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재벌후계자 체크(23)동원그룹 김남구

2011.02.22 10:10:55 호수 0호

‘참치명가’ 뚝 잘라 두 아들 한입씩 ‘쏙’


한 나라의 경제에서 대기업을 빼곤 얘기가 안 된다. 기업의 미래는 후계자에 달렸다. 결국 각 그룹의 후계자들에게 머지않은 대한민국 경제가 걸려있는 셈이다. 잘 할 수 있을까. 우리 경제를 맡겨도 될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재계 ‘황태자’들을 체크해봤다. 스물세 번째 주인공은 동원그룹 김남구씨다.

장·차남 각각 금융·식품 양대 지주사 장악
2004년 그룹 둘로 쪼개 2세간 경영분리 완료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의 자녀교육은 남다르다. 재계에 널리 소문날 만큼 혹독하기로 유명하다. ‘경영자는 조직의 밑바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애환을 몸으로 깨달아야 한다’는 지론대로 두 아들을 ‘현장’에 보냈다.

혹독한 경영수업



김 회장이 6남5녀의 장남으로 향교장이던 아버지 밑에서 어릴 적부터 엄한 교육을 받았듯, 둘은 군말 없이 김 회장의 지시를 따랐다고 한다. 힘들게 경영수업을 마친 두 아들은 현재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섰다.

김 회장은 부인 조덕희씨와 사이에서 2남2녀(남구-남정-은자-은지)를 뒀다. 이중 남구·남정 형제가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김 회장은 2004년 그룹을 각각 ‘금융’과 ‘식품’의 양대 지주회사로 분리하면서 남구씨에겐 금융 부문을, 남정씨에겐 식품 부문을 맡겼다.

재계 관계자는 “동원그룹은 사실상 2세들 간 경영 분리가 끝난 상태”라며 “그룹 지주회사 및 핵심자회사의 자녀들 승진과 지분 현황 등을 보면 경영권과 소유권 이양 작업이 마무리된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48세인 장남 남구씨는 1987년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바로 참치잡이 배에 올랐다. 김 회장의 지시에 따라 6개월간 꼬박 먼 해역에서 참치를 잡았다. 앉아서 지시만 내린 게 아니다. 다른 노동자들과 똑같이 하루 16시간씩 중노동을 했다. 그물을 던져 참치를 잡고, 삶아 냉동 과정부터 갑판 청소에 이르기까지 온갖 허드렛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후 4년간 동원산업에서 평직원으로 근무한 남구씨는 1991년 동원증권으로 자리를 옮겼다. 대리였다. 첫 부서도 여의도 본사가 아니라 명동의 한 지점이었다. 채권영업, 기획실 등을 거친 뒤에야 2004년 비로소 동원증권 대표이사 사장에 오를 수 있었다. 동원산업에서 금융 부문을 맡아 독립한 그는 이듬해 시가총액이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등 덩치가 훨씬 큰 한국투자증권을 인수해 경영능력을 충분히 검증받았다.

남구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한국투자금융지주는 ▲한국투자증권(100%) ▲한국투자운용(100%) ▲한국투자파트너스(100%) ▲한국투자저축은행(100%) ▲코너스톤에퀴티파트너스(100%) 등 26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최대주주는 남구씨로, 20.23%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김 회장은 1.09%의 지분만 보유 중이다. 나머지는 김 회장의 부인 조씨(0.43%)와 김은지(0.12%), 김재종(0.07%), 김재운0.76%), 조영삼(0.01%) 등 친인척들이 나눠 갖고 있다.

그룹의 모태인 식품 부문은 차남 남정씨 쪽으로 굳어지고 있다. 38세인 남정씨도 ‘추운’경영수업을 받았다.

남정씨는 1996년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원산업에 사원으로 입사했다. 그가 처음 맡은 보직은 경남 창원 참치통조림공장 생산직 근로자. 동원산업 영업부에서 시내 백화점에 참치 제품을 배달하는 일도 했다. 이후 기획실, 마케팅실, 경영지원실 등을 거쳐 현재 동원시스템즈 상무(건설본부 부본부장)로 있다.

동원그룹의 식품 부문은 동원엔터프라이즈가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동원엔터프라이즈는 상장사인 동원F&B(71.25%)와 동원시스템즈(79.9%), 동원산업(59.24%)을 비롯해 ▲동영콜드프라자(61.1%) ▲동원와인플러스(94%) ▲동원씨앤에스(100%) ▲동원팜스(100%) ▲코리아화암(100%) 등 26개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동원F&B는 다시 동원홈푸드(100%), 동원데어리푸드(100%), 삼조쎌텍(70.36%) 등을, 동원시스템즈는 동원하우징(100%), 거창산업단지(96%) 등을, 동원산업은 동원택배(100%) 등을 쥐고 있다.

경영·소유권 이양

남정씨는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최대주주다. 지분 67.23%를 갖고 있다. 김 회장은 24.23%를 보유 중이다. 여기에 동원육영재단(6.06%)과 친인척인 김재국(1.25%), 김재운(0.57%), 김재종(0.24%), 김호랑(0.01%) 등까지 오너 일가의 특수관계인 지분은 100%다. 김 회장과 남정씨는 동원엔터프라이즈의 등기임원을 맡고 있다.

1999년부터 2006년까지 23∼25대 한국무역협회 회장을 역임한 김 회장은 이임 당시 2세 경영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김 회장은 “협회장 임기가 끝나면 2세 교육, 후진 양성에 힘쓰겠다”며 “(특히) 남정이는 아직 젊어서 경영수업을 더 받아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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