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최순실 게이트> ⑨ 부영 - 국세청 무슨 일이…

2016.11.08 08:14:38 호수 0호

세무조사-80억 ‘딜’하려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수 기자 = 풀리지 않던 퍼즐이 맞춰졌다. 부영의 세무조사를 두고 말들이 많았지만, 결국 그 말들이 사실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K스포츠재단과 관련된 한 장짜리 보고서를 보면 모든 의문이 풀린다.



재계 순위 13위(공기업 제외)인 부영그룹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시작된 것은 지난해 12월. 핵심 계열사인 부영주택에 요원 40∼50명을 사전 예고 없이 투입해 회계 및 세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조사4국 출격

당시 세무조사는 5년 만이었다. 서울지방국세청이 2011년 부영그룹 내 비상장 계열사인 동광주택을 뒤진 적이 있다. 때문에 회사 측은 “정기조사다. 별일 없을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조사를 맡은 부서가 ‘조사4국’이란 점에서 단순 세무조사가 아닐 가능성에 무게가 쏠렸다.

재계엔 ‘조사4국에 걸리면 뼈도 못 추린다’는 얘기가 있다. 시쳇말로 빡세서다. 추징금도 어마어마하다. 수백억원서 수천억원의 세금폭탄이 떨어진다.

대기업 정기 세무조사는 조사1국과 조사2국이 담당한다. 조사3국의 경우 기업의 상속·증여세 및 양도소득세 등 재산세, 자본거래세 분야를 맡고 있다.


‘국세청 중수부’라고 불리는 조사4국은 특별 세무조사를 맡는다. 주로 기업의 비자금, 횡령, 탈세 등 무거운 의혹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일정을 통보한 후 시작하는 일반 세무조사와 달리 특정 혐의가 인지된 경우에만 조사에 착수한다. 부영 세무조사가 심상치 않은 이유다.

국세청은 공식적으로 “세무조사 중인 기업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있는 게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세무당국 관계자는 “(부영에 대한 세무조사는) ‘특별하다’란 점만 확인해 줄 수 있다”며 “특정 사안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고 귀띔했다.
 

재계 한 임원은 “조사4국이 나섰다면 문제가 심각하다”며 “추징금이 적지 않는 등 마치 언제 터질 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작동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부영 측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회사 관계자는 “세무조사라니 모르겠다.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해당 부서 등에 알아보고 연락을 주겠다고 한 뒤 감감무소식이었다.

이와 달리 세무당국 주변에서 들리는 얘기는 달랐다. 돌아가는 낌새가 이상하다는 것. 국세청이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업계 일각에선 부영그룹을 덮친 ‘세풍’을 두고 ‘괘씸죄’에 걸린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K재단 지원 요구에 이 회장 무마 요구
갑자기 덮친 세풍·검풍…괘씸죄 때문?

그로부터 4개월 뒤, 예상은 적중했다. 안일하게 대응했던 그룹 측의 장담과 달리 깜짝 놀랄만한 세무조사 결과가 나온 것.

국세청은 지난 4월 1000억원대에 달하는 세금을 부영에 추징하고,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과 부영주택을 수십억원의 조세포탈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36억원의 법인세 포탈 의혹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은 탈세 담당부서가 아닌 이례적으로 기업수사를 전담하는 특수1부에 배당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사건을 맡은 만큼 검찰 안팎에선 포탈 혐의 외에도 비자금 등으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로부터 다시 7개월 뒤, ‘뭔가 있다’는 추측은 현실이 됐다.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는 K스포츠재단과 관련된 한 장짜리 보고서를 보면 의문이 어느 정도 풀린다.

일부 언론이 입수한 ‘K스포츠재단 회의록’엔 재단 설립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고 있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세무조사를 받던 이 회장이 만나 ‘딜’을 하려던 정황이 담겨 있다.

회의록에 따르면 두 사람이 만난 것은 지난 2월26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다. 당시는 부영그룹에 대한 세무조사가 한창일 때다.

이 자리엔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을 비롯해 K스포츠재단 정현식 사무총장과 박헌영 과장, 그리고 이 회장, 김시병 부영주택 사장 등 총 5명이 참석했다. 재단 관계자들은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지시를 받고 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수석과 정 사무총장은 포스코 스포츠단 창단과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순방(아프리카)시 축구공 지원 등에 대해 논의했다. 그러고선 회의록엔 이 회장이 등장한다. 재단 측과 서로 맞거래 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재단은 70억∼80억원의 지원을 요구했고, 그 대가로 국세청 세무조사 무마를 내세웠다.

안 전 수석과 함께 나온 정 전 사무총장은 먼저 부영에 “5대 거점 지역(체육인재 육성사업) 중 우선 1개(하남) 거점 시설 건립과 운영에 대해 지원을 부탁드린다. 1개 거점에 대략 70억∼80억원 정도 될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이어 “건설회사라고 해서 본인들(부영)이 시설을 건립하시라는 것은 아니고 재정적인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부영은 이미 3억원을 K스포츠재단에 낸 상태였다. “최선을 다해서 도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다만 현재 저희가 다소 부당한 세무조사를 받게 됐다. 이 부분을 도와주실 수 있을 지 모르겠다”며 세무조사 편의를 제시했다.

결론적으로 이 거래는 성사되지 않았다. 재단 측은 회의 내용을 최씨에게 보고했으나 ‘조건을 붙여서 한다면 놔두라’는 최씨 지시로 부영의 기금 지원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빙산의 일각 아니겠냐. 최씨가 SK와 롯데 등에 수사 약점을 빌미로 70억∼80억원을 뜯으려 한 데 이어 세무조사까지 동원한 증거”라며 “특수부로 배당된 검찰수사도 지원금을 내지 않아 괘씸죄에 걸린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검찰로

국세청이 고발한 부영 건은 지금 검찰이 수사 중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수사한 지 7개월이 지났지만 이렇다 할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도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은 상황. 여기에 재단 비리 관련 수사까지 덮쳤다. 부영은 어떻게 될까. 좀 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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