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오픈 2연패 이경훈의 힘

2016.10.24 09:52:43 호수 0호

바닥서 박박 기다가…

미국프로골프(PGA) 2부투어에서 맛본 쓰디쓴 경험이 한국오픈 2연패를 이루는 고마운 밑거름이 됐다. 한국골프의 내셔널 타이틀인 한국오픈 정상을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으로 확실하게 지킨 이경훈(25·CJ대한통운)은 올해 2부투어 상금의 5배가 되는 거금을 거머쥐었다. 



7년 만에 달성한 대회 연승
포기 모르는 집념의 도전

이경훈은 지난달 11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CC(파71·7225야드)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오롱 제59회 한국오픈에서 4라운드 합계 16언더파 268타로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한국오픈 2연패는 2008년, 2009년 배상문에 이어 7년 만이다. 이경훈은 양용은, 배상문, 김대섭, 한장상 등과 함께 한국오픈에서 두 차례 이상 우승한 선수로 기록됐다. 이경훈은 이날 5번 홀부터 8번 홀까지 4개 홀 연속 버디를 잡는 등 초반부터 무서운 기세를 뽐냈다. 이경훈은 동반 플레이한 최진호(32·현대제철)가 12번 홀(파4)에서 보기를 범하면서 4타차 선두로 나선 뒤 큰 위기 없이 여유 있게 우승했다.

고진감래

1라운드를 공동 선두로 마친 뒤 2라운드부터 단독 선두로 치고 나와 한 번도 리드를 빼앗기지 않은 압도적인 우승이었다. 모두 보기를 적어낸 16번 홀(파3)과 18번 홀(파5)에서 타수를 잃지 않았다면 2011년 이곳에서 열린 한국오픈에서 리키 파울러(미국)가 적어낸 최소타(16언더파) 우승기록을 갈아치울 수 있었다.

지난해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상금왕을 차지한 이경훈은 미국 진출을 시도했다. PGA투어 퀄리파잉스쿨에서 탈락해 2부 투어에 뛰어야 했다. 올해 닷컴투어 18개 대회에 출전해 컷을 통과한 것은 겨우 8차례. ‘톱10’에 진입한 것도 지난달 말 윈코 푸드 포틀랜드 오픈에서 기록한 공동 4위가 유일했다. 올해 챙긴 상금은 겨우 5만8427달러(6462만원)다. 항공료, 체재비 등 비용을 빼면 적자다. 이경훈은 한국오픈 우승상금 3억원을 챙기면서 적자 시즌을 흑자로 단번에 돌려놨다. 또한, 웹닷컴투어 상금랭킹 78위로 밀려 상위 75명에게 주는 파이널 시리즈에 나가지 못한 아쉬움도 달랬다.


PGA 2부투어 경험한 쓴맛 밑거름
우승 놓칠 뻔한 비하인드 스토리

이경훈은 “미국에서 뛰는 동안 화를 내봐야 나에게 좋을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마음을 다스리면서 자신감을 가져야 좋은 결과가 온다”며 “올해 다시 PGA퀄리파잉스쿨에 도전하겠다. 꿈의 무대인 PGA 진출, 꼭 이뤄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경훈이 한국오픈 우승 뒤 재미있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털어놨다. 이경훈은 4라운드에서 같은 조의 최진호(현대제철)와 치열한 우승 경쟁을 벌였다.

4라운드 초반에는 최진호가 2타를 줄이며 공동 선두를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경훈은 흔들리지 않았고, 4연속 버디를 성공시키며 1타 차 단독 선두로 치고 나섰다. 이후 최진호가 연속 보기를 범하며 무너졌다. 17번 홀까지 이경훈은 최진호에 4타 차로 앞서나갔다. 문제는 18번 홀(파5)이었다. 이경훈은 이 홀에서 세컨드 샷을 그린 뒤 러프로 보냈다. 그리고 세 번째 샷을 하기 위해 그린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어프로치 샷을 하려던 이경훈이 갑자기 샷을 멈추고 경기위원을 불렀다. 이유는 이경훈이 샷을 하려던 순간, 또 다른 공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이경훈의 캐디 최경섭 씨는 “공이 러프 위에 떠올라 있는 걸 분명히 봤는데, 막상 러프 앞에 가보니까 공이 러프에 박혀 있더라.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주변을 확인해 보니까 또 다른 공이 있었다. 그래서 바로 경기위원을 불렀다”고 설명했다정말 신기한 것은 러프에 있던 공 두 개가 볼 번호만 제외하고 제조사, 마크까지 똑같았다는 사실이다. 경기위원은 이경훈이 나중에 발견한 공이 실제 이경훈이 18번 홀에서 플레이한 볼이라고 확인해 줬다.

정상에 우뚝

이경훈은 18번 홀에서 보기를 기록했는데, 만일 그가 잘못된 공을 쳤다면 오구 플레이로 2벌타를 받았을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이경훈이 잘못된 공을 치고 벌타를 반영하지 않은 채 스코어카드를 제출했다면 실격까지 당할 수도 있었다. 이경훈과 캐디의 침착한 대응이 우승으로 이어진 셈이다. 

그렇다면 과연 러프 안에 있던 또 다른 공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아직까지도 미스터리다. 최경섭 캐디는 최근 이 이야기를 전하면서 “이경훈 프로와 경기 후 ‘우리가 연습 라운드 때 잃어버린 공이 아닐까’라고 이야기했다”며 크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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