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 편법 가격인상 논란

2011.01.25 09:00:41 호수 0호

서민들이야 힘들건 말건 내 배 부르면 ‘장땡’?


오뚜기가 세간의 빈축을 사고 있다. 편법을 동원, 제품가격을 무더기로 인상한 사실이 드러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오뚜기는 서민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비난에 직면하게 됐다. 당황한 오뚜기는 일부 제품의 가격을 인하하면서 사태진화에 나섰지만 비난의 목소리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할인율 낮추는 방법으로 최대 40% 인상
"이와 관련된 공문 내린 적 없다" 오리발

물가 불안이 계속되고 있는 요즘, 오뚜기가 제품 가격을 무더기로 올린 사실이 드러났다.최근 식품업계에 따르면 오뚜기는 지난해 11월 말 대리점과 도매상에 가격조정 공문을 발송해 150여개 제품의 출고가 할인율을 낮추는 방법으로 최대 40%이상 비싸진 조정가격을 통보했다. 출고가 할인율은 대량으로 제품을 구입할 경우 그만큼 가격을 내리는 범위를 말한다. 할인율을 인하하면 그만큼 소매점의 제품 구입단가가 비싸져 자연스레 소비자 판매가격이 오르게 된다.



40%이상 인상

이로 인해 ‘찹살호떡믹스(540g)’는 대리점 판매가격이 43% 이상 인상됐다. 주력제품인 ‘백세카레(100g)’도 25% 이상 오른 2500원에 판매됐다. ‘돈까스 소스(475g)’를 비롯한 소스류도 할인율 인하로 대리점 판매가격이 8%이상 올랐다. ‘뿌셔뿌셔(90g)’ 역시 530원으로 17%이상 올랐으며 ‘옥수수유(0.9L)’도 5%이상 올라 3250원으로 조정됐다.

오뚜기가 직접적인 출고가 인상이 아닌 대리점 가격 할인폭을 축소하는 방식의 편법을 동원한 것은 정부의 물가 단속을 피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최근 생식품과 가공식품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정부가 주요 제조업체들에 가격 인상을 자제해주도록 요청하고 무분별한 가격 인상 감독을 강화했다.

오뚜기가 할인율을 낮춰 대리점 판매가격이 오른 종목은 무려 150여종. 특히 오뚜기는 정부의 물가관리 대상인 라면 40종의 출고가 할인율을 평균 9%에서 7%로 축소, 가격을 인상했다. ‘진라면 종이용기 (110g)’(12입/박스 기준)의 대리점 판매가격은 730원으로 약 46% 올랐다. 신제품 ‘보들보들 치즈라면(111g)’의 경우 8% 이상 인상된 가격(650원)으로 대리점에 판매됐다.

경쟁 라면업체들은 원가부담으로 출고가를 인상하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 하지만 할인율을 조정해서라도 가격을 올린 경우는 오뚜기가 유일하다. 더욱이 라면, 카레 등 대부분 서민 가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는 제품이어서 가뜩이나 불안한 서민물가를 가중시킨다는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이에 대해 오뚜기 측 관계자는 “오뚜기 본사는 이와 관련된 공문을 보낸 적 없다”며 “일부 대리점에서 자체적으로 벌인 일”이라고 말했다.


가격 인하로 진화

이 같은 사실이 일파만파 퍼져나가자 사방에서 비난이 쏟아졌다. 이에 오뚜기는 사태 진화에 나섰다. 양념장 4종과 당면 3종의 가격을 5∼10% 내리기로 결정한 것. 이에 따라 ‘소불고기양념(480g)’ ‘소갈비양념(480g)’ ‘돼지갈비양념(480g)’과 ‘돼지불고기양념(500g)’이 기존 3030원에서 2720원으로 10.2% 떨어졌다. 또한 오뚜기 ‘옛날 당면(300g)’이 3530원에서 3350원으로 5.1%, 500g은 5480원에서 5200원으로 5.1%, 1kg이 1만340원에서 9800원으로 5.2% 인하됐다.

오뚜기 관계자는 “설 성수기를 맞아 서민생활과 밀접한 제품인 양념장과 당면의 가격 인하는 소비자의 가격부담을 덜어주고, 물가안정에도 기여할 것”이라며 “이번 가격인하로 연간 80억원 규모의 가격혜택이 소비자에게 돌아갈 전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대응에도 세간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150여제품의 가격을 인상한 반면, 불과 7종의 가격만 인하한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번 가격 인하가 보여주기·생색내기식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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