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인수 진단’ 하나금융지주 괴롭히는 논란 셋

2011.01.18 09:29:57 호수 0호

고래 삼키려는 새우 “그러다 체할라”



‘먹튀 논란’ 론스타의 인수계약 불법성 제기돼
실제 인수금액 6조2000억원까지 늘어날 수도
대금 1% 뺀 잔금 외부조달 ‘승자의 저주’ 우려도

외환은행 인수를 둘러싼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노조의 대립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갈등은 자칫 외환은행 노조의 ‘밥그릇 지키기’로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을 흘려들을 수만은 없다.



갈등은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을 인수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지난해 11월19일, 외환은행 노조가 일부 일간지에 이를 반대하는 광고를 게재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노조는 ‘론스타 먹튀의 하수인’ ‘권력의 특혜’ 등의 문구를 담아 강한 반대의사를 표했다.

하나금융은 즉시 법원에 ‘광고행위금지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에 법원이 일부 인용결정을 내림에 따라 노조는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 과정서 특혜를 받았다거나 최고경영자(CEO)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문구 등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그러던 지난해 말 하나금융은 다시 외환은행 노조를 상대로 간접강제 신청을 제기했다. 외환은행 노조 부위원장 등이 블로그와 트위터 등을 통해 회사와 김승유 회장에 대한 비방을 유포한데 따른 것이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노조는 하나금융에 하루 1억원씩을 배상해야 한다.

이에 해당 블로그를 운영한 부위원장은 “법원 판결을 받은 지난해 12월20일 이후로는 문제가 된 표현 대신 사실에 근거하도록 신경을 썼다”며 “더구나 노조 공식 홈페이지도 아닌 개인 블로그에 올린 글인데 너무하다”고 반발했다.

이후에도 노조는 온라인상에서 활발한 합병 저지 운동을 펼쳤다. 장외 투쟁도 불사했다. 일각에서는 노조의 이 같은 활동 이면에 직원 급여삭감과 처우 문제,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 등이 얽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를 의식한 김기철 노조위원장은 “급여나 처우 차원에서 합병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순수성과 존엄성은 반드시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합병을 반대하는 진짜 이유는 강한 은행으로 독자 생존해 남겠다는 것”이라며 “우리보다 재무 상황도 좋지 않은 하나금융지주가 불투명한 방법으로 론스타 레버리지를 이용해 4조 수준의 막대한 부채로 외환은행을 인수해 향후 국민에게 공적자금 투입의 부담을 줄 수 있는 공동부실화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주장을 흘려들을 수만은 없다. 외환은행 인수의 안쪽을 들여다보면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계약의 불법성과 인수 자금 문제, 인수 위험성 등 문제가 얽히고설켜 있기 때문이다. 외환은행 인수에서 얽힌 논란의 실타래를 한 가닥씩 풀어봤다.



[논란1 ]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불법성

외환은행 노조는 지난 10일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 매각절차 중단을 위한 가처분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이후 내부 직원들이 직접 소송 당사자로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소송의 상대는 론스타가 아니라 금융기관을 감시·감독하는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이다. 이들을 상대로 한 약칭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승인 중지 가처분’ 신청을 통해 론스타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협상을 중단시킨다는 계획이다.

논란의 핵심은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대주주 자격요건을 가질 수 있느냐다. 은행법 시행령 5조는 외국인이 은행 주식 10% 이상을 보유할 경우 그 자격을 ‘은행업 증권업 보험업 또는 이에 준하는 업으로 금융감독위원회가 인정하는 금융업을 영위하는 회사’로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즉, 론스타와 같은 사모펀드는 외환은행을 인수할 자격이 없었다.

그러나 론스타는 상위법인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을 이용, 외환은행 대주주의 지위를 획득했다. 은행법 시행령에 따르면 ‘금산법 규정에 따라 부실금융기관의 정리 등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은행 인수 자격에 예외를 두고 있다.

여기서 문제는 당시 외환은행은 금산법이 규정하는 부실 금융기관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외환은행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9.6%로 금감위의 가이드라인 8%를 상회했다.

그럼에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집어삼킬 수 있었던 것은 금감원이 추정한 외환은행 향후 경영 전망치 때문이다. 당시 금감원은 외환은행의 BIS 비율이 6.2%까지 곤두박질칠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론스타는 외환은행의 지분 51.02%를 보유하며 최대주주로 거듭났다. 하지만 론스타의 부적격성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이에 금융위는 지난 2006년 론스타에 대한 심사를 예고했으나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감감무소식인 상태다.

그 사이 론스타는 배당금 등 ‘단물 빨아 먹기’에 혈안이 됐다. 은행의 모든 업무는 단기성과 위주로 전환됐다. 이 때문에 은행 본연의 기능이 크게 손상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제 론스타의 할 일은 4조원에 달하는 순수익을 챙겨 ‘튀는’ 일 밖에 남지 않은 상태다.


[논란2 ]
인수 자금 규모

하나금융은 지난해 11월 공시를 통해 론스타가 보유한 외환은행 주식 3억2904만2672주(지분율 51.02%)를 주당 1만4250원씩 총 4조6888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와 별도로 하나금융이 주당 850원씩 추가 확정 지급을 보장한 사실이 알려졌다. 론스타 보유 주식수가 3억2904만2672주라는 점을 고려하면 무려 2797억원에 달하는 액수다. 결국 4조9685억원이 실제 인수가격인 셈이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61조 제1항 제9호, 동시행령 제171조 제1항 제5호에는 ‘중요사항에 대한 거짓 기재 표시를 하여서는 아니 되고, 중요사항의 기재 또는 표시를 누락하여도 아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인수에 있어 가격은 가장 중요한 사항 중 하나라는 점에서 하나금융은 이 법률을 위반한 게 된다.

당시 하나금융 측 관계자는 “론스타는 과거 외환은행 대주주로서 연말에 주당 1500~2000원 정도의 배당을 받아갔으며, 최근 현대건설 매각으로 추가 이익이 발생함에 따라 더 많은 배당이 예상된다”며 “하나금융은 주주가치가 훼손될 것을 우려해 계약 당시 850원으로 추가 배당액을 제한했다”고 해명했다.

즉, 외환은행 자산이 론스타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견제장치를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미 론스타는 올해 2·3분기에 주당 각각 100원, 135원씩을 챙겨갔다. 여기에 추가 배당액 850원까지 총 1085원을 챙기는 셈인데, 이는 외환은행의 주당순이익인 1380원의 78.62%에 해당한다. 견제장치라는 설명이 무색한 대목이다.

논란이 확대되자 결국 하나금융은 “2010년 12월9일 외환은행의 결산배당금 850원이 기존 주주(론스타)에게 배당되는 것을 가정해 외부 평가기관이 외환은행 주식가치를 평가했다”며 정정공시했다. 사방에서 비난이 쏟아졌다. 하나금융은 1만4250원의 매매가가 과거 국민은행나 HSBC에 비해 낮은 수준의 성공적 협상이라고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이밖에 인수가액에 추가 자금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수출입은행의 ‘태그얼롱’ 행사에 따른 추가 발생금액 5745억원이 바로 그것이다. 외환은행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수출입은행은 대주주인 론스타와 똑같은 가격으로 지분을 매각할 권리인 ‘태그얼롱’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수출입은행이 태그얼롱을 행사할 경우, 보유한 외환은행 지분 4000여만주(6.25%)를 하나금융지주가 론스타 매입액과 같은 주당 1만4250원씩 총 5745억원에 인수해야 한다.

하나금융 측 관계자는 “수출입은행의 태그얼롱 행사 주장은 말도 안 된다”고 일축했지만 그 가능성은 적지 않다. 정부 소유의 수출입 은행이 태그얼롱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책은행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론스타 세금 선 대납에 따라 5465억원의 추가 금액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하나금융과 론스타의 거래에 따른 세금을 당연히 론스타가 납부해야 하지만, 하나금융지주가 선 대납함에 따라 추가 인수자금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매각에 따라 세금 5465억여원을 납부해야 한다. 현재 국세청의 과세의지가 확실한 만큼 원천세에 대한 선대납의 의무를 피할 수 없는 데다, 세금분쟁에 통상 3~5년 이상의 시일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5465억원의 자금부담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하나금융 측 관계자는 “5465억원은 엄연히 론스타가 납부해야 할 세금”이라며 “지나친 억측”이라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인수가격을 둘러싼 논란이 현실이 될 경우, 하나금융은 최고 1조5000억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실질 인수금액이 최대 6조2000억원까지 늘어나게 된다. 이를 주당 인수가액으로 계산하면 2006년 국민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할 때보다 더 많은 부담을 하나금융이 지게 되는 셈이다.

[논란3 ]
인수의 위험성

더욱이 하나금융은 매매대금의 1%만을 론스타에 지급하고 나머지는 외부에서 조달하고 있다. 이는 수조원 규모의 인수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문제는 이 같은 인수 방식이 자칫 ‘승자의 저주’로 이어질 수 있다는데 있다.

‘승자의 저주’는 엄청난 불행을 동반한다. 대우건설을 인수한 대가로 유동성 위기에 몰린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표적인 사례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6년 대우건설을 6조4000억원에 인수하는 과정에서 부족한 자금 3조원가량을 산업은행 등 18개 금융기관에서 빌렸다.

이 과정에서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풋백옵션’이 발목을 잡으면서 대우건설을 다시 내뱉는 동시에 사실상 그룹이 해체되는 결정타가 됐다. 무리한 조건으로 외부 투자자들을 끌어들인 것이 화근이 된 셈이다.

한화그룹도 아찔한 경험을 했다. 한화그룹은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도전해 포스코, GS그룹 등 국내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한화그룹은 대한생명, 갤러리아백화점, 한화리조트 등 전 계열사의 자금을 총동원해 인수 대금을 마련할 계획이었지만 결국 인수를 포기했다. 자칫 무리한 인수에 나섰다가 그룹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한화그룹은 당시 3000억원의 계약금을 날렸으나 인수를 밀어붙였다면 더 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란 게 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이밖에 2006년 홈에버를 인수한 이랜드, 2007년 남광토건을 인수한 대한전선, 2008년 하이마트를 인수한 유진그룹 등도 모두 비슷한 아픔을 겪어야 했다. 뿐만 아니라 최악의 경우 부실에 따른 부담을 공적자금 등 국민의 혈세로 메워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질 수도 있다.

적격 투자자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외환은행 인수에 나선 김 회장은 론스타라는 투기자본을 내보내고 또 다른 투기자본을 유입시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는 주체만 바뀔 뿐 다시 한 번 우리 금융산업이 투기자본에 의해 유린당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 회장은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킬 만한 양질의 자금을 확보하고 탄탄한 로드맵을 제시, 노조의 우려가 현실이 되는 일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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