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재벌후계자 체크(19)대교그룹 강호준

2011.01.18 09:35:18 호수 0호

장님 ‘눈높이’ 낮출까 높일까


한 나라의 경제에서 대기업을 빼곤 얘기가 안 된다. 기업의 미래는 후계자에 달렸다. 결국 각 그룹의 후계자들에게 머지않은 대한민국 경제가 걸려있는 셈이다. 잘 할 수 있을까. 우리 경제를 맡겨도 될까. 불안하다.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재계 ‘황태자’들을 체크해봤다. 열아홉 번째 주인공은 대교그룹 강호준씨다.

장·차남 ‘빅뱅’… 지주·핵심사 지분 차곡차곡
승계 시동 동생 ‘스타트’주목 “쏠림현상 감지”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은 10년 전인 2001년 경영 일선을 잠시 떠났었다. 그룹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전문경영인(CEO)들에게 회사를 맡겼다. 강 회장은 배드민턴협회를 이끄는 등 대외활동에만 전념했다. 그러나 회사 실적은 제자리를 맴돌았고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보다 못한 강 회장은 결국 2006년 놓았던 지휘봉을 다시 잡았다. 그는 복귀 배경에 대해 “CEO 체제의 한계를 실감했다. 스스로 책임지고 밀어붙이는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이를 먼 데서 보자니 목이 마르고 잠이 안 왔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왕의 귀환’을 두고 후계구도를 염두에 둔 포석을 깔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여기에 대교그룹이 주종목인 교육에서 벗어나 신사업 개척에 적극 나서면서 승계 작업이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그룹 측은 당시만 해도 “강 회장의 자녀들이 어리다. 지분도 없다. 따라서 2세 경영은 아직 이르다”고 선을 그었었다.



그로부터 5년이 흐른 지금, 대교그룹 후계구도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대교그룹은 강 회장이 복귀한 이후 차근차근 ‘대물림’이 진행되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차남의 스타트가 예사롭지 않다는 사실이다. 강 회장은 슬하에 두 아들(호준-호철)을 두고 있다. 올해 31세인 장남 호준씨와 29세인 차남 호철씨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이미 후계작업에 시동을 건 상태다.

대교그룹의 지분구조는 지주회사인 대교홀딩스를 정점으로 (주)대교와 함께 계열사들을 거느리는 형태다. 대교홀딩스는 (주)대교의 지분 44.3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외에도 ▲대교디앤에스(90.06%) ▲대교출판(62.4%) ▲대교씨엔에스(100%) ▲대교이앤씨(100%) ▲신대신건설(90.06%) ▲강원심층수(58.74%) 등의 자회사를 지배하고 있다.

(주)대교는 ▲대교문고(97.93%) ▲대교이오엘(56.53%) ▲대교북스캔(100%) ▲페르마에듀(59.32%) ▲대교CSA(50%) ▲대교소빅스(83.72%) 등 국내법인 6개사와 ▲대교아메리카(66.54%) ▲대교홍콩유한공(47.89%) ▲북경대교자순유한공사(100%) ▲상해대교자순유한공사(100%) ▲대교말레이시아(100%) ▲DBES Limited.(100%) ▲대교인도네시아(99.58%) ▲대교싱가폴(100%) 해외법인 8개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결국 대교홀딩스와 (주)대교를 장악하면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다. 두 형제의 대교홀딩스 지분은 각각 0.03%로 같다. 최대주주는 강 회장으로81.99%의 지분을 보유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두 자녀는 대교홀딩스 대주주에 미치지 못하지만 주주 명단에 포함된 것만으로도 후계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그룹 장악을 위해선 대교홀딩스의 지분 확대가 필수이기 때문에 앞으로 비중을 늘려나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반전에 반전

(주)대교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두 형제간 지분율이 미미하다. 다만 둘의 지분을 비교하면 차남이 장남을 근소한 차로 앞선다. 호준씨의 (주)대교 지분은 0.01%. 호철씨는 0.06%를 갖고 있다. 호준·호철씨는 2009년 3월 0.01%씩 취득했다. 나란히 처음으로 그룹 계열사 주주로 등장한 것이다. 호준씨는 그대로인 반면 호철씨는 같은해 6월부터 ‘야금야금’사들여 지금의 지분이 됐다.

같은 맥락에서 ‘투핸즈미디어’란 (주)대교의 협력사도 눈여겨 볼만하다. 투핸즈미디어는 2004년 설립(당시 대교글로벌어소시에이트, 2007년 8월 투핸즈미디어로 상호 변경) 때부터 호준씨가 대표이사를 맡다 2009년 7월 갑자기 사임했다. 대신 호철씨가 대표이사를 꿰찼다. 공교롭게도 당시는 호철씨가 (주)대교 지분을 늘린 시점과 맞물린다.


투핸즈미디어는 호준·호철씨가 ‘형제 경영’중인 정보기술(IT) 업체다. 자본금 3억원으로 2009년 8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대부분 대교그룹 계열사들의 웹사이트 통합 및 유지 보수로 매출을 올렸다. 잘나가는 대기업 오너의 자녀라면 누구나 그렇듯 IT 업체를 끼고 있는 셈이다.

(주)대교 지분 차이와 투핸즈미디어 대표이사 교체 등을 두고 항간에선 형제간 이상기류가 흐르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지만, 그룹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둘 사이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게 그룹 관계자의 전언이다.

사실 호준·호철씨는 그동안 미세하지만 엎치락 뒤치락하는 양상을 보였다. 호철씨가 미국에서 유학중일 땐 호준씨가 다소 앞섰다. 호준씨는 현재 미국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사이 호철씨가 치고 나간 것이다. 호철씨가 국내에 돌아오면 어떤 반전이 일어날까. ‘눈높이 교육’으로 성공신화를 이룬 강 회장의 ‘눈높이’엔 누가 맞춰져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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