선 만큼 이젠 ‘조직 안정’에 전념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한 내정자는 “취임 후에 계열사 사장의 재신임을 묻기 위한 일괄 사표는 받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직안정을 위해 기존 경영진에 대한 문책성 인사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동안 일각에선 한 내정자가 갈등을 조장한 인사들에 대한 문책성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점쳐져 왔다. 한 내정자는 “계열사 사장들과 협의해 다들 걱정하는 편가르기식 인사가 없도록 할 것”이라며 “적합한 인물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향후 행보

취임을 앞둔 한 내정자는 현재 업무 파악에 분주한 모습이다. 지난달 28일부터는 중구 태평로 본사에 마련된 회장 내정자 사무실에서 신한금융지주 부서장들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고 있다. 별도로 사장을 두지 않을 정도로 업무에 해박하지만, 현업을 떠난 지 4년이 지난 점을 고려해 조기에 업무 파악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의 향후 행보에서 주목할 점은 인수 합병(M&A)이다. 한 내정자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수 합병(M&A)을 추진하겠다는 발언으로 관심을 불러 일으킨 바 있다. 이는 “당분간 M&A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신한금융의 그동안 입장과 다른 것이다. 따라서 신한금융이 올해 실시할 것으로 보이는 우리금융지주와 산은금융지주 민영화 과정에 참여할지가 최대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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