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들

2016.10.27 18:31:27 호수 0호

김성환 저 / 교양인 / 1만4000원

누구나 감정을 느끼고 표현한다. 그런데 정말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감정의 본질일까? 그동안 우리가 알던 감정은 감정 자체가 아니라 밖으로 드러난 감정, 다시 말해 표정이나 행동으로 표출된 감정일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화’라는 감정에 대해 설명하라고 하면 대다수는 ‘열이 오른다’ ‘인상을 찌푸린다’ ‘소리를 지른다’ ‘심박동 수가 증가한다’는 식으로 외적 특징을 설명한다. 이런 설명으로는 화라는 감정을 해명할 수 없다.
그뿐이 아니다.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내가 왜 이 감정을 느끼는 것인지 알지 못한 채 감정에 휩쓸려 육체와 정신이 소모되는 일은 아주 흔하게 일어난다. 가령 화의 이면에는 두려움이 감춰져 있고, 열등감에서 나타나는 ‘자기 거부’의 가면 뒤에는 상대의 탁월함에 매혹된 자신이 있다. 이처럼 감정의 진짜 모습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자기도 모르게 불쑥 낯선 모습으로 고개를 드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가장 먼저 감정의 본질을 이해해야 한다.
감정을 다룬 보통의 책들이 감정이 표출된 상황이나 신체 내부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면 <감정들>은 감정 자체를 ‘직접’ 들여다봄으로써 감정의 본성과 작동 원리를 해명한다. 구체적이고 역동적인 저자의 묘사는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손에 잡히지도 않던 감정의 영역을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놓는다.
무언가 빠진 것 같은 허전함과 혼란스럽고 불안정한 마음 때문에 인간 내면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저자는 불교식 내관법으로 자기 탐색을 시작했고, 그중에서도 불안, 화, 우울과 같은 부정적 감정의 본질을 밝히는 데 진력했다. 일상에서 흔히 경험하지만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느낌들을 놓치지 않고 붙잡아, 6년에 걸쳐 더듬어 나간 끝에 내면의 ‘진짜 감정’과 마주했다. <감정들>은 오랜 시간 내면을 탐색하고 사유한 저자가 감정에 관한 주목할 만한 의미들을 발견하고서 그 가운데 보편적이라 해도 좋을 만한 내용을 시기심과 질투부터 열등의식, 불안, 화, 우울과 슬픔, 죄의식, 웃음까지 일곱 가지 주제로 나눠 정리한 책이다.
경험적 사유와 직관을 토대로 한 이 책의 접근 방식은 독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며 쉽게 저자의 이야기에 녹아들 수 있게 한다.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며 저자가 풀어내는 감정의 세계를 거닐다 보면 마음 깊숙이 숨어 있는 진짜 감정과 마주할 것이다. 나아가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다스릴 힘을 얻게 될 것이다.
부정적 감정을 다루는 방법으로 감정이 일어날 때 가만히 바라보라고 말한다. 그러나 막상 이를 실행하기는 말처럼 쉽지 않다. 감정은 ‘나’와 한몸처럼 붙어 있는 데다가 감정이 일어남과 동시에 몸과 마음이 습관적으로 반응하므로 객관적으로 바라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저자는 감정을 감지하는 즉시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쓸리지 않도록 뒤로 물러나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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