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리더십 집중 점검

2011.03.08 09:53:42 호수 0호

줄기찬 불만들“불도저로 밀어버려?”


8개월간 공석이던 KB금융지주 회장직이 채워지던 지난해 7월. KB금융지주 본사에서는 노조원와 사측 경비원의 격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주주총회장에 진입한 노조원들이 ‘친정권 낙하산 인사 의혹’을 제기하며 어윤대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선 때문이다. 어 회장은 이렇게 금융권에 험난한 첫 발을 내딛었다. 그로부터 8개월이 지난 지금, 어 회장의 리더십을 집중 점검해봤다.

야심작인 캠퍼스플라자 “이해할 수 없는 경영 전략”
말로만 외치는 ‘소통’…불도저 경영으로 뒷말 무성

#1 구조 조정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고강도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먼저 조직 통폐합과 구조 조정을 추진했다. 전략 그룹과 재무관리 그룹을 경영관리 그룹으로 단일화했으며, 상품 그룹은 개인영업 그룹과 기업영업 그룹에 분할 편입시켰다. 자금시장 그룹도 자본시장본부로 개편했다.

허리띠를 졸라매기도 했다. KB투자증권 등 적자를 냈던 계열사의 임원수를 30% 이상 삭감하고 불필요한 비용도 과감히 줄였다. 무엇보다 전 직원을 상대로 희망퇴직을 실시해 금융권 최대인 3200여 명의 직원을 내보냈다. 금융권 사상 최대 규모의 구조 조정이었다.



이후에도 어 회장은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지난 1월 성과향상추진본부를 신설, 지난해 희망퇴직 권고 대상자 등 업무 성과가 저조한 직원 230여 명을 성과 향상 프로그램 이수자로 분류해 지역본부로 발령 냈다. 성과향상추진본부에 발령받은 직원들은 영업 능력 교육을 받고 일정 성과를 달성해야 영업점 복귀가 가능하다.

2년간 불이익은 주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 기간이 지나면 어떻게 될 지는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사실상 퇴출이 목적인 부서라는 게 국민은행 노조의 설명이다. 그러나 어 회장의 영업력 강화와 효율성 제고에 대한 집착이 지나치다는 우려가 시간이 흐를수록 짙어지고 있다. 무리한 다이어트가 체질 약화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2 실적
이 같은 우려는 지난해 경영 실적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KB금융그룹이 최근 발표한 실적을 보면 당기 순이익은 883억원에 불과했다. 전년도보다 무려 84% 하락한 것이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2조3839억원의 당기 순이익을 기록하면서 전년 대비 82.6% 성장했다. 이에 비하면 어 회장이 손에 쥔 성적표는 여간 초라한 게 아니다.

이 밖에도 ▲우리금융지주 1조2420억원 ▲하나금융지주 1조108억원 등 다른 지주사들은 모두 조단위 이익을 기록했다. 이익 측면에선 리딩뱅크 대열 중 ‘꼴찌’ 수준으로 밀려난 셈이다. 이에 대해 KB금융그룹 측 관계자는 “지난 2분기 중 자산 건전성 개선을 위한 보수적 충당금 적립이 있었던 데다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4분기에 단행한 희망퇴직 관련 일회성 비용 6525억원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3 역점 사업
어 회장이 벌이고 있는 사업들에 대해서도 뒷말이 무성하다. 어 회장은 최근 ‘캠퍼스플라자’ ‘KB굿잡’ 등의 굵직한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두고 국민은행 안팎에선 불안감 섞인 말들이 흘러 나오고 있다. 특히, 어 회장이 야심차게 추진 중인 캠퍼스플라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캠퍼스플라자는 대학생을 주 타깃으로 대학 캠퍼스 근처에 설치하는 ‘신개념 점포’다. 미래 고객 확보와 새로운 금융 모델 구현이 목표다. 1호점인 숙명여대 ‘락스타 눈꽃 존’을 시작으로 이미 연세대, 고려대, 숭실대 등 서울과 지방 주요 대학 근처에 총 42개점을 열고 영업에 들어갔다.

어 회장은 일반 영업점 모델에서 탈피해 직원 배치에서부터 지점 디자인까지 변화를 꾀할 정도로 의욕을 드러냈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미래 잠재 고객 확보라는 취지는 이해가 가지만 수익성 검증이 안 된 사업에 성급하게 인력과 비용을 투입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성과향상추진본부, 임금인상 등 놓고 노조와 ‘파경’
인사권·경영 총괄…문제 생기면 민 은행장에 미뤄

이와 함께 이미 각 대학 안에 은행들이 입점해 있어 신규 고객 창출이 어려운 데다 휴일이 많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업에 나선다는 발상 자체가 금융권에서는 비상식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구조 조정 등으로 지점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약 1200명의 인력을 빼내 ‘락스타’ 지점에 배치하면서 일선 창구에서는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최근 출범한 ‘KB굿잡’ 프로그램 역시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KB굿잡’은 국민은행 등과 거래하고 있거나 국민은행이 발굴한 우량 중소·중견 거래 기업과 청년 구직자를 이어주는 일자리 연결 프로젝트다. 청년 실업 해소에 기여한다는 면에서 외부 평가는 좋은 편이지만  직원들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문제는 구조 조정 중인 내부 직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직원 감축 작업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외부 일자리 창출 지원에 나선다는 게 내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권의 관심은 비즈니스 경험이 적은 어 회장이 KB금융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을지에 모이고 있다. 어 회장의 경영 능력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4 노사관계
시험대에 오른 어 회장이 원만하게 KB금융지주를 이끌어 나가기 위해선 노사 간의 화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어 회장과 노조의 관계는 악화일로로 내달리고 있다. 최근에는 임단협으로 불화를 겪었다. 노조에 따르면 임금 협상 자체를 아예 무시당했다. 결국 극적으로 임금 협상이 체결되긴 했지만 노조는 앙금이 남았다.

과도한 업무량도 불협화음이 나오게 하는 요소다. 노조에 따르면 구조조정과 캠퍼스플라자 설립 등으로 인력이 빠져 나가면서 창구는 말 그대로 비상 상태다. 반면 목표치는 2배로 설정됐다. 노조 관계자는 “창구 직원들 중에는 점심시간을 15분 이내로 단축하고 화장실도 못 갈 정도로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다”면서 “직원 2만4000여 명의 5분의 1이 넘는 5000여 명이 그만두거나 다른 분야로 이동하면서 모든 피해가 고스란히 창구 직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성과향상추진본부 역시 노조의 반발을 사고 있다. 여기에 일정 나이 이후에 연봉을 깎는 ‘임금피크제’를 추진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노조의 분노는 극에 달한 상태.

#5 경영 스타일
이 같은 갈등의 원인은 어 회장의 불도저식 경영 스타일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말로는 소통을 강조하면서도 실제론 눈과 귀를 닫은 채 독단적인 경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어 회장은 노조와의 합의 없이 성과향상추진본부를 설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노조는 이 부서의 설립을 중단시켜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한 상태다.

노조 측 관계자는 “어 회장의 가장 큰 문제는 노조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며 “노조의 감시와 견제가 없다면 어 회장의 독재를 막을 방법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조 측 관계자는 또 “실제로는 어 회장이 인사권과 경영을 모두 총괄하면서 문제가 생기면 민병덕 은행장한테 미루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어 회장의 경영 스타일은 방대한 KB그룹조직에 모럴 해저드 분위기를 조성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경영  실적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이처럼 어 회장은 내부의 반발에 발목이 붙잡힌 상태이다. 어 회장의 의욕에 찬 구상에 직원들이 수족처럼 움직여 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어 회장이 이끄는 KB금융지주가 ‘리딩뱅크’로 가는 길은 점차 멀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조심스레 흘러 나오고 있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