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투자증권 직원, 수백억대 고객돈 횡령 풀스토리

2011.03.08 09:29:28 호수 0호



과장급 직원 2년간 고객돈 484억 횡령하다 적발
IBK “타은행 계좌로 범행 저질러 어쩔 수 없다”

IBK투자증권의 신뢰가 흙바닥에 나뒹굴었다. 이 회사 직원이 벌인 사기 행각 때문이다. 피해자는 42명 피해액은 자그마치 484억에 달한다. 이 같은 사실을 전해들은 IBK투자증권은 화들짝 놀라는 눈치다. 2년여에 걸쳐 벌어진 일이었는데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IBK투자증권에 한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내용인즉, 서울 모지점 박모 과장이 금전을 편취했다는 것이었다. IBK투자증권은 박 과장에게 도주하지 말 것과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을 것을 권유하고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29억 유흥비로 탕진

당시 IBK투자증권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박 과장이 횡령한 금액은 30억원 내외이며, 피해자는 30여 명이었다. 하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이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박 과장이 편취한 투자금은 현재 밝혀진 것만 484억에 달한다. 기존 30억의 16배에 달하는 액수다. 검찰은 현재 박 과장이 빼돌린 돈의 정확한 피해 액수를 산정 중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피해액이 증가할 수도 있단 얘기다.

피해자도 42명에 이른다. 박 과장은 인터넷 주식 카페 회원들을 대상으로 “고소득을 보장하겠다”며 투자금을 끌어 모은 뒤 앞서 투자한 사람들의 원금과 배당금 지급을 위해 뒤에 투자한 이들의 투자금을 이용, ‘돌려막기식’으로 지급했다. 전형적인 투자 사기 수법이었지만 투자자들은 속수무책으로 속아 넘어갔다. 현직 증권사 과장이라는 타이틀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박 과장이 이처럼 ‘간 큰 사기’를 벌인 까닭은 무엇일까. 검찰에 따르면 박 과장은 전 직장인 우리투자증권에 재직할 당시 큰 투자금 손실을 냈고 고객이 이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자 배상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투자증권에서 퇴사한 박 과장은 IBK투자증권에 입사한 이후에도 사기 행각을 멈추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과장이 챙긴 돈의 일부는 손실을 메우는 데 흘러들어 갔으며, 29억원 상당을 유흥비 등에 탕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박 과장이 2년여에 걸쳐 수백억대의 돈을 횡령했는데도 IBK투자증권 측은 이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데 있다. 이에 대해 IBK투자증권 측 관계자는 “박 과장이 회사의 법인 계좌가 아닌 개인의 은행 계좌로 투자금을 받아 왔기 때문에 회사에서도 편취 사실을 사전에 알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IBK투자증권이 아니라 전 회사에서부터 사기 행각을 벌여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같은 IBK투자증권의 주장은 화를 더욱 키우는 꼴이다. 채용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IBK투자증권은 학력·연령·전공 등 지원 자격에 제한을 두지 않는 이른바 ‘열린 채용’을 하고 있다. 하지만 스펙뿐 아니라 직원의 도덕성이나 범법 행위 여부에도 자격 제한을 두지 않은 형국이다.

채용 시스템 문제?

한편, 피해를 본 투자자들은 박씨의 사기 정황이 드러나자 IBK투자증권에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IBK투자증권 측 관계자는 “수사 결과에 따라 회사에서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다면 응당 책임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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