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원건설 노조, 미국행 비행기 탄 사연

2011.01.25 09:20:00 호수 0호

특명! 먹튀 사장님을 잡아라


성원건설 노조 위원장이 미국행 비행기를 탄다. 해외사업 때문이 아니다. 임금과 퇴직금 123억원을 떼먹고 달아난 전윤수 성원건설 회장을 잡기 위해서다. 대체 노조는 어째서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 했을까.

집행유예 기간 만료인 6월까지 ‘버텨야’ 하는 형편
추방심사에 맞춰 미 국무부 등 상대로 송환 촉구

전윤수 성원건설 회장은 노동자 임금과 퇴직금 등 123억원을 체불한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던 지난 3월9일 돌연 미국으로 떠났다. 당시 출국 이유에 대해 성원건설 측은 “지병 치료차”라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선 전 회장이 지병 치료가 아닌 해외로 도피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해외 도피

전 회장은 지난 2007년 대법원에서 특가법상 횡령죄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의 형을 선고받은 바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집행유예 기간 중인데 또 다른 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집행유예의 선고는 효력을 잃게 된다.

다시 말해 집행을 유예한 징역 3년을 꼬박 살아야 한다는 말이다. 결국 전 회장은 집행유예 기간 만료인 오는 6월까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미국서 버티기’를 해야 하는 처지다.

전 회장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애당초 검찰은 신속한 수사를 통해 전 회장의 신병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전 회장이 미국으로 출국한 지 13일이 지나서야 구속영장을 청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검찰은 “해외 출국 사실을 알고 사전영장 청구 시 변호인을 통해 전 회장에게 귀국을 요청했었다”며 “전 회장이 기업 경영인으로 법정관리까지 신청한 상태라 도주의 우려가 없다고 판단, 출국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았었지만 영장실질심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신병확보에 들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수개월이 지나도 감감무소식이었다. 그러던 지난 해 8월 전 회장이 미국 사법당국에 붙잡혀 구치소 신세를 지게 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체류 자격 등에 문제가 생겨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수사당국에 체포된 것.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지난해 9월13일, 대검찰청은 “미 국토안보부 수사국과의 긴밀한 공조로 전 회장의 소재를 추적해 국내에 송환될 수 있도록 협력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구속영장이 발부된 상태였기 때문에 전 회장은 귀국 즉시 구속수사를 받게 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발표가 나간 지 4일만인 지난해 9월17일 전 회장은 보석으로 풀려났다. 건강상의 문제를 이유로 들었다. 현재 전 회장은 뉴욕에서 생활하며 추방심사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치 못했던 보석 허가 사실이 알려지자 임금과 퇴직금을 뜯긴 성원건설 전·현직 직원들 사이에서는 송환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연합 관계자는 “체불임금이 워낙 크고 피해가 전혀 보상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전 회장의 송환이 늦어질 경우 미국 현지 원정투쟁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전 회장의 송환 작업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최근 노조는 실력 행사에 나섰다. 전 회장을 잡기 위해 미국행을 결심한 것. 이덕래 노조위원장은 26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추방심사에 맞춰 미 국무부 등을 상대로 송환을 촉구하는 한편 선전전도 펼칠 계획이다.

이 위원장은 “법정관리 이후에도 임금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체불임금은 총 250억원 가량이 된다”면서 “전 회장 본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보석금을 주고 나온 것만 봐도 갖고 있는 재산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 측은 전 회장의 부인(부회장)을 비롯해 처남(부회장), 사위(사장), 큰딸(자금본부장), 작은딸(기획조정실장), 아들(대주주) 등을 대거 성원건설에 투입해 이중 급여 지금과 자산 매각 등으로 부를 축적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산 적지 않을 것”

이 위원장은 “금융권에서도 회장은 어디로 가고 없느냐고 말하곤 한다”면서 “회사가 어찌될지 모르는 상황이고 직원들이 큰 고통을 받고 있는 만큼 전 회장은 조속히 귀국해 오너로서 최소한의 책임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