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명가’ 동서그룹 수상한 땅거래 내막

2011.02.02 09:00:00 호수 0호

묶인 땅 ‘덥석’속아서 샀나 알면서 샀나

동서그룹의 수상한 땅거래가 포착됐다. 오너일가가 매매가 쉽지 않았던 수천 평의 부지를 판 과정이 석연치 않다. 다름 아닌 그룹 계열사가 매입했기 때문이다. 회사는 왜 많고 많은 땅 중에 하필이면 오너의 땅을 사들였을까. 동서그룹과 오너일가 간 의문투성이 부동산 거래를 들춰봤다.



오너일가 소유 부지·임야 수천평 회사가 매입
선대 증여 땅으로 김상헌 회장 등 수십억 차익

동서그룹의 땅은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이동면 천리에 있는 부지다. 대법원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그룹 계열사인 (주)동서가 소유한 천리 땅과 임야는 991-1(7949㎡), 991-6(147㎡), 991-8(143㎡), 991-20(120㎡), 991-21(201㎡), 991-22(51㎡), 991-23(90㎡)번지 등 7필지로 모두 8701㎡(약 2636평) 규모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이 일대와 국도를 사이에 둔 반대편엔 또 다른 계열사인 동서물산의 부동산이 있다. 190-2(3142㎡), 190-3(2979㎡), 190-7(2140㎡) 등 3필지로, 이들 땅과 임야의 규모는 총 8261㎡(약 2503평)다.

문제는 부지의 매매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확인 결과 동서그룹은 1만6962㎡(약 5140평)에 이르는 땅과 임야를 오너일가로부터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당초 땅주인은 김재명 동서그룹 명예회장이었다. 김 명예회장은 1957년 10월부터 1984년 6월까지 단계적으로 천리 일대의 부지를 사들였다.

이후 1990년 4월과 2002년 12월 두 차례에 걸쳐 아들과 손자들에게 몽땅 증여했다. 부지를 물려받은 2세는 김 명예회장의 장남 김상헌 (주)동서 회장과 차남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이다. 두 형제의 부인과 자녀들도 증여받아 모두 9명이 지분을 1/9씩 쪼개 소유했었다.

(주)동서와 동서물산이 이들 부지를 매입한 것은 지난해 1월과 11월이다. 김상헌·김석수 회장 일가는 김 명예회장에게서 땅을 증여받은 지 7년여 만에 자신들이 경영하는 회사에 되팔았다.더욱이 이곳은 자연녹지지역이다. 토지거래계약에 관한 허가구역으로, 사실상 묶인 땅을 그룹 계열사들이 사들인 것이다. 

국토해양부 장관은 토지의 투기적인 거래가 성행하거나 우려가 있는 지역, 지가가 급격히 상승하거나 우려가 있는 지역을 일정 기간 동안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 있는 토지를 거래하려면 관할 시장, 군수, 구청장 등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를 받지 않을 경우 당연히 불법이다. 허가증이 없으면 소유권이전등기도 할 수 없다. 따라서 토지거래허가지역은 개발이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거래 자체도 이뤄지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현지 부동산 관계자는 “큰 기업이 많고 많은 땅 중에 왜 하필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토지거래허가지역으로 묶인 땅을 매입했는지 모르겠다”며 “아직까지 부동산 시장이 침체돼 있는 상황이라 더욱 이해가 안 된다”고 의아해 했다. 동서그룹 측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창고부지 확보 차원에서 천리 땅과 임야를 매입했다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시장 공략을 확대하고 있는 회사 전략상 물류센터를 신축하기 위해 천리 부지를 매입했다”며 “현재 막바지 공사가 한창 진행 중으로 올 상반기까지 완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러 부지를 놓고 고민하다 물류 특성상 교통이 가장 좋은 곳으로 결정하게 됐는데 바로 천리 지역이었다”며 “정당한 선정 과정을 통해 부지를 골랐다. 물론 적법한 절차도 거쳤다”고 덧붙였다.

김상헌·김석수 회장 일가는 이 거래를 통해 짭짤한 부수입을 올렸다. 건설교통부 조회 결과 (주)동서와 동서물산 소유로 명의가 이전된 땅과 임야의 공시지가는 오너일가가 증여받은 2002년 기준으로 단위면적(㎡)당 1만3000원대에서 3만2000원대로 나타났다.

미성년자도 대박

지난해 이 일대는 6만7000원∼9만3000원대로 뛰어올랐다. 적게는 2배, 많게는 7배 이상 가격이 상승한 셈이다. 실거래가로 따지면 이를 훨씬 웃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이 일대의 실거래가가 공시지가보다 최소 2배 이상 비싼 가격으로 흥정된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동서그룹 오너일가는 공시지가의 최소 2배 이상의 가격으로 매각대금을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감안하면 오너일가가 수십억원의 차익을 남겼다는 계산이 나온다. 뭉칫돈을 챙긴 ‘로열패밀리’엔 미성년자도 끼어 있다.


동서그룹은?

김재명 명예회장이 1968년 설립한 동서그룹의 지주회사는 (주)동서다. (주)동서는 합작사인 미국 GF(General Food)의 제품 판매 등 식품사업과 동서녹차 티백 등 포장사업을 주로 한다. 장남 김상헌 회장이 오너로 있다.
그룹의 핵심사인 동서식품도 GF사와 합작사다. 1974년 순수 국내 기술로 커피크리머를 생산한데 이어 1976년 세계 최초로 커피믹스를 개발했다.

대표브랜드 ‘맥심’은 1980년 출시됐다. 맥심 커피는 75%, 커피믹스는 80%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경영은 차남 김석수 회장이 맡고 있다. 이외에 동서유지(유지가공), 동서물산(국산차), 대성기계(식품기계) 등이 그룹 계열사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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