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도강산, 발길 닿으면 다 고향 아닌교?

2011.03.15 09:35:00 호수 0호

정치인 제2의 고향 찾아보니

손학규 4월 재보선 앞두고 칩거했던 ‘춘천’ 찾아
박근혜-대구, 김문수-부천…“지역구가 내 고향”



정가 인사들의 ‘고향’ 방문이 부쩍 늘고 있다.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지역구를 탐색하는 비례대표들의 발걸음이 잦아지고 있는 것. ‘정치적 고향’인 지역구를 방문, 눈도장을 찍는 이들까지 몰리면서 일부 지역은 벌써부터 총선 열기가 가열되는 분위기다. 또한 성큼 다가온 4·27 재보선 선거 유세에도 ‘고향’이라는 키워드는 빠지지 않고 있다.
 
정치인의 고향은 ‘연고가 있는 모든 곳’이라는 말은 결코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태어난 곳, 자란 곳, 살고 있는 곳이 모두 ‘고향’으로 변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2의 고향’ ‘정치적 고향’을 부르짖는 정치인들의 애향가를 따라가 봤다.

4·27 재보선을 앞두고 최대 승부처인 강원도로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개중에는 강원도를 ‘제2의 고향’으로 천명한 손학규 민주당 대표도 있다.

팔도 넘나드는 고향열전

손 대표의 ‘원래’ 고향은 경기도다. 경기도 시흥에서 태어나 자랐으며 14대 경기 광명시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선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15, 16대 총선에서도 내리 당선됐다. 민선 3기 경기도지사까지 지내는 등 경기도는 그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정치적 고향’이다.

그러나 지난 18대 총선 낙마 후 2년여간 강원도 춘천에서 칩거한 것이 인연이 됐다. 게다가 사활이 걸린 강원도지사 선거까지 겹치면서 잔뜩 공을 들이고 있다.


손 대표는 지난달 16일 1박2일간 강릉에 머물며 제설 작업에 참여했다. 이어 28일에는 민주당의 유력 후보인 최문순 의원의 고향이기도 한 춘천을 찾아 강원도에 대한 강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이날 춘천에서 열린 시민토론마당에서 “저는 반쯤 강원도 사람” “강원도는 제2의 고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 대표는 지난 2일에도 1박2일 일정으로 강원도를 찾아 2년간의 춘천 칩거 생활을 거론하며 “제 마음의 고향, 제2의 고향”이라고 강조했다. 

손 대표는 당분간 일 주일에 2회 이상 강원도를 방문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선거전이 막판으로 치달으면 이곳에서 상주하다시피 할 것으로 알려졌다.

태어나 자란 고향과 정치적 고향이 다른 것은 손 대표뿐이 아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정치적 고향’ 덕을 톡톡히 봤다.

김 지사는 경북 영천 출신이지만 17대 총선에서 경기 부천 소사구 국회의원에 당선되며 부천을 ‘정치적 고향’으로 삼게 됐다. 그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 재선에 나서며 부천을 찾아 ‘제2의 고향’임을 강조함과 동시에 지지층 결집을 꾀했다.

박근혜 전 대표는 경북 대구에서 태어났으나 서울에서 성장했다. 그러나 지난 1998년 대구 달성군 보궐선거에 출마해 15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후 16·17·18대 총선에서 내리 금배지를 달며 달성군과 12년 동안 인연을 맺어오고 있다.

박 전 대표의 또 다른 ‘정치적 고향’은 충청도다. 충청도는 모친인 육영수 여사의 고향(충북 옥천)이 있는 곳이기도 하거니와 세종시 수정안 논란 당시 ‘눈도장’을 찍어둬 박 전 대표의 지지세가 남다르다.

정치인들은 내세우는 ‘고향’이 여럿인 만큼 혼란이 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얼마 전 한 포털사이트에 그동안 본적지인 경북 영양으로 표시돼 왔던 출생지를 ‘강원도 동해’로 바꿨다. 1945년 1월 강원도 묵호(현 동해시)에서 태어났으나 1948년에 경북 영양군 석보면으로 내려와 영양에서 고등학교까지 다녔던 만큼 출생지를 정정하게 됐다는 것. 이 장관은 출생지 수정 후 경북 영양 뿐 아니라 강원도 챙기기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진짜 고향은 어디?

또한 그는 서울 은평을을 ‘정치적 고향’으로 두고 있다. 이 장관은 그동안 “은평은 혈혈단신으로 상경한 시골 촌놈을 지금의 이재오로 만들어 준 삶의 터전이자 정치적 고향”이라며 “은평이 없는 이재오는 상상할 수도, 존재할 수도 없다”고 은평을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왔다.


엄기영 전 MBC 사장의 고향도 아리송하다. 엄 전 사장은 4·27 강원도지사 재보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고향을 ‘평창’으로 밝혔다. 그러나 지난 2008년 드라마 <에덴의 동쪽> 촬영장을 방문, 연기자와 스태프를 격려하며 “극 중에 큰 병원 가려면 ‘장성’에 가야 한다는 대사가 나오는데 거기가 제 고향”이라고 한 바 있어 의문을 낳았다.

엄 전 사장은 또 지난해 8월 춘천으로 주소를 옮긴 후에는 언론에 자신의 고향을 ‘춘천’으로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엄 전 사장의 ‘진짜’ 고향은 충북 충주다. 그러나 충주에서 태어난 후 강원도 강릉, 태백, 울진, 평창으로 이사를 다녔고 춘천에서는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등 인연을 맺은 지역이 많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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