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신기생뎐> 임성한 작가 또 막장 논란

2011.02.15 10:56:39 호수 0호

드라마는 역시 ‘드라마틱’해야 한다

기생집 보내려는 계모·러브호텔·딸 연애사 뒷조사 등 자극 소재
<하늘이시여> <인어아가씨> <보석비빔밥> 등 막장 논란 휩싸여

‘시청률 제조기’ 임성한 작가의 SBS 드라마 <신기생뎐>이 무리한 막장 설정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임성한 작가는 <하늘이시여> <인어아가씨> <아현동 마님> <보석비빔밥> 등을 연속 히트시키며 특급 작가 대열에 올라섰지만 드라마 방송 때마다 막장 논란에 휩싸였다. <신기생뎐> 또한 특이한 소재와 비현실적 인물설정, 온갖 ‘막장’ 코드로 쏠쏠한 재미를 본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기생의 전통을 지키는 최고급 기생집이 현존하고 있다는 가정 하에 ‘부용각’을 중심으로 사란(임수향), 라라(한혜린), 다모(성훈) 등의 사랑과 애환, 아픔을 담을 드라마 <신기생뎐>이 방송 시작과 함께 막장 논란에 휩싸였다.

라라의 엄마는 무려 3명이지만 정작 라라는 친엄마가 누구인지도 모른다. 또 사란의 죽은 엄마 역시 친모가 아니라는 설정이다. 지난 1월30일 4회분에서는 딸을 기생집에 보내려는 막장 계모가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돈 때문에 딸 사란을 기생집에 보내고 싶어하는 계모 지화자(이숙)의 모습이 그려졌다. 부용각 상무 이도화(이매리)로부터 명함을 받은 사란은 친구들의 성화에 못 이겨 함께 부용각을 찾았다. 딸들 몰래 부용각 주방 보조로 일하고 있는 화자는 다과상을 들고 가다 사란의 모습을 목격하고 깜짝 놀랐다.



재벌 만나라 딸 구박

부용각의 기생들이 엄청난 수입을 올린다는 사실을 전해들은 화자는 이내 기생이 된 사란의 모습을 상상했고, 남편 단철수(김주영)에게 “듣고 보니까 괜찮은 직업이더라, 수입도 엄청나고. 무용단 들어가 봤자 별 거 없지 않느냐”며 사란을 기생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을 내비쳤다.

아무리 친딸이 아니라지만 돈 때문에 딸을 기생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계모의 모습이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상황. 지난 2월5일 5회분에서는 다모가 사란을 차에 태우고 한적한 교외에 있는 이른바 ‘러브호텔’에 갔다. 다모는 자신의 집에 전통 무용을 선보이러 온 무용과 학생 사란과의 첫 데이트에서 느닷없이 러브호텔에 간 것.

다모는 “한번 안아보고 싶었다. 이런 곳까지 따라왔을 땐 예상했을 것 아니냐”며 사란을 설득하려 했지만, 사란은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비상식적인 장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딸을 재벌가에 시집보내려는 지화자는 딸 공주(백옥담)가 재벌가와 거리가 먼 남자(전지후)와 승마장에 갔다는 이유로 뺨을 때렸다.

지화자는 “능력 있는 남자 사귀라고 없는 형편에 승마장 갈 돈을 대줬더니”라며 딸을 구박했다. 다음 날 방송된 6회에서는 사란의 연애사를 캐내기 위해 흥신소 직원까지 대동시킨 막장 계모의 행태가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지화자는 사란과 다모의 정확한 관계를 알기 위해 흥신소에 미행을 부탁했다.

먼저 지화자는 사란을 집 앞에 데려다주는 다모의 차번호를 외워 누구의 차인지 조회를 의뢰한 상황. “아주 VIP 자제분이더라. 은성유통 회장의 외아들 차다”라는 정보를 입수한 화자는 정확히 둘이 사귀는 사이인지를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흥신소 직원들은 하루 종일 사란과 다모의 뒤를 미행했고 “둘이 사귀는 거 맞다. 남자가 바짝 애달아서 한 시간 동안 집 앞에서 기다리더라”는 정보를 전했다.

이에 지화자는 입이 귀밑까지 걸려 좋아서 어쩔 줄을 몰랐다. 지화자는 사란이 책 읽는 데 방해가 된다며 남편에게 텔레비전도 못 켜게 하고, 사란에게 신용카드를 내밀며 “옷 좀 사 입어라. 친구들한테 꿇리지 않게 백화점 가서 좋은 거 사 입으라”고 하는 등 과도한 친절을 베풀었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공짜는 없다, 단사란”이라며 회심의 미소를 짓는 속물 계모 화자의 모습이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상황. 이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들이 방송되면서 잔잔한 주말극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은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드라마 시청자 게시판에는 “갑작스러운 호텔신에 짜증이 났다” “이 작품을 50부작까지 이런 식으로 계속 진행한다면 시청자로서 채널을 돌릴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정서에는 잘 안 맞았던 것 같다” “딸 기생시켜 팔자 펼 생각을 하다니 해도 너무 한다” “아무리 새엄마라도 저렇게까지 할까” 등 의견들을 전했다.

말도 안 되는 설정 계속

방송되는 드라마마다 막장 논란에 휩싸이고 있는 임성한 작가는 <보석비빔밥> 방송 당시 MBC와의 인터뷰에서 “드라마는 말 그대로 ‘드라마틱’ 하면 좋다고 생각한다. 언론에서는 그걸 ‘파격’으로 많이 표현한다. 전 독특하면서 말로 풀기 어려운 소재일수록 의욕과 욕심이 생긴다”라고 밝혔다.

요즘 안방극장은 ‘막장드라마’가 대세다. 욕하면서도 보고, 짜증내면서도 빠져든다. 2011년에도 ‘막장드라마’의 인기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막 나가서 막 보게 된다는 ‘막장드라마’의 매력은 무엇일까. ‘막장드라마’에는 몇 가지 공식이 있다.

첫 번째 공식은 현실에서는 보기 힘든,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설정들이 계속된다는 점이다.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아내의 유혹>은 남편과 친구의 배신으로 만신창이가 됐던 여자가 죽음을 딛고 변신에 성공해 자신을 배신했던 사람들에게 복수한다는 내용으로 설정부터 ‘막장’ 소리를 들었다. <조강지처클럽>과 <흔들리지 마> 역시 비현실적이고 억지스러운 설정 때문에 비난을 받기도 했다.


두 번째 공식은 꼬일수록 재미있고 비틀수록 흥미롭다는 등장인물들의 인연이다. ‘출생의 비밀’이 여기에 속한다. 이유를 불문하고 주인공은 부모 중 한 사람으로부터 버림받거나 모종의 음모에 의해 양부모 밑에서 성장해야 한다.

<에덴의 동쪽>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출생의 비밀에 덧붙여 여자 주인공의 억지스러운 임신이라는 몹쓸 소재까지 가세해 <에덴의 동쪽>은 ‘에덴의 막장’이라는 별명까지 얻고 말았다. ‘막장드라마’ 뽑기 투표를 통해 최고의 막장으로 등극한 <너는 내 운명>도 주인공이 입양된 후 꼬인 관계도의 절정을 보여주었다.

세 번째 공식은 잔인할 정도로 독한 내용을 담는다. 꽃보다 아름다운 남자들이 줄줄이 등장하는 <꽃보다 남자>에는 자살, 왕따, 강간 등 치명적인 소재들을 담고 있어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외에도 ‘남자는 능력 있는 집안의 자제이며 여자는 자수성가한 전문직이어야 한다’는 점. 극중 남자 주인공들의 조직 내 직함은 대부분 ‘실장님’인 경우가 많다.

단 자력 승진이 아닌 입사할 때부터 ‘실장님’이어야 한다. 반면 여자 주인공은 외로워도 슬퍼도 절대 울지 않는 ‘캔디형’이다.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났지만 타고난 능력과 미모로 고속 출세하거나 임자 있는 남자를 빼앗곤 한다. 이밖에 못된 시어머니와 시누이, 여자 주인공을 묵묵히 곁에서 돕는 ‘키다리 아저씨’도 필수다.

이 같은 캐릭터들이 한 데 모여 권선징악의 통쾌한 복수극으로 결말을 마무리한다. 대부분 악인의 비참한 최후로 끝을 맺고 가끔씩은 귀신이 등장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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