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앞둔 LIG넥스원, 잇단 악재에 골머리 사연

2011.03.08 10:22:26 호수 0호

악재 삼종세트에 “나 지금 떨고 있니”

방산업체 LIG넥스원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악재가 줄지어 터져 나온 때문이다. 방산 비리가 적발되는가 하면 수사 과정에서 전 대표가 자살하는 일도 벌어졌다. 최근에는 담합 의혹에까지 휩싸였다. 상장을 앞두고 있는 LIG넥스원으로서는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다.



수십억대 방산 비리 수사받던 대표 자살하기도
삼성탈레스와 담합 의혹 제기


LIG넥스원이 담합 의혹에 휩싸였다. 공정위는 지난해 말과 지난달 LIG넥스원과 삼성탈레스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장보고3 사업’ 관련 두 업체 간 입찰 담합 여부가 조사 역점이다. ‘장보고3 사업’은 오는 2020년까지 2조6000억원을 투입해 원양 작전이 가능한 3000톤급 잠수함을 자체 생산하는 차세대 잠수함 건조 사업이다.

오너 비자금 의혹

삼성탈레스와 LIG넥스원은 전투체계 분야와 음향탐지체계 분야에 각각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되기 전인 지난 2009년 3월, 사전 협약을 통해 업무를 나눠 경쟁을 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이들 방위산업체에 대한 현장 조사 결과 내부적으로 간단한 사안이 아닌 것 같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조사 대상 업체들은 공정위의 입찰 담합 조사와 관련 국내 기술을 총집약해 국산화를 해야 하기 때문에 협력이 불가피한 점과 함께 자국 방위산업 보호 등의 특수성이 감안돼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LIG넥스원에 불거진 악재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에 앞서 지난해 말에는 방산 비리가 터져 나왔다. 군 장비 부품의 수입 원가를 부풀려 정부에 납품하는 방식으로 부당 이익을 챙긴 혐의(특경가법상 사기 등)다. 이 일로 LIG넥스원 이모 대표를 비롯한 회사 관계자 4명과 재미 사업가 김모씨 등이 불구속 기소를 당했다.

비리의 시작은 7년 전인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LIG넥스원의 전 대표였던 평모씨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CW TECH’라는 회사를 세운 뒤 경영권을 장악했다. 해외 군 물품 제조업체와 직거래를 하던 LIG넥스원은 2005~2007년 거래 과정에 CW를 이용해 납품가를 올렸다. 중간거래상을 거쳐 물건을 사는 식으로 70여 종의 물품 가격을 부풀린 것.

기소된 이들은 A씨의 지시로 이 같은 수법을 동원, 방위사업청에 모두 562억원어치의 장비를 팔아 치웠다. 이들은 이 중 97억여원을 부당이득으로 챙겼다. 국민의 혈세가 고스란히 이들의 호주머니로 흘러들어간 것이다. 이 돈은 CW의 미국 현지 계좌로 전액 송금된 것으로 드러났다. 군 물자의 가격은 각 업체가 제출한 원가 산정 자료를 토대로 방사청이 그 금액을 정한다.

하지만 방사청이 장비를 사들일 때 사전에 결정된 가격을 넘지 않으면 부품 수입 원가를 별도로 조사하지 않는 게 관행이다. LIG넥스원은 이 점을 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 돈이 LIG넥스원 사주 일가의 비자금으로 사용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실제 검찰은 미 연방수사국(FBI)에서 넘겨받은 일부 금융 자료를 토대로 돈의 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자금 의혹과 관련, LIG넥스원 측 관계자는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기 때문에 뭐라고 말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 가운데 참고인 자격으로 검찰 조사를 받던 LIG넥스원 전 대표 평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 수사가 열흘간 중단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평씨는 검찰 수사에 큰 압박을 느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크고 작은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자 화살은 최근 부회장으로 승진한 구본상 부회장에게 돌아갔다.


경영 자질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조심스레 흘러나왔다. 구자원 LIG넥스원 회장(LIG손해보험 명예회장)의 장남인 구 부회장은 지난 1996년 LG그룹에 입사해 LIG손해보험 미국법인 임원, 넥스원퓨처 부사장을 거쳐 2007년 LIG넥스원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됐다. 악재에 구 부회장의 경영 위기론까지 나오자 LIG 넥스원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주식 상장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불편하기만 하다. 행여 상장에 차질이라도 생기진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표정이다. 그러잖아도 그룹에서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받고 있는 상황이기에 마음은 더욱 무겁기만 하다. 실제로 국내 재벌들은 방위산업을 한다는 것 자체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수익성이 낮고 비리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 삼성, LIG, 두산 등 굴지의 재벌들은 방위산업을 ‘돈도 안되고 말썽만 부리는 애물단지’로 취급하고 있다. 실제 LIG넥스원의 2009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9664억원, 408억원으로 그룹 전체 매출(약 8조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방산 분야 그룹 분리?

때문에 재벌들은 방산 분야를 그룹에서 분리하는 추세다. 정부가 하라니까 어쩔 수 없이 하는 사업이니만큼 그룹에서 소외시키겠다는 것이다. 분리된 후에는 회사 자금 구조에 문제 발생 시 매각 1순위가 될 심산이 크다. 실제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 2008년 방산 부문을 물적 분할 뒤 이듬해인 2009년 매각해 유동성 위기를 겪던 자회사 밥캣의 증자 대금으로 활용한 바 있다. 이에 대해 LIG넥스원 측 관계자는 “그룹에서 분리된다는 얘기는 금시초문”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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