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세태> 안방극장은 지금…

2016.10.18 09:22:21 호수 0호

드라마 보면 우리가 보인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지난 9일 열린 케이블 채널 티비엔(tvN)의 개국 10주년 페스티벌 <tvN10 어워즈>는 화려한 출연진으로 영화제를 방불케 한다는 평을 받았다. 시상식서 단연 주목을 끈 것은 지상파와 맞먹을 정도의 시청률과 인기로 티비엔을 안정 궤도에 올려놓은 드라마.



사건 중심의 형사물서부터 현 세태를 반영한 생활물까지, 클리셰 범벅의 신데렐라 스토리서 벗어난 드라마의 향연에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변화를 꾀하고 있는 현 시점의 드라마를 <일요시사>가 따라가 봤다.

지난 2월24일 첫 방영된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16회를 끝으로 종영할 때까지 숱한 화제를 낳았다. 첫회 시청률 14.3%로 시작, 마지막회 시청률 38.8%의 기록은 이변이 없는 한 올해 최고 시청률이 될 가능성이 높다. 남자 주인공으로 출연했던 배우 송중기는 각종 시상식에서 상을 거머쥐며 최고 인기 배우로 떠올랐다.

케이블의 변신

시청률이 요일 단위로 널뛰는 우리나라 드라마 시장서 사전 제작 드라마는 위험 부담이 상당히 높다. 누리꾼의 반응에 따라 전개나 러브라인 등을 바꾸는 ‘피드백’이 어렵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100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 사전 제작 후 방영한 2010년작 <로드 넘버 원>은 초반 1·2회를 제외하고 10% 이하의 저조한 시청률(최저 시청률 4.4%)로 흥행에 참패했다. 일주일에 두 번 방영하는 우리나라 드라마 특성상, 제작 환경의 개선을 위해서라도 사전 제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시청률이 발목을 잡았던 것.


하지만 <태양의 후예>의 성공으로 사전 제작을 시도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최근 사전 제작 드라마 비율이 늘어나는 건 중국 시장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제작사인 영화 투자배급사 NEW에 따르면 <태양의 후예>는 회당 25만달러에 중국으로 수출됐고 19개국에 판권이 팔렸다. 판권 수입만으로 130억원 제작비는 방송 시작과 동시에 절반 이상 회수했다. 시청자 수가 우리나라와는 자릿수부터 다른 중국 시장을 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중국은 드라마를 방영하기 전 완성본을 사전에 심의한다. 중국에선 국무원 직속기구인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이 라디오·TV·영화 산업 등을 관리·감독하는데, 심의 기간만 6개월 정도 걸린다. 이 때문에 한·중 동시방영이라는 타이틀을 걸기 위해서는 국내 방영 전 완성본이 나와야 한다.
 

최근 대부분 드라마가 중국 시장을 겨냥하면서 사전 제작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사전 제작 드라마 방식은 방송사 입장에선 여전히 ‘양날의 검’이다. 최고가 중국 판권 판매로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은 사전 제작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가 국내서 부진한 시청률로 고전하는 등 위험 부담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전제작·웹드·리메이크
플랫폼 다양화 치열한 경쟁

그렇기에 방송사들이 중국 시장만큼이나 새로운 활로로 보고 있는 곳은 모바일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만 19세 이상 성인의 89%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올 6월 기준). 모바일 사용의 증가는 웹툰, 웹소설, 웹 드라마 등 웹 시리즈의 발전을 가져왔다.

웹 드라마는 보통 한 회에 10∼15분이지만 짧게는 3분 길게는 30분까지 방영 시간이 다양하다. 2010년 윤성호 감독의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가 초기작으로 손꼽힌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는 매회 5∼7분가량의 러닝타임으로 12편이 만들어졌다. 그로부터 3년 뒤 LTE 서비스의 발달로 웹 드라마 시장이 성장하기 시작했다.

2013년 7편에 불과했던 웹 드라마는 2014년 23편, 지난해 67편으로 제작 편수가 늘었고 올해는 200편이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10여년간 큰 인기를 끈 조석 작가의 웹툰 <마음의 소리>도 동명의 웹 드라마로 제작돼 방영을 앞두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심의 규제가 엄격하고 외교 상황에 따라 마음 졸여야 하는 중국 시장보다 모바일 시장이 장기적으로 볼 때 콘텐츠 유통에 유리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사전 제작으로 기대를 모은 <사임당>이 중국 심의 문제로 편성이 미뤄진 반면, 미주 지역 K콘텐츠 플랫폼인 드라마피버서 방영했던 웹 드라마 <고호의 별이 빛나는 밤에>가 특집으로 지상파에 편성된 것이 단적인 예다. 최근 방송사들이 웹 드라마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어 모바일 시장은 더욱 팽창할 것이라는 분석도 눈여겨 볼만하다.


또 지상파·케이블·종합편성채널(종편)·모바일 등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콘텐츠 세분화가 빨라지고 있다. 한때 인기 드라마의 공식처럼 여겨졌던 가난한 여주인공의 신데렐라 스토리는 ‘식상하다’며 외면받고 있다.

그에 반해 마니아층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은 형사물 <시그널>을 비롯해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다뤄 사회에 경종을 울렸던 <원티드>, 대중에게 생소했던 법의학물 <싸인>, 최근 시청률 고공 행진을 벌이고 있는 보디가드 액션 <The K2> 등 장르물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드라마서 빠질 수 없는 요소였던 사랑, 질투 등의 클리셰가 없어도 인기몰이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1인 가구,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 등 현실 세태를 적나라하게 반영한 드라마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인 가구는 전체 가구 수의 4분의 1에 달한다. 취업 준비생 10명 중 4명은 공시생이라는 통계도 있다. 혼자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며 작은 원룸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20~30대를 찾는 건 너무나 쉬운 일이 됐다.
 

이런 현실을 적나라하게 반영한 JTBC <청춘시대>는 20∼30대의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청춘시대>는 20대 여자 다섯 명이 쉐어하우스 ‘벨 에포크’에 모여 살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린 작품이다. 드라마를 본 누리꾼들은 “너무 현실적이라 오히려 보기가 힘들다”는 반응을 드러내기도 했다.

매회 혼자 술을 마시며 사연을 늘어놓는 방식으로 시작하는 <혼술남녀>는 노량진 학원 강사들과 공시생들의 삶을 담은 드라마다. 시험 때문에 사랑, 인간관계, 가족 등 주변의 모든 끈을 잘라내야 하는 공시생들의 애환을 그린 이 드라마는 자체 최고 시청률을 여러 차례 경신하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혼술남녀> 최규식PD는 “공시생 이야기는 그동안 많이 다뤄지지 않은 신선한 소재”라며 “그분들이 봤을 때도 재밌고 공감할 수 있고 위로가 될 수 있는 드라마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사랑·질투 없다

이외에도 원작 바탕의 드라마 역시 여전히 활발히 제작되고 있다. 최근에는 소설, 웹소설, 웹툰뿐만 아니라 미드(미국 드라마), 일드(일본 드라마) 등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다.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구르미 그린 달빛>은 부동의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으며, 미드를 원작으로 한 <굿와이프> 역시 높은 인기를 끌었다. 이후에도 소설 원작의 <왕은 사랑한다> 미드 원작의 <안투라지> 등이 방영될 예정이어서 리메이크 드라마 열풍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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